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이상헌 기고] 행복과 저주의 상관관계

입력 2019. 07. 10   15:58
업데이트 2019. 07.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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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 헌 
육군2군단·중령
이 상 헌 육군2군단·중령
  
이 세상에 행복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모습과 행동이 다른 사람의 즐거움이나 행복을 뺏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는가?

안타깝지만 아직도 군 또는 사회에서 폭언과 악행으로 동료를 힘들게 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군인들끼리 서로 만나서 함께 근무하며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장교들은 길게는 3년, 짧게는 1년씩 부대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인연을 이어나간다. 용사들은 2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을 전우들과 함께 생활한다.

어쩌면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인생 전체를 돌이켜봤을 땐 아주 짧은 시간일 뿐이다.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을 우리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보내기에도 짧은 이 시간에 헐뜯고 욕하며 심지어 폭행이나 가혹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열심히 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그들의 말은 비겁한 변명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기적이고 철없는 그 행동은 자신이 편하려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일 뿐이다.

“저주(詛呪)를 피하라!”

대대장 시절 용사들에게 부대관리 교육을 하면서 사용했던 말이다. 저주(詛呪)는 남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빌고 바라는 것을 말한다.

사극에는 사람 형태의 지푸라기 인형에 칼을 꽂고 저주를 퍼붓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저주받은 사람은 죽거나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저주를 받는다는 것은 결코 행복한 일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스스로 저주의 대상이 되려고 한다. 남보다 조금 더 편하려고 서슴지 않았던 폭언과 폭행의 상대방은 강한 힘 앞에서는 굴복했겠지만, 뒤돌아서서는 저주를 퍼부을 것이다.

아마 남은 인생 전부를 저주하는 데 집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따르게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폭력과 욕설, 가혹행위로 굴복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쉽게 얻어진 것은 쉽게 잃는 법이다.

쉽지만 부정적인 방법으로 억압당한 상태에서의 행동은 진실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전시와 같은 위급하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내게 총구를 들이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 군단에서는 회의를 시작할 때 지휘관부터 농담을 던지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딱딱하고 계급에 의해 억압당하는 환경에서는 천재도 바보가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발적으로 마음을 열고 시작하는 회의는 항상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결국 ‘하드(hard) 리더십’보다 ‘소프트(soft) 리더십’이 내가 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부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당신은 지금도 스스로 저주의 대상이 되려고 하지는 않는가? 우리 모두 아름답고 의미 있는 군 생활을 돌이켜보며 저주를 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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