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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시] 조산해 시인 '고막(鼓膜)'

입력 2019. 05. 31   16:02
업데이트 2019. 06. 0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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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막 (鼓膜)


전쟁의 포화는 가는귀를 멀게 하고
이마와 허벅지에 총알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할아버지, 잘 안 들리세요?
야야, 뭐라카노?

지나가는 아이들의 큰 목소리가
포성처럼 크게 들려옵니다

포탄 소리에 귀먹었다고 말하면
누가 알아주기라도 하는가

애써 외면하며 살았던 오래된 침묵의 이야기
너무 아파 오늘 끄집어내어 봅니다

어쩌면 고막이 막혀 들리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스쳐간 총알의 상흔을 보여주면
누가 알아주기라도 하는가

전쟁은 이러했노라고 말하며
떨리는 눈시울이 붉어졌었는데

기억합니다
당신께서 지키고자 했던 조국의 의미를

아버지,


▶ 해설
이 시는 작고하신 선친(先親)의 이야기입니다. 즉, 화자(話者)가 바라보는 주인공은 아버님입니다.

실제로 제 아버지께서는 6·25전쟁을 통해 두 번의 군대 생활을 했습니다. 전쟁 전후로 복무한 것이지요.

자식으로서 지켜본 아버지는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사람입니다. 많은 참전 용사가 그러하듯 국가는 지켜야 할 존재 그 자체였습니다.

무슨 이유가 어디 있었을까요?
조국을 지켜야 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내 나라라는 이유 하나로 지켜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지요.
이 땅의 순국선열들이 지키고자 했던 그 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하고, 이제는 이해해야 합니다.
마지막 연의 [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담은 함축적인 시어(詩語)입니다.



조산해<시인> 
강남시문학회 회원·문예마을 회원 
LSK Global PS 상무이사
조산해<시인> 강남시문학회 회원·문예마을 회원 LSK Global PS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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