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병사 최초로 유럽서 논문 (국제학술대회) 발표… 軍서 쌓은 ‘귀한 스펙’

조아미

입력 2019. 06. 18   16:06
업데이트 2019. 06. 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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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군의 Do Dream <55> 육군8사단 정보대대 정해륜 병장


늦게 입대해 ‘나이 무게 ’느껴져
정찰병 자원 등 매사에 솔선수범 


자투리 시간 아껴 전공분야 공부
재활운동학회에 논문 보내 채택
네덜란드까지 날아가 ‘발표 영예’
“군대에서도 얼마든지 역량 키워”


육군8사단 정보대대 영내 훈련장에서 정해륜 병장을 비롯한 부대 정찰반 팀원들이 수색정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김재인 상병
육군8사단 정보대대 영내 훈련장에서 정해륜 병장을 비롯한 부대 정찰반 팀원들이 수색정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김재인 상병

장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스물여섯 나이에 마지막 입영통지서를 선택했다. 병사 신분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편견이었다. 병사 최초로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순간이 왔다. 특급 체력은 물론 조기 진급, 분대장까지 지·덕·체를 가진 정찰병으로 거듭나고 있다. 육군8사단 정보대대 지상정찰중대 정찰병 정해륜 병장의 이야기다.


‘정찰대’ 에너지로 군대 편견 부수다

정해륜 병장은 입대 전 운동과학을 연구했다. 대학에서 특수체육교육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스포츠 공학 융합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다.

미래 준비에 막힘이 없던 그에게 군 입대는 골칫거리였다. 체육 석사 학위가 있던 정 병장에게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체육학처 교수사관을 통해 장교가 되는 길이 있었다. 장교가 되면 스펙도 쌓고 강의를 할 수 있어 병사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번 장교 시험에서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입대를 계속 연기하게 됐고, 결국 석사 졸업 후인 2017년 10월 24일 병사로 입대했다.

“사회에서는 대부분 막내였어요. 그저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됐죠. 그러나 군대는 달랐습니다. 늦은 나이에 입대하다 보니 나이의 무게가 느껴졌어요. 누군가 해주기만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 솔선수범하게 되더라고요.”

정 병장은 정찰병을 자원했다.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정찰대는 다른 부대와 달리 가슴에 정찰 마크를 단다. 정 병장에게 이러한 특별함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러나 생각보다 정찰병 임무는 쉽지 않았다. 험한 산을 극복할 수 있는 체력, 각자의 생존과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한 능력이 필요했다. 아울러 부대가 통합·개편되면서 의욕과 달리 정신없이 군 생활하기에 바빴다.

“상황에 맞게 계획을 다시 수정했습니다. 강인한 체력을 위해 노력했고, 체력 특급을 달성해 정보대대 1대 특급전사의 명예를 얻게 됐어요. 이와 더불어 특공무술과 태권도를 배워 각각 1단을 땄습니다.”


한계 없는 군 스펙, 미래를 여는 시간


책 읽기를 싫어했던 정 병장이었지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관심 있는 분야의 책부터 읽었다. 더 나아가 전공 분야의 논문도 읽어나갔다.

“군 생활에서는 틈틈이 생각할 시간이 많습니다. 저는 그 시간을 활용했어요. 조금씩 채워진 고민의 시간이 모였고, 한순간 연구 주제가 떠오르더라고요.”

정 병장은 낮에는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저녁이 되면 개인 정비시간, 연등을 통해 논문을 작성하며 미래를 차근히 준비했다. 주제가 선정된 후에는 매일 사이버지식정보방(사지방)을 찾았다.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논문을 샅샅이 리뷰했다. 유튜브를 통해 총 48경기 359명의 경기 영상을 하나씩 돌려보며 자료를 정리했다.

그는 “논문을 작성하려면 실험을 해야 하는데, 부대에 있다 보니 사지방에 들러 수많은 경기 영상을 유튜브로 봤다”고 말했다.

도전은 계속됐다. 정 병장은 논문에서 자주 언급된 연구자들을 찾아보던 중 그들이 주제발표자로 나서는 학술대회를 알게 됐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후 자신이 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후 완성된 논문을 국제학회에 보냈고, 정 병장의 논문이 선정됐다.

그리고 정 병장은 병사 최초로 지난해 1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2018재활운동학회 국제학술대회(Rehabmove 2018)’에 참석해 논문을 발표했다. 주제는 ‘100m 휠체어 육상선수들의 장갑 유형에 따른 운동학적 분석’이다. 선수 전략에 따라 손 장갑의 두께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군대는 목표가 뚜렷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한다면 한없이 지원해주는 곳입니다. 부대 또한 제 목표를 아낌없이 지원해주셨죠. 개인 휴가를 이용해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네덜란드에 가서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군에서 깨달은 행복의 근원

정 병장은 이론과 현장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과학자가 꿈이다. 평소에도 이론 공부를 통한 지식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까 틈틈이 상상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비밀 노트에 메모한다. 이 노트는 공모전 수상에도 큰 도움이 됐다. 정 병장은 드론기술센터에서 주최한 스마트드론 아이디어 공모전 본선에 진출했다.

또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스포츠산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육군 주관 아이디어 뿜뿜콘테스트에서 사단 우수상도 수상했다. 그는 “군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면서 “심심풀이로 읽은 국방과학기술 간행물은 드론 공모전에 큰 영감을 줬다. 부대에서 축구 하다 안와 및 비골 골절 수술을 받으면서 스포츠 안전에 대해 공부하는 계기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병장은 평소 무뚝뚝한 아들이었다. 그랬던 그가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휴가 때 집에 가면 설거지나 집 안 청소를 하는 등 살가운 막내아들이 된다. 아버지 환갑 선물로 부모님을 여행 보내드리기로 마음먹고 월급 가운데 10만 원씩 적금도 넣고 있다.

“군대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역량을 키워 스펙을 쌓을 수 있다는 걸 제가 증명했습니다. 저는 오늘도 군대라는 기회의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주어진 황금 같은 시간을 알차게 쓰다 보면 좋은 결과가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세요!.”

조아미 기자 lgiant61@dema.mil.kr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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