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병영의 창] 국민을 지키는 소리

입력 2019. 06. 14   14:07
업데이트 2019. 06. 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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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미 소령

육군항공작전사령부


“두두두두두두두두~.” 밤낮없이 내 주변에서 들리는 이 ‘소리’는 가끔 내 머리 위에서 혹은 옆에서, 또 아주 가끔은 내가 탄 ‘헬기에서 나는 소리’다. 출근부터 퇴근 후까지 계속되는 이 ‘소리’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사실이다. 대위 시절 육군항공작전사령부(항작사)에서 처음 근무할 땐 귀마개를 끼지 않으면 업무가 안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항작사에서의 두 번째 근무. 이젠 주변 헬기 소리에 익숙해졌다.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이 소리를 들어야 안정감을 느끼고, 또한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완벽한 임무수행을 위해 노력하는 조종사·정비사·무장사·승무원 등 육군항공 장병들의 노고를 알기 때문이다.

최근 아주대 응급외상센터의 이국종 교수가 모 신문사와 함께 응급닥터헬기의 소음을 참아 사람의 생명을 살리자는 ‘소생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이어지는 이 캠페인에 우리 의무후송항공대 장병들도 참여해 닥터헬기 소리는 ‘소중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소리’임을 알리고, 잠깐의 헬기 소리를 참아 생명을 살리자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 캠페인 영상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내가 온종일 파묻혀 있는 이 헬기 소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이 ‘소리’는 우리 육군항공부대뿐만 아니라 내가 과거 근무했던 보병부대의 소총 사격장, 포병부대의 자주포 훈련장, 전차·장갑차 기계화부대 훈련장 등에서도 계속 들어왔다. 특히 굉음을 내는 자주포 사격 소리는 잠깐만 옆에 있어도 귀가 먹먹해졌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소리로 인해 인근 마을이 겪는 고통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훈련장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나 기사를 자주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각 부대의 훈련으로 발생하는 소리에 따른 피해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만약 이런 소리를 내지 못하는 군대라면? 군대가 사라진다면? 과거 우리 역사에서 주권을 빼앗기고, 군대가 해산됐을 때 우리가 듣는 소리는 우리의 언어가 아니었고, 우리 군대의 소리가 아니었다. 젊은 청년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국주의를 위해 전쟁터로 내몰려 듣고 싶지 않은 전장의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얼마 전 ‘을지태극연습’ 중 실시했던 국가위기대응 FTX가 생각난다. 대규모 지진으로 건물 붕괴, KTX 열차 탈선, 울진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파주 유해화학물질 유출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민·관·군의 재난대응 실제 훈련이 실시됐다.

FTX 중 우리 항작사 및 육군항공전력은 긴급의무후송, 유해화학물질 오염도 측정, 특전사 요원 공중수송 등의 임무를 수행했고 수리온·블랙호크·시누크 등 항공기들이 훈련 참가 인원들의 시선을 강탈하며 완벽히 임무를 수행했다. 구급차, 119소방대 등의 각종 사이렌 소리와 함께 현장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 중인 항공기들의 ‘소리’가 자랑스러웠던 건 내가 항작사 장병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기지에서는 항공기들이 이륙한다. 오늘도 여전히 멋지구나! 저 하늘로 거침없이 날아오르는 ‘소리’는 ‘국민을 지키는 소리’임을 알고 있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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