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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람 병영칼럼] “자, 힘 빼시고요.”

입력 2019. 07. 16   14:51
업데이트 2019. 07. 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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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 람 
국방FM 작가
한 보 람 국방FM 작가
페달을 밟은 발에 힘을 싣는다. 한 달여 만에 타는 자전거라 그런지 첫 바퀴부터 묵직하다. 열심히 10㎞를 달려 뚝섬에 도착하고 보니 돌아갈 길이 걱정이다. 나도 그렇고 자전거도 그렇고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랴, 택시를 부를 수도 없는 일. 다시 힘을 내 꾸역꾸역 달렸다. 집에 도착하고 보니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그렇게 쑤실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한 달여의 공백을 실감했다.

하루 지나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며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니 어깨가 무섭게 아파져 왔다. 잠을 잘 못 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무거운 걸 들고 다닌 것도 아닌데 어깨가 왜 이러지? 원인 모를 통증에 불안한 마음이 들어 친하게 지내는 자전거 도사에게 물어봤다.

“자전거를 탔는데 어깨가 왜 이리 아프지?”

그러자 그는 단번에 알아챘다.

“자세가 안 좋았나 보네. 허리로 상체를 지지해야 하는데 손목이랑 팔로 무게를 받으면 어깨가 아프거든. 아마 목덜미도 그렇고 손목도 불편할걸.”

그러고 보니 뒷목이며 손목도 뻐근했다.

“그럼 앞으로 어떡해?”

“일단 몸통 근력을 길러야지. 팔에 힘도 빼고.”

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도, 힘을 빼라는 말도 이해는 되지만 적용하기가 참 어렵다. 특히 몸에 근력이 빠지며 자꾸만 팔에 힘이 들어가는 걸 어쩌란 말인가. 그러다가는 상체를 지탱할 곳이 어디에도 없어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의식적으로 스트레칭도 하고 팔도 털어보지만 그때뿐이다.

몸에 힘을 주며 지내는 건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글씨를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연필을 쥔 손에는 힘이 꽉 들어가고, 노래를 잘하고 싶은 누군가는 목에 힘을 잔뜩 싣는다. 운전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 역시 긴장감에 온몸이 굳고. 이럴 땐 편하게 하라며, 힘을 좀 빼라고 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런 말을 아낀다. 오히려 “파이팅!”이나 “힘내!”라는 말을 목청껏 전하니 말이다.

강력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힘이 너무 들어갔을 때의 결과는 아쉬워진다. 손에 꽉 쥔 연필은 연습 때보다 나은 결과를 보여주지 않으며, 힘이 한껏 실린 목소리는 조금도 매력적이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긴장감에 온몸이 굳은 운전연습생이라니… 강사가 동행하고 있어 사고는 나지 않겠지만, 집에 돌아가 어깨에 파스 한 장 붙이고 곯아떨어질 거다.

몸에 실린 힘을 빼는 건 힘을 싣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열 배 혹은 백 배는 더 힘들 거다.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쉽지 않다. 하지만 힘을 빼고 있어야 진짜 힘이 필요한 순간에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손에 쥔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쥘 수 있는 것처럼.

아이러니하게도 힘을 주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힘을 빼는 일일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함부로 힘을 쏟지 않는 지혜와 진정 필요한 순간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변별력을 지녔으면 좋겠다. 나 역시 어깨에 힘을 빼야 글을 쓰는 일도, 글을 읽는 일도 오래 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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