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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경 문화산책] 헝가리 유람선 사고를 통해 본 안전불감증

입력 2019. 06. 13   14:52
업데이트 2019. 06. 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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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경 세계여행전문가
노미경 세계여행전문가


지난 5월 30일 아침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 앞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이 침몰해 패키지 여행 중이던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참변을 당했다. 세계여행전문가이자 여행작가로서 혼자 다니는 여행도 즐기지만, 가끔 여행사의 단체 패키지 여행을 인솔하는 여행인솔자로 일과 여행을 함께하는 나 역시 헝가리에 갈 때면 다뉴브강 유람선을 타곤 했다.

주로 낮보다는 밤에 유람선을 타는데 국회의사당 주변과 세체니 다리 그리고 반대편에 멀리 보이는 자유의 상과, 부다 왕궁이 화려한 조명으로 야경이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우리나라 패키지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됐다. 현재까지 뉴스를 통해 접한 바로는 크루즈 선장과 승무원들의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크루즈 선장과 승무원들의 부주의와 무책임이 일차적 원인이겠지만, 2주 전부터 내린 비로 이미 다뉴브강 수위가 높이 올라간 상태에서의 무리한 운행, 건조된 지 7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선박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운행된 것 등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낸 인재가 아닐 수 없다.

몇 해 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 옵션으로 유람선을 탈 예정이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내린 비로 센강 수위가 올라가 있어 프랑스 정부에서 유람선 운항을 중지시켰던 적이 있다. 당시는 유람선을 못 탄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게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 센강의 경우 조금만 수위가 올라가도 안전을 위해서 모든 유람선 운항을 정지시키고 또 유람선 회사에서도 운항하지 않는다.

최근 자유여행이 많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패키지 여행이 대세다. 패키지 여행의 특성상 정해진 짧은 시간에 많은 나라를 한꺼번에 돌아보는 일정이 대부분이다 보니 여행자로서는 주어진 일정을 다 소화해야 하므로 시간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천재지변이나 자연적 상황에 따라 때로는 여행을 포기할 줄도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성격 급한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그런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일정을 너무 무리하게 강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국외 출국자 수는 매년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이제 거의 3000만 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해외여행에 대한 안전의식은 아직 과거 그대로다.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 차원에서 여행지별 철저한 안전 매뉴얼을 만들고, 그 나라와의 긴밀한 상호 보안 관계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개인이 안전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도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지역에 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여행지에서도 안전불감증을 가진다면 위험은 곳곳에 있을 수 있으므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더는 이와 같은 사고가 없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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