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문화산책

[박소은 문화산책]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위대한 음악의 힘’

입력 2019. 06. 06   14:57
업데이트 2019. 06. 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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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소프라노
박소은 소프라노

나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무대에 서는 걸 즐긴다. 천직이 성악가인 것 같다. 수천수만 관객이 숨죽이며 경청하는 국내외 공연장뿐만 아니라 국회나 시청과 광화문광장에서도 무대에 서기만 하면 더욱 즐겁고 흥분된다. 그래서 운명적으로 소프라노가 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는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다. ‘토스카’는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1800년 6월 17일과 다음 날 새벽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그린 사실주의 오페라다.

토스카는 갈등과 슬픔, 절망 속에서 이 아리아를 독백처럼 부른다. “예술과 사랑만을 위해 살아왔을 뿐 누구에게도 나쁜 짓을 한 적이 없는데, 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신이시여” 푸치니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적이다. 나는 이 곡을 부를 때마다 절규하는 비통한 토스카로 변신하곤 한다.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귀여운 셋째 딸이었다. 순수하지만, 자존감이 강한 아이였다. 하지만 성악을 시작하면서 늘 나의 자존감을 낮춰야 했다. 고교 시절 선생님에게 “가진 소리만 있을 뿐 음악적인 표현능력이 부족하니 노래를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점점 무대에 서는 게 두려워졌다. 방황하기 시작했고, 점차 노래로 소통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늘 주저하고 용기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피아노 앞에 앉아 악보와 피아노에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나 자신을 바닥으로 내려놓을 때의 좌절감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폭풍우가 잦아들 즈음 내 음악을 다시 고귀하게 되살려준 선생님 한 분을 만나게 됐다. 운명의 전환점이었다. 나에게 “소은아, 넌 사랑이 많고 그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될 거야. 귀한 재능이 있으니, 잘할 수 있어”라고 늘 말씀해 주셨다. 나는 점점 두려움에서 벗어났고, 포기하지 않았고, 기적처럼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바꿔 노래하게 됐다.

나는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그들의 선한 눈을 본다. 노래를 사랑하는 눈망울을 보며 “너는 음악을 사랑하는 고귀한 사람이야. 그 사랑을 노래로 전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될 거야”라고 속삭여준다. 그러면 학생들은 자신감을 찾게 되고, 신기하게도 노래를 멋지게 불러낸다. 몇 년 동안 입시 때마다 좌절했던 한 학생은 나를 만나 노래를 공부한 지 한 달 만에 4년 장학생으로 한 대학에 합격했다. 또 다른 학생은 두 대학에 동시 합격했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아픔 없이 기쁨을 알 수 없고, 고통 없이 행복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귀중한 사람들이다. 나를 가둬온 틀을 깨뜨리고 흔들리지 말고 날아보자. 용기를 갖고 도전해보자. 어떻게 노래 부를지 고민하지 말고, 마음을 다해보자. 어려운 길도 있을 것이고, 행복한 날도, 화려한 날도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당당하고도 아름다운 나만의 노래로 날개를 활짝 펴는 ‘고귀한 삶’이 될 것이다. 음악의 위대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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