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6·25전쟁, 워싱턴 한국전참전기념비, 그리고 한미동맹
3만6000여 전사자 함께 카투사 등 한국군 희생도 기억
많은 전쟁 참가한 미국, 잊지 않고 찾는 건 한국이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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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참전기념비에 담긴 의미
한국전참전기념비에는 한미 참전장병들이 겪어야 했을 희생, 고통 그리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 참전기념비는 19명의 육·해·공군 및 해병대 장병들이 숲에서 나와 어디론가 정찰해 나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19명의 참전용사 동상은 옆에 세워진 화강암 벽에 반사돼 나타난다. 설계자는 분단의 상징인 38선을 상징해 38명의 장병을 묘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참전용사들의 얼굴과 복장은 전쟁 당시의 엄중한 상황을 그대로 표현한다. 장병들의 굳은 얼굴은 자유수호를 위한 단호한 의지와 함께 당시 겪어야 했을 엄청난 고통과 인내를 나타낸다. 장병들은 판초 우의를 입고 있다. 통상 비가 오면 착용하는 복장인데, 이날은 혹한을 견뎌낼 방한복 대용이었다. 1950년 한국의 겨울은 이들에게 낯섦과 함께 견디기 어려운 추위였다. 한국전참전기념비를 공중에서 보면, 19명의 참전용사가 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향해 나아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 꼭짓점의 중심 바닥에는 이들의 헌신을 기억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바로 “알지도 못했던 나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부름에 응답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을 기린다”는 내용이다. 참전장병들의 희생이 얼마나 고귀한 것이었는지를 기억하게 한다.
미군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178만여 명의 장병이 한국 땅을 밟았고, 이 가운데 3만6000여 명이 전사하고 10만 명 이상이 부상했다. 한국전참전기념비에는 ‘회상의 연못’으로 불리는 조그만 공간이 위치한다. 19명의 용사는 그 ‘회상의 연못’에 있는 검은색 벽면을 주시하고 있다. 그곳에서 한 문장의 의미 있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Freedom is not free’, 즉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문구다. 아마도 참전용사들이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이 노병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1950년에 준비가 안 돼 조국을 지켜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이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참전기념비 주변에는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인 무궁화가 심겨 있다. 주변이 화강암과 나무로 둘러싸여 지나치기 쉽지만, 한국을 그리워하는 참전용사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다. 1995년에 심은 무궁화 나무는 이제 큰 군락을 이루고 있다. 미군 참전용사들과 대한민국 국민, 한국과 미국을 마음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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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참전기념비에서 볼 수 있는 일상들
한국전참전기념비 앞에선 6·25전쟁 추념식, 7·27 정전 기념식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린다. 한국 주요 인사들도 워싱턴을 방문하면, 한국전참전기념비에 들러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워싱턴에 거주하는 한국 대학 및 고등학교 동문회도 수시로 이곳을 찾아 헌화한다. 그래서 한국전참전기념비에는 1년 내내 꽃과 화환이 놓여있다.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추모행렬은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생각도 바꿔놨다. 미국인들은 우리를 만나면 “Thank you for your thanking”이라는 말을 건넨다. 미국이 많은 전쟁에 참여했지만, 잊지 않고 찾아와 고맙다고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한국전참전기념비에서 자주 목격되는 광경 중 하나는 참전용사들과 중·고등학생들이 대화하는 모습이다. 학생들은 고령이 된 할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이 어떻게 싸웠고 그 가치는 무엇이며, 젊은 세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평소의 자유분방함은 사라지고 진지함이 전체를 압도한다. 할아버지 참전용사들의 표정도 먼저 간 전우들에 대한 미안함에서 벗어난 듯 편안해 보인다.
한국전참전기념비 진화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 건립
한국전참전기념비는 새로운 변화를 준비한다. 한국전에 참전해 팔다리를 잃었던 웨버 예비역 대령과 주미 무관부는 2015년과 2016년에 한국전참전기념비에서 미군 전사자 3만6000여 명과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000여 명을 사흘에 걸쳐 우리말과 영어로 호명하는 행사를 했다. 이제는 이들의 이름을 새긴 유리로 만든 ‘추모의 벽’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 유리 벽에는 전사한 미군 장병들의 이름이 새겨지고, 카투사 등 한국군의 희생도 기억될 예정이다. 우리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추모의 벽’을 2022년까지 건립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미동맹이 더욱 공고해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메시지
우리는 6·25전쟁과 같은 아픔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혈맹의 정신과 가치는 계속 계승돼야 한다. 한국전참전기념비에서 한국의 어느 들판을 걷고 있는 38명의 육·해·공군 및 해병대 장병들은 이러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전참전기념비에서 다짐해야 한다. 듣도 보도 못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그들이 희생했던 것처럼, 우리도 언제든지 목숨을 다해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킬 것이라고…. 우리는 6·25전쟁을 통해 시작된 혈맹을 이제 포괄적 전략동맹, 호혜적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통일, 주변국의 안보위협 등에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
[무관노트]
축적된 무관 인적 네트워크 활용 제도적 장치 마련을
무관들은 군사외교의 최전선에서 많은 어려움과 제한사항 속에서도 국익과 국방외교 협력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혜택이 많은 것도 아니다. 무관들이 국가와 군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면 임무수행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무관들은 남모르는 고민과 고통, 갈등을 겪어내야 한다. 우리는 무관들이 축적한 해당 국가 및 군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잘 활용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전직 무관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창립한 한국국방외교협회에 관심과 지원을 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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