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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리포트] 적은 국방예산으로 강군 유지…전략적 억제 달성

기사입력 2019. 07. 12   16:29 최종수정 2019. 07. 14   09:29

<71> 러시아의 억제전략 - 통합적 억제력으로 평화구축 및 국익실현

“군사력은 문제 해결 결정적 역할”
경쟁기법 활용 훈련 효과 달성
대통령과 국방·외교 장관, 수시 접촉


최근 북핵 문제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는 유례없는 혼란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북핵 문제를 해결해 국가 안전을 보장하고, 주변 강국들 사이에서 복잡한 고차방정식의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처지에 있다. 국가 안전보장은 평화를 구축할 때 실현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화를 통해 소위 냉전체제를 청산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러시아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어떻게 전략적 억제를 달성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타산지석의 지혜를 얻고자 한다.


러시아의 군사 독트린에 따르면 평화는 전략적 억제를 통해 달성된다. 억제는 평화구축의 직접적 방법이며, 군의 우선적 과제다. 러시아군의 억제전략은 주로 지도부의 안보의식과 시스템, 집요한 실천 의지 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러시아 모스크바 알라비노에서 열린 국제군사기술포럼‘아미 2018’에 등장한 러시아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M.


러시아의 상무 정신과 통합안보 시스템

첫째, 지도부의 상무 정신이다. 군사력은 전시에 국토를 방어하고, 평시에 전쟁을 억제하며 필요시 국익실현 수단으로서 즉각 사용 태세를 갖춰야 한다. 러시아 지도부는 국제관계에서 외교 및 기타 조건들의 의미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군사력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제정러시아 황제였던 알렉산드르 3세는 “우리의 유일한 동맹은 육군과 함대뿐”이라고 했다(당시에는 공군이 없었다). 푸틴 대통령도 “군을 홀대하면 나중에 타국 군대를 먹여 살리게 된다” “우리의 군사력이 강해진 만큼, 이젠 우리 말을 들어라”고 하면서 군사력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2002년 경제 상황 악화로 군부가 캄차카반도에 있는 핵잠수함 기지 폐쇄를 건의했을 때 억제력의 핵심 기지를 왜 폐쇄하느냐고 반문하며 기지 유지를 명령한 바 있다. 동 기지는 현재 보레이급 핵잠수함으로 증강돼 동북아 지역 핵심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통합안보 시스템이다. 러시아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전쟁 예방을 위해 정치·군사·군사기술·외교·경제·정보, 기타 가용수단을 통합해야 한다. 러시아의 안보정책 구조에서 ‘국가안보전략’이 상위 문서이고 이에 따라 ‘군사 독트린’과 ‘대외정책 개념’이 정해지며 상호 긴밀하게 통합돼 있다.


대통령과 국방·외교 장관은 공적·사적으로 수시 접촉하면서 국익을 위한 대내외 활동에서 하나의 목표를 위해 분진합격(分進合擊)하는 행태를 자주 보인다. 특히 국방장관은 대통령과 휴가를 같이 보내기도 한다. 이들은 수시로 국가안보회의, 군사력 발전회의, 안보콘퍼런스, 방위산업위원회 등에서 군사력 발전과 사용을 위해 협의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성은 국익실현을 위한 국제관계에서 전술에 승리하고 전략에 실패하는 경우를 방지하며,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미사일 발사 탐지·요격 체계 갖춰

첫째, 힘에 의한 억제 달성이다. 러시아의 전략가인 벨라베네츠는 “적을 완전히 격멸할 준비가 됐을 때 적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몽골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넵스키는 “칼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자, 그 칼로써 망하리라”고 말했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군사력을 준비하고 있다. 핵전쟁 발생 시에는 적에게 ‘용납하지 못할 피해’를 주기 위해 전 세계 미사일 발사 탐지 및 요격, 보복공격 체계를 갖췄다. 평시에도 국익 관련 사안 발생 시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기본 전투 단위를 여단급으로 개편하고, 2020년까지 보유 무기의 70%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위원회의 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맡아 정기적으로 확인·점검하고 있다.


‘페리메트르’ 시스템 유지하며 훈련 실시


둘째, 실전적 억제 태세 준비 및 훈련이다. 러시아는 소련 때부터 현재까지 세계 유일의 독특한 ‘페리메트르(Dead Hand)’ 시스템을 유지하며 정기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 이는 적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아 지휘계통이 마비되거나 지도부 유고 시 자동화 체제가 작동해 보복공격을 가하는 시스템이다.


‘페리메트르’는 러시아 및 동맹국 영토 내에 핵폭탄이 낙하하면 자동적으로 총참모부의 통신내용을 체크해 지휘부의 통신이 유지되고 있으면 자동으로 꺼진다. 그러나 지도부의 대응이 없을 경우 자동 발사돼 우주 상공에서 잔여 미사일을 통제해 핵무기에 의한 보복타격을 가하게 된다. 러시아는 어떤 경우에도 핵 보복타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시스템은 적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며 억제를 가능하게 한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시에도 해당 주민의 국민투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때 핵전쟁까지 준비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기타 국가들이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저지할 때는 핵전쟁까지 치를 자신이 있을 때만 가능함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현대 기술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극초음속 ICBM(아방가르드), 무인잠수정(포세이돈), 공대지미사일(킨잘), 레이저무기(페레스베트) 등을 개발 완료해 1~2년 내 전투배치할 예정이다. 이처럼 러시아는 미국·중국보다 적은 국방예산을 투입하면서도 강군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매년 1개 군관구 전략훈련, 각급 부대를 대상으로 한 불시점검훈련, 국제군인올림픽 등 경쟁기법을 활용한 전투력 향상을 추진해 훈련효과를 달성하고 있다.


■ [무관노트] 

‘평화 유지’ 힘·억제력 배경으로 한 대화 효과적


오늘날 한반도 주변 정세는 미·중 대결, 북핵 위협, 한·일 관계 악화, 한국 내부 정책 이견 등 내외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 군이 잠재 적국을 압도해 어떠한 경우에도 침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군사 위협을 정확히 식별하고 필요충분한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갖춰진 무장과 시스템은 실전적 훈련이 뒷받침돼야 유사시 활용할 수 있다.

실전적 훈련을 각개 병사에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지도부의 사고와 시스템에 뿌리내리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북한은 핵미사일 무기뿐만 아니라 화생무기, 장사정 포병, 특수전 부대 등 다양한 비대칭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평화를 위한 방편으로 대화는 물론 중요하지만, 힘과 억제력을 배경으로 한 대화를 시도할 때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다.


김규철

정치학 박사

前 주러시아 육군무관 

現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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