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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면 싸져요”… 中 흙수저, 4억 명과 통하다

입력 2019. 06. 19   16:30
업데이트 2019. 06. 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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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공동구매 전자상거래 플랫폼 ‘핀둬둬(PDD)’


공장 노동자 가정 출신 창업자 황정
수학올림피아드 수상하고 美 유학
구글서 엔지니어로 3년 근무 후 귀국
2015년 메신저 기반 공동구매 앱 개발
3년 만에 나스닥 상장… 기업가치 28조 원
개인 재산 15조 원 ‘中 최연소 억만장자’
     

핀둬둬 앱 화면. 1인 가격과 공동구매 가격이 표시되며 현재 공동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쇼핑몰보다 많게는 20% 이상 싼 가격으로 중소도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회원수는 4억 명을 넘었다.  핀둬둬 제공
핀둬둬 앱 화면. 1인 가격과 공동구매 가격이 표시되며 현재 공동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쇼핑몰보다 많게는 20% 이상 싼 가격으로 중소도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회원수는 4억 명을 넘었다. 핀둬둬 제공




핀둬둬 로고. ‘많이 모인다’는 뜻을 담아 공동구매 앱이라는 점을 표현했다.  
 핀둬둬 제공
핀둬둬 로고. ‘많이 모인다’는 뜻을 담아 공동구매 앱이라는 점을 표현했다. 핀둬둬 제공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경영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전 세계 40세 이하 자수성가형 부호 순위에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위에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순위에 없었던 새로운 인물이 올라섰다. 창업 3년 만에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고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Pinduoduo·PDD)의 황정(zheng huang)이다.


황정은 중국 항저우의 외곽마을 출신이다. 공장 노동자였던 부모님과 함께 가난하게 생활했지만, 그에게는 끈기와 뛰어난 두뇌가 있었다. 사교육으로 치장한 다른 학생들을 앞지르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황정은 그 수상경력을 디딤돌 삼아 12세의 나이로 항저우 최고 명문학교인 항저우 외국인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명문가·부유층의 자제들이 대부분인 이 학교에서 그는 더 넓은 세상을 꿈꾸게 된다.

이후 중국 내 명문대 중 하나인 저장대학교에 컴퓨터과학 전공으로 입학한다. 그는 당시 베이징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십을 했는데 월 급여 6000위안(약 100만 원)을 받으며 경제에 대해 처음 깨닫는다. 이미 자신의 부모 소득을 넘어버린 자신을 보며 오직 공부와 기회만이 더 나은 미래로 자신을 이끌어줄 것이라 믿게 된다.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로 유학을 떠난 그는 최고의 성적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IBM 등 당대 최고의 기업으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회사는 이제 막 검색엔진을 선보인 초창기 스타트업인 ‘구글’이었다. 그는 구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입사 3년 만인 2006년 중국으로 돌아왔다. 구글의 상장으로 평생 놀아도 될 만큼의 경제적 자유를 얻었지만, 그는 자신의 회사를 만들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창업자 황정.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뛰어난 두뇌와 끈기로 자수성가했다. 그 결과, 그는 후룬경영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전 세계 40세 이하 자수성가형 부자 중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980년생인 그는 중국 최연소 억만장자로 현재 그의 자산은 15조 원을 넘어섰다. 로이터 제공
창업자 황정.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뛰어난 두뇌와 끈기로 자수성가했다. 그 결과, 그는 후룬경영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전 세계 40세 이하 자수성가형 부자 중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980년생인 그는 중국 최연소 억만장자로 현재 그의 자산은 15조 원을 넘어섰다. 로이터 제공


2007년에는 작은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창업해 매각했고, 두 번째로는 유명 외국상품을 온라인 사이트에 입점시키는 중개업을 운영하며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훈련을 마친다. 이후 메시지 앱 기반에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를 설립해 ‘메신저’ 사업에 관해서도 공부하게 된다. 33세에 다시 사업을 접은 그는 지금까지 했던 자신의 사업 모두를 접목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당시 중국은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라는 두 개의 온라인 사이트가 장악 중이었다. 하지만 황정은 메신저를 기반으로 쇼핑을 유도하고 여기에 게임하듯 사람들이 쉽게 물건을 살 수 있는 ‘공동구매 사이트’라는 아이디어를 낸다. 메신저에서 홈페이지를 직접 연결할 수 있게 하고 사람들이 친구들을 모아 오면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쇼핑 방식이다. 2015년 5월 ‘Pinduoduo’ 앱이 세상에 나왔다. ‘많이 모인다’는 뜻의 공동구매 앱이었다. 일반적인 상품보다 20%나 싸게 구매할 수 있었다.

또렷한 2강 체제에 새로운 쇼핑몰은 당연히 설 자리가 없는 것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소득수준이 낮고 생활비가 저렴한 지방 도시에서 공동구매자들이 모여들며 매출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등록된 판매자만 100만 명을 넘겼고, 고객 역시 4억 명을 돌파했다. 이러한 결과로 설립 3년 만인 2018년 7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239억 달러(약 28조 원)에 달한다. 회사 지분 46.8%를 소유 중인 창업자 황정의 재산은 이미 15조 원을 넘어섰다.

황정은 초대 싱가포르의 총리 리콴유를 가장 존경한다. 가난했던 싱가포르를 손꼽히는 세계의 부국으로 만든 그의 열정과 리더십을 늘 가슴에 새긴다. 그 역시 가난했던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해준 건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이라는 것을 안다.

이제 ‘핀둬둬’는 중국에서 2순위 안에 드는 쇼핑몰로 성장했고, 그는 자기가 본보기가 될 것을 알고 있다. 불과 3년에 압축된 성공이지만, 그 안에는 30년 그의 모든 인생의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이제 전 세계 언론들은 그를 전 세계 스타트업의 또 다른 교과서로서 그의 삶을 다루고 있다.

<송지영 IT.스타트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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