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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독자마당] 연어의 열정으로

입력 2019. 07. 08   15:28
업데이트 2019. 07. 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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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준 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이 준 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셰익스피어는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여성은 연약함의 상징이고 남성들이 우선 보호해 주어야 하는 대상이지만 어머니가 되는 순간 나약한 이미지는 사라지고 전사(戰士)로 거듭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어머니의 모성애 속성을 잘 나타내는 것이 연어들이다. 이름 모를 강의 한 모퉁이에서 부화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했던 연어는 대양으로의 긴 여행을 떠난 뒤 산란기가 되면 야성(野性)을 지닌 어미로 변신하게 된다. 즉 1500㎞ 이상을 헤엄친 기나긴 여정을 마감, 귀소본능(歸巢本能)에 의해 등지느러미를 180도 돌려 강을 향해 물살을 거스른다. 연어가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냇가뿐만 아니라 부화한 장소까지 기억하는지는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상식적으로 물살이 흐르는 방향으로의 이동은 쉽지만, 물살을 거슬러 모천(母川)으로 회귀하는 것은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되고 곳곳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다시 말해 3m 정도의 장애물들은 죽을힘을 다해 뛰어넘어야 하고, 포식자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길목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마디로 산 넘어 산인 험난한 여정이다.

연어들은 지쳐 쓰러질지언정,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될지언정 힘든 여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힘든 여정의 커다란 장벽조차 종족을 번식해야 하는 모성애로 훌쩍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어들은 정착하고 싶은 그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몰라도 아늑하고 자유롭고 평화롭게 헤엄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 연어들이 이렇게 힘든 여정을 감행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연어들이 장애와 고난을 극복하는 힘든 여정을 거쳐 자갈이 깔린 여울에 산란하고 일생을 마감해야만 존재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고 부여된 사명을 완수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연어의 모천 회귀과정은 인간의 삶과도 매우 유사해 보인다. 우리 인간들도 쉬운 길보다 불가능해 보이는 어려운 일에 도전장을 내밀어 때론 좌절하기도 하고 난관을 극복해 성취감을 만끽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고 얘기한다.

외부침략을 물리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군대조직은 엄격한 규율을 준수하고 상명하복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개성이 뚜렷하고 개인주의 성향을 지닌 신세대 장병들에게 입대 초기 병영생활은 적응하기 쉽지 않은 만만찮은 여정이다. 연어들이 지쳐 쓰러질지언정 힘든 여정을 포기하지 않듯이 우리 장병들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부딪히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뜨거운 열정으로 극복하고, 대한민국 남자에게 주어진 소명을 완수함으로써 “해냈다”는 성취감을 만끽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군 복무는 신성한 병역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도전하는 삶의 진미(眞味)와 위대성을 동시에 깨닫게 해주는 인생 교육장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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