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전쟁 경험 못한 세대에게 소중한 교훈·지혜 전달”

김민정

입력 2019. 06. 24   17:32
업데이트 2019. 06. 2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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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참전자 증언록 발간사업


육군 군사연구소 기록 보존에 분주
주요 참전자 300여 명 증언 관리
1952년 편찬된 ‘육군전사’ 대표적
“시간이 있는 한 한 분이라도 더 찾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

육군군사연구소 한국사전쟁연구장교 김영구(맨 왼쪽) 중령과 최홍기(오른쪽 둘째) 소령이 팀원들과 함께 전쟁사 연구를 위해 전쟁사료 및 수집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육군군사연구소 한국사전쟁연구장교 김영구(맨 왼쪽) 중령과 최홍기(오른쪽 둘째) 소령이 팀원들과 함께 전쟁사 연구를 위해 전쟁사료 및 수집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남긴 말이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어떤 사실이나 사건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미래를 꿈꾸게 한다. 그래서 역사를 기억하고 제대로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겪었던 참혹하고 가슴 아픈 전쟁과 전투의 기록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69년 전 우리 전쟁사를 경험한 참전자들로부터 당시의 생생한 증언을 청취해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본지는 6·25전쟁 69주년을 맞아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참전자 증언록 발간사업의 배경과 과정을 살펴보고 그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참전자 증언, 6·25전쟁사 연구의 핵심

참전자 증언은 전투를 연구하는 시발점이자 전쟁사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6·25 참전자들의 기억을 더듬고, 그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역사적 기록을 남기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 군에서는 육군군사연구소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참전자 물색부터 증언 청취 대상자 선별 및 섭외, 증언 청취, 기록, 자료 분석까지 전쟁사 편찬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참전자들이 80~90대 고령자가 대다수인 데다 전쟁 후유증과 노환으로 생존자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그들의 기억 한 조각도 소중하다. 보훈처가 지난 5월 집계·발표한 ‘참전유공자 현황’에 따르면 생존해 있는 참전유공자는 9만4693명이다. 85세 이상의 고령 생존자가 8만5978명으로 90% 이상을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85~89세가 6만380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90~94세가 2만662명으로 뒤를 이었다. 100세 이상은 94명으로 조사됐다.



육군, 6·25전쟁사 『육군전사』 등 편찬

육군은 오랜 기간 참전자의 증언 청취를 바탕으로 역사를 기록·편찬해왔다. 지금까지 6·25전쟁과 관련해 180여 권에 달하는 책을 발간했다. 특히 『육군전사』는 연대기 중심으로 기록한 통사로서 연구소의 가장 큰 성과물로 꼽힌다. 최근에는 10년 장기 프로젝트로 재발간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6·25전쟁, 대침투 및 국지도발대비 작전 등 무수한 전쟁·전투 관련 서적들이 참전자들의 증언을 통해 기록·연구되고 있다. 연구소는 현재 주요 전투 참전자 중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1만5000여 쪽 분량의 증언기록을 유지·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전투사와 전쟁사 작성 시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최홍기(소령) 한국전쟁사 연구장교는 “참전자의 기억 속 역사가 잊히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대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의 사명이자 우리의 몫”이라며 “참전자 증언 청취는 선배 전우가 피땀 흘려 지킨 조국에 대한 헌신을 경외하고 선양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기록으로 과거·현재·미래를 연결

우리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실제 전장에서 일어난 상황과 사건에 대한 기록과 선배 전우의 경험·지혜는 우리 군의 작전과 전투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육군군사연구소가 한국 전쟁사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가장 큰 이유다. 미래의 전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겠지만, 과거 역사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전달해 전력 강화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연구자들은 입을 모은다.

육군군사연구소 김광수(대령) 전쟁사 연구과장은 “참전자가 인식하는 전쟁의 모습은 매우 중요한 교훈이자 후배들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할 경험”이라며 “그들이 기억하는 전쟁의 상황·공포·마찰요소 등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억의 망각, 왜곡조차도 전쟁을 인식하는 중요한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한 분이라도 더 찾아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며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해주는 연결자로서 ‘강한 육군과 자랑스러운 육군’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증언과 사료 수차례 교차 분석… 책 발간에 1년 이상”

● 육군군사연구소 연구장교 최홍기 소령 인터뷰





“참전자 증언 청취는 마치 ‘퍼즐 맞추기’ 같습니다. 참전자의 대다수가 고령인 데다 생존자 수가 줄어 대상자 선별과 섭외가 쉽지 않고, 어렵게 섭외했더라도 노환으로 의사소통이 힘들거나 기억이 흐릿한 경우가 많죠. 그래서 기억의 조각을 하나씩 끄집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피땀 흘려 조국을 지킨 선배 전우들의 희생정신과 헌신을 기리고 그분들의 경험을 소중한 자료로 만들어 우리 군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연결자가 되고 싶습니다.”



육군군사연구소에서 한국전쟁사 연구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최홍기(사진) 소령은 6·25전쟁사 연구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04년 임관한 최 소령은 육군20사단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다.



육군20사단은 6·25전쟁 말미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크리스마스 고지’ 쟁탈전에 참가한 부대다. 그는 부대 전사를 공부하면서 전쟁사 연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 열정으로 2016년 육군군사연구소 연구 장교로 자리를 옮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 소령은 “참전자분들의 기억이 가물가물한 경우가 많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참전 전투에 대한 세부적인 선행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그분들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사진 자료나 지도 등 시각자료가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증언 청취를 바탕으로 한 연구는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연구를 위한 전투지역을 결정하고 6·25전쟁 당시의 전투 명령과 전투 초기에 쓰인 전투 상보 등 ‘1차 사료’를 찾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2차 사료를 작성하고 이 과정에서 참전의 증언 청취가 필요한 부분을 찾는다.



최 소령은 “‘2차 사료’를 제작한 뒤 증언청취 기록과 사료를 교차 분석하는데 이 둘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추가 증언을 찾거나 다른 사료를 수집한다”며 “수차례 확인 작업이 끝나고 기록의 정확성이 확보된 뒤에야 하나의 최종본이 나올 수 있다. 하나의 전투사를 분석하고 책으로 발간하는 데 적어도 1년에서 2년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효율적인 연구 진행을 위해 ‘핀포인트’ 방식으로 증언 청취를 진행하고 있다. 폭넓은 부분의 증언을 산발적으로 청취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서 듣고 확인하는 것.



최 소령은 “선배 전우님들의 경험과 지혜를 전쟁사와 전투사로 기록하는 귀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행복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계룡에서 글=이수연 인턴기자




계룡에서 글=김민정/사진=조종원 기자

김민정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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