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평균’의 굴레를 벗자

입력 2019. 06. 13   14:11
업데이트 2019. 06. 13   14:39
0 댓글

강원구 대위 육군특전사 흑표부대
강원구 대위 육군특전사 흑표부대

원초적 질문,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 연봉, 키, 학력은 전체의 상위 몇 %에 속할까? 사회적인 분위기가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것을 꺼리는 요즘에도 전체의 평균 중 나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쉽게 떨쳐낼 수 없다. 이는 우리가 태어나서 체중을 처음 측정하는 순간부터 무덤에 묻히는 나이까지 모든 수치를 ‘평균’이라는 틀에 넣고 살아가는 습관 때문이다.

『평균의 종말』을 쓴 토드 로즈에 따르면, 이런 습관의 기초적인 ‘평균주의’는 벨기에의 과학자 아돌프 케틀레의 연구를 미국의 기술자 프레더릭 테일러가 산업에 적용하며 시작됐다. 테일러는 이를 ‘표준화 시스템’이라고 정의했으며 이는 산업화와 공교육의 발전에 따라 급속도로 전 세계로 퍼졌다. 그 결과 현대사회는 개인을 더는 그 존재 자체로 바라보지 않는다. 개개인이 가진 특징이나 장점을 인식하기 전에 표준에 맞춰 측정된 몇 가지 가치로만 그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피겨스케이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김연아 같은 아이가 있더라도 그 아이의 수학능력이 평균보다 낮다면 그 아이는 ‘평균 이하’의 아이로 판단한다. 이렇듯 평균주의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실전 전투능력이 중요한 군 인재 선발 시스템에서는 ‘평균화 시스템’이 갖는 단점이 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군에는 다양한 특장점을 가진 인재가 숨어있다. 그들은 대부분의 군 장병처럼 자신의 강점보다는 계급과 병과 같은 포괄적인 단위에 묶여 동일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이들 중에는 특출나게 강한 체력을 가진 인재, 탁월한 지휘 역량을 보유한 인재 등 다양한 특장점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특장점을 찾기보다는 전체의 평균값을 균등하게 맞추도록 설정된 지금의 시스템은 이런 인재를 발굴·양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처럼 단점이 명확한 ‘평균주의’가 사회와 군대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평균화 시스템’이 가진 간편성과 효율성 덕분이다. 물론, 제한된 인프라나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간편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한 인재양성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개개인의 데이터를 쉽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체에게 동일한 교육을 부여하는 것보다 데이터에 기반해 개인의 특장점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가능함을 넘어 적극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토드 로즈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그중 우리에게 적용 가능한 대안은 개개인에게 맞는 분야의 자격을 체계적으로 획득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자격증 획득 위주의 교육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지휘참모과정이라는 일괄적인 군사교육 대신 독도법 자격증, 사격 자격증 등 각종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는 교육 및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군 장병 개개인이 평균을 넘어선 능력을 갖춘다면 군 전체의 전력 또한 평균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