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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적 성격 아닌 ‘국민이 체감하는 평화’ 천명

김상윤

입력 2019. 06. 13   15:56
업데이트 2019. 06. 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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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이 본 文 대통령 ‘오슬로 연설’ 의미와 전망


“기존 한반도 평화구상을 큰그림으로 작은 것부터 실천 강조
신뢰 확보 재언급 주목… 남북 간 접경지역 협력 제시 긍정적
비핵화 등 北 참여 의지 중요… 인내심 갖고 신중하게 접근을”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 후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질의응답은 BBC 서울특파원 로라 비커가 진행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 후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질의응답은 BBC 서울특파원 로라 비커가 진행했다. 연합뉴스

노르웨이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오슬로 포럼’ 초청 연설에서 ‘국민을 위한 평화’라는 새로운 비전을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연설에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해 변함없는 한반도 평화 구축 의지를 드러내며 북·미 정상 간 조속한 만남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 구상이 담겼던 베를린 선언 이후 2년, 오슬로 연설의 함의와 향후 전망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김상윤 기자 ksy0609@dema.mil.kr

국방대학교 박민형 교수는 이번 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체감’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구호적 성격의 ‘평화’가 아닌 국민이 체감하는 평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오슬로 연설의 핵심”이라며 “기존 한반도 평화 구상을 큰 그림으로, 국민이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앙대학교 최영진 교수는 대북 정책의 큰 흐름을 유지한 가운데 ‘신뢰 확보’라는 원칙을 다시금 천명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교수는 “상호 대치하는 두 집단이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자 방법은 신뢰 확보”라며 “국가 간 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비정치적 영역과 민간 교류 등 국민이 체감하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실질적인 방안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숙명여자대학교 홍규덕 교수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가 이어진 가운데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했다는 측면에서 시의적절했다”며 “단, 현실적인 문제를 타개하려면 앞으로 보다 세밀하고도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평화’를 구축하는 방안으로 남북 간 접경지역 협력을 제시했다. 1970년대 동·서독 접경위원회가 그랬던 것처럼, 접경지역의 각종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데 노력하면서 교류·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일정 틀 안에 갇혀있던 남북 교류협력의 지평을 확장하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작은 것부터 시작해 점차 큰 신뢰를 구축하는 방안”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교수도 “남북이 함께 전염병·병충해 등 접경지역 문제 해결에 힘쓰며 ‘협력의 모멘텀’을 만들자는 상징성 있는 제안”이라며 “북한이 만약 이에 응한다면, 남북 간 실질적 교류와 소통이 확대되고 평화 프로세스가 탄력받는 뜻깊은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교수는 “접경지역에서 평화의 싹을 틔우는 것은 중요하나, 여기서 핵심은 북한의 참여 의지”라며 “특히 비핵화와 같은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연설 이후 질의응답에서 북·미 정상의 조속한 만남을 촉구했다. 최 교수는 “이는 북한에게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시그널”이라며 “인간관계도 자주 만날수록 좋아지듯이 양국 정상이 직접 대화하는 톱다운 식 해법이 북·미 관계 개선에 여전히 유효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네거티브가 커지기 때문에, 조속한 대화를 통해 평화에 대한 의구심을 줄이자는 판단이 깔린 것”이라며 “시한 그 자체보다는, 정상회담 추진에 필요한 사전조치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결국 북한이 얼마나 전향적인 자세와 문제 개선 의지를 보이느냐가 성사의 관건”이라며 “G20 이후에도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은 얼마든지 다시 살릴 수 있기에 조급함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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