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주변국 공조 통한 외교적 노력으로 해법 찾는다

입력 2019. 06. 03   15:18
업데이트 2019. 06. 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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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정부, 미세먼지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


中 ‘미세먼지 책임론’ 오리발
정부 ‘외교적 해법 찾기’ 시동
국제기구 통해 ‘공론화’ 나서
유럽 월경성대기오염협약 참조
싱가포르 사례도 교훈 삼아야 

 
정부는 최근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급기야 지난 5월 22~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 각료이사회에 미세먼지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캡처
정부는 최근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급기야 지난 5월 22~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 각료이사회에 미세먼지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캡처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정말 심각합니다. 지금 제일 많이 일해야 할 환경부조차 아무 소리 안 하고 대통령님 또한 미세먼지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기 때문에 국민은 불신하고 있습니다. 제발 중국에 항의하시고 더불어 산둥반도에 위치한 공장들을 폐쇄하라고 말해 주십시오. 이것은 국민의 건강과 수명, 미래가 달린 일입니다. 중국에서 헛소리 지껄이면서 할 수 없다고 하면 단호히 단교하고 국제소송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이다. 

 
글이 올라오자마자 바로 20만 명이 넘어섰던 핫한 이슈였다. 2019년 3월 최악·최장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다. 정부가 즉시 팔을 걷고 나섰다. 대통령께서 “미세먼지의 책임이 중국에도 있다”고 언급하셨다. 그러자 바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이 나왔다.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성명에 열 받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재차 미세먼지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언급하자 이번에는 중국의 기관지인 환구시보가 “과학적 증거를 대라. 중국 미세먼지를 봉지에 담아 서울에 뿌렸나?”라고 보도했다. 중국환경생태부 대변인은 한술 더 떠서 “서울 미세먼지는 서울 것이다”라는 오만방자한 발표를 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이 무엇인가 하면 중국은 절대로 미세먼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지금까지의 정책을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미세먼지에 대해 ‘할 말도 못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정부가 ‘미세먼지 외교’를 시작한 것이다. 원만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하려던 전략에서 국제기구 등에 미세먼지 문제를 제기하기로 한 것이다.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는 5월 22~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 미세먼지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이번 OECD 각료이사회의 올해 주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디지털 전환의 이용’이다.

우리 정부는 세부 의제인 환경·지속가능성과 밀접한 미세먼지 논의를 전개한 것이다. 정부가 OECD를 미세먼지 외교의 첫 발판으로 삼은 것은 OECD 36개 회원국의 주축이 유럽국가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1970년대부터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물질 등을 놓고 협력해왔고 ‘월경성(越境性)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협약(CLRTAP)’이 체결되면서 해결됐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리가 내건 제안에서 ‘월경성(越境性·transboundary)’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국내 미세먼지 문제의 주요 원인인 중국발 미세먼지를 다룰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이외에 정부는 5월 27일부터 31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75차 정기총회에서도 대기오염 해결에 관한 별도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다. UNESCAP는 62개 회원국이 포함된 아·태 지역 최대 규모의 정부 간 기구다. 이 지역 국가에서도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간의 월경성 미세먼지 문제가 큰 이슈였고, ‘월경성 연무오염 아세안협정(AATHP)’이 맺어졌기에 이해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중국도 참가회원국이기에 이곳에서는 ‘월경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필자는 싱가포르의 외교적 노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 팜오일과 펄프를 생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열대우림에 불을 질렀다. 이곳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가 싱가포르로 날아오면서 국민들 건강이 큰 위협을 받았다. 이에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인도네시아 복지부 장관은 “싱가포르가 애처럼 군다. 그만 좀 칭얼대라”고 조롱했다. 그러자 싱가포르는 ‘초(超)국경 미세먼지법’을 2014년에 제정해 인도네시아 기업까지 불이익을 주었다. 여기에 이웃 국가들과 힘을 합쳐 인도네시아를 압박하고, 이 문제를 유엔에 제기해 2015년 지속개발정상회의 의제로 채택시켰다. 이때부터 인도네시아의 태도가 바뀌고 싱가포르에 협력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발 미세먼지는 2016년 이후 크게 줄어들면서 최근 3년 동안 싱가포르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 물론 우리가 싱가포르처럼 좋아지기는 어렵겠지만, 정부의 바뀐 외교적 노력으로 공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일러스트=반윤미
일러스트=반윤미

● TIPS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싱가포르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에 경제적으로 접근했다. 국민들이 내야 할 미래 건강비용보다 정부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이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미세먼지로 인한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기관지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의 환자들에게 비용 보조 정책인 연무보조금제도(haze subsidy scheme)를 시행하고 있다. 미성년자와 노인 그리고 저소득층 대부분의 병원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다. 여기에 혼자 살거나 질환을 가진 노년층, 거동이 어려운 시민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미세먼지 마스크, 라면, 음료, 통조림 식품, 비타민C, 점안액 등으로 구성된 we care package를 배포한다. 기타 저소득층으로 분류된 사람들에게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무료로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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