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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군사력, 장병의 헌신이 만든다

입력 2019. 06. 25   17:21
업데이트 2019. 06.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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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저널 스페셜 - 밀리터리 화제 프랑스군의 헌신


프랑스해군 최정예 ‘위베르 특공대’
몸 던져 인질 구하고 납치범 사살
부대원 2명 영결식 성대히 진행
마크롱 대통령, 오랜 시간 유족 위로
국가와 시민들이 예우·존경심 갖춰 

 

영결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맨 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인질구출작전에 참여한 위베르 특공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출처=프랑스 국방부 홈페이지(https://www.defense.gouv.fr/)
영결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맨 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인질구출작전에 참여한 위베르 특공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출처=프랑스 국방부 홈페이지(https://www.defense.gouv.fr/)

지난 5월 14일,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재로 서아프리카 부르키파나소에서 벌어진 인질구출작전 도중 전사한 프랑스군 특수부대원 2명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하지만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임무수행 도중 전사한 장병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영결식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장병들의 헌신과 고귀한 희생 덕분에 현대사회의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영결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인질구출작전 수행 도중 전사한 장병들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출처=프랑스 국방부 홈페이지
영결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인질구출작전 수행 도중 전사한 장병들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출처=프랑스 국방부 홈페이지


테러범 총구 앞에 몸 던진 특수부대원들

지난 5월 9일 밤, 서아프리카 브르키파나소 북쪽에 위치한 현지 반정부 무장세력의 근거지에서 프랑스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위베르 특공대(Commando Hubert)의 인질구출작전이 시작됐다. 구출 대상은 지난 5월 1일, 서아프리카 베냉 공화국 북쪽에 위치한 펜드자리 국립공원에서 휴가 도중 납치된 프랑스인 관광객 파트리크 피크(51)와 로랑 라시무일라스(46)였다. 프랑스군 최고통수권자인 마크롱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인질구출작전에 나선 프랑스군 특수부대원 20여 명은 납치범 6명 중 4명을 사살하고 프랑스인 관광객 2명 외에 인질로 잡혀 있던 미국인과 한국인 여성 2명도 무사히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구출 과정에서 위베르 특공대원인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33) 상사와 알랭 베르통셀로(28) 상사가 납치범들이 근거리에서 난사한 총탄에 쓰러지고 말았다.

프랑스군 합동참모본부의 발표와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인질들의 안전한 구출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들의 용감한 행동과 희생 덕분이었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납치범들의 총구가 인질을 향해 있고, 납치범들이 언제라도 인질을 사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출작전이 노출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구출작전에 나선 특수부대원들과 인질과의 거리는 10여m에 불과했고 2명의 특수부대원들은 과감히 납치범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들의 의도적인 행동으로 납치범들의 관심은 인질이 아닌 2명의 특수부대원에게 집중됐고 인질을 향하고 있던 납치범들의 총구는 인질이 아닌 특수부대원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납치범들의 근접사격에 2명의 특수부대원은 쓰러지고 말았지만 다른 특수부대원들이 무장한 납치범들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순식간에 제압한 것은 물론 인질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정부를 목표로 한 더 큰 테러 막았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납치범들의 정체가 아프리카 말리에 근거지를 둔 ‘카티바 마시나’(Katiba Macina) 혹은 ‘마시나 해방전선’(FLM)으로 불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보도했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성전을 치르고 있다고 믿으며, 잔인한 행동으로 인해 같은 아프리카 주민들 사이에서도 공포의 대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납치사건 역시 몸값을 노린 단순한 납치사건이 아닌 프랑스 정부를 목표로 한 테러계획의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방세계 주요 언론 및 군사전문가들이 프랑스의 신속한 군사력 투입 및 구출작전의 성공을 통해 더 큰 테러를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지난 5월 14일(현지시간) 인질구출작전 도중 전사한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와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의 영결식이 파리 도심 군사박물관이 위치한 앵발리드(Invalides)에서 진행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마크롱 대통령, 총리와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과 3군 참모총장 등이 도열한 가운데 성대하고 장중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영결식이 시작되자 유족과 일일이 손을 잡고 오랜 시간 위로의 말을 전했고 추도사를 통해 납치된 국민을 구출하라는 국가의 명령에 기꺼이 헌신한 이들의 희생을 추모했다. 전사한 베르통셀로 상사의 부친인 장뤼크 베르통셀로 역시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죽음은 비통하고 슬픈 일이지만 아들은 자신의 임무를 죽음으로 완수했고 나는 그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납치범들의 총탄에 쓰러진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와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 역시 인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고도로 훈련받은 이들에게 10여m의 거리에서 납치범들을 제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무기를 사용하는 대신 납치범들의 총구 앞으로 용감하게 달려 나갔다. 납치범들의 총구가 인질들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질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납치된 프랑스 국민을 무사히 구출하라는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이들은 기꺼이 자신들을 희생했다.

대다수 군사전문가들은 자칫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이들의 행동은 사실 고도로 훈련된 군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또한 짧은 순간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위험을 알면서도 몸을 던질 수 있는 것은 다른 대원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덧붙인다. 희생한 이들의 행동이 돌발적이거나 무모한 것이 아닌 평소 훈련과 다른 팀원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계산된 행동이란 주장에 이견은 없다.


진정한 국력,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시작

진정한 국력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대다수 군사전문가들은 국가적 차원의 예우와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감대가 가장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일례로 선진국의 군사력이 강력한 이유 중 하나는 최첨단 무기가 아닌 국가의 부름과 명령에 대한 장병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장병들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하며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러한 이유로 비단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임무수행 도중 전사한 장병들에 대한 예우와 국가적 차원의 영결식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진정한 국력이란 군인과 경찰, 소방관과 같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 대해 국가와 시민들이 예우와 존경심을 갖추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선진국에서 호국보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계동혁 전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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