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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터키 갈등, 美 보호 쿠르드족이 ‘불씨’… 터키엔 안보위협

기사입력 2019. 05. 31   17:47 최종수정 2019. 06. 02   15:41

[국제 이슈 전문가 진단] 미국·터키 간 갈등과 미국의 동맹전략 변화

터키,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 독립운동 ‘골머리’  

최근 러시아제 ‘S-400’미사일 구매 결정으로 갈등 증폭

미국 우선주의 동맹전략 조정 거칠 듯   


미국과 터키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나토(NATO) 회원국인 터키는 사실상 미국과 나토의 적국이라 할 러시아로부터 대공 및 미사일 방어 무기인 S-400 구매를 결정한 상태며 이를 강행하고 있다. 미국은 압박과 회유를 동시에 구사하며 터키의 결정을 되돌리고자 하나 아직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지난 5월 2일(현지시간)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직무대행은 터키 국방장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사태해결을 자신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지난해 4월 독일 베를린 ILA 에어쇼에서 록히드 마틴의 F-35가 전시되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스텔스기 추적 자료 축적 가능성 우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사태해결에 대해 논의했음을 밝혔다. 


미국이 터키의 S-400 구매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터키가 100여 대에 이르는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를 계획하고 있으며 조종사 양성 등 도입 직전 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터키가 자국 내에서 S-400과 F-35를 동시에 운영한다면 S-400의 레이더 시스템을 통해 스텔스기를 추적할 수 있는 자료가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터키는 이미 이스라엘도 F-35를 S-400이 배치된 시리아 영공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터키의 경우 이를 S-400의 사정권 밖에서만 운영할 것이라 맞서고 있어 사태는 더욱 혼전 양상이다. 


터키와 미국의 갈등 심화가 충격을 주는 것은 터키가 1952년부터 나토의 일원이었을 뿐 아니라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국가로서 냉전기 이후 대표적인 미국의 핵심 동맹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소 간 핵 위기로까지 이어졌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는 미국이 터키에 주피터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촉발된 사건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터키는 미국이 중동 문제에 개입할 경우 대부분의 공군기를 발진시키는 주요 공군기지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터키와 미국은 역사적으로 협력과 반목을 반복해 온 복합적 관계 양상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복잡하게 얽힌 중동의 이해관계 속에서 터키는 미국이 과연 자국의 안보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주는가에 대해 의구심과 우려를 가져왔다. 터키가 역내에서 자국의 사활적 안보 이익으로 추구하는 정책들이 미국의 글로벌 전략과 충돌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동맹을 유지했던 것은 소련이라는 거대한 공동의 적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냉전 붕괴 후 양국 간 갈등과 이해의 불일치는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됐다. 더불어 1991년 걸프전은 돌이키기 어려운 갈등의 불씨를 낳았다.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를 축출한 후 미국은 이라크 내에서 핍박받던 쿠르드족을 ‘비행 금지 구역(no fly zone)’을 설정해 군사적으로 보호했다. 이를 계기로 생존한 쿠르드족은 이라크 내에서 자치정부 수립을 추진했다. 반면 터키는 수십 년 동안 터키 내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 운동으로 골머리를 썩여 왔기 때문에 쿠르드족의 부상을 안보위협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ISIS 격퇴과정에서 쿠르드족 세력 확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ISIS에 대한 미국 주도 군사대응은 이러한 미국과 터키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시리아 내전의 혼란을 틈타 ISIS가 점차 세력을 확대하며 마침내 국가와 유사한 조직마저 갖춰나가자 미국은 더 이상 군사 개입을 미룰 수 없었다. 그러나 지상군 투입에 큰 부담을 느끼는 미국은 공중 폭격에 집중하면서 지상전은 쿠르드계 무장조직인 시리아민주군(SDF)에게 맡겼다.


따라서 쿠르드족의 지상전 성공을 통해 ISIS를 격퇴하는 과정에서 확보되는 미국의 (대테러 및 지역안정에 따른) 국가이익은 쿠르드족의 세력 확대로 인한 터키의 국가이익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2018년 말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전격 발표됐던 미국의 시리아 철군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후 미국이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공격이 있어서는 안 됨을 요구했던 것 역시 협력과 반목을 오갔던 양국의 관계를 재현한 것이다.


러시아 볼고그라드 시민들이 지난해 2월 제2차 세계대전 스탈린그라드 전투 75주년 기념 퍼레이드에 참가할 러시아 대공 및 미사일 방어 무기 S-400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터키에 ‘S-500’ 공동 개발 제의도     


터키는 S-400 대신 패트리어트를 구매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F-35 판매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미국의 압박에 대해 S-400 구매 강행을 주장하면서 러시아와 S-500 공동개발에도 착수할 것임을 밝혔다.


S-400이 제원상 미국의 패트리어트보다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절반 수준인 데다 미국은 기술 이전에 인색한 반면 러시아는 공동개발마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중동의 전략적 구도상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한 터키가 미국과의 동맹만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도 확대해 나가고자 한 결과로 평가된다.


미국은 현재 중국,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들과의 전략적 경쟁이 미국에 대한 최대의 안보위협이라 규정하고 이에 대항하기 위한 전반적인 태세를 정비해 나가고 있다. 동맹전략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동맹 재편’은 단지 대통령 자신의 독특한 대외전략관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중국,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부의 힘의 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은 중국, 러시아의 도전이 위협적인 이유가 과거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던 첨단 과학기술이 이들 국가에도 확산된 결과로 보고 있다. 물론 미국이 계속 미국 우선주의만을 고집할 경우 동맹 간 반목이 심화해 중장기적 안보이익을 저해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동맹전략은 향후 조정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 예상된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터키와 미국 사이의 갈등을 ‘슬로 모션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 충돌(a slow-motion car crash)’에 비유했다. 양국 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이해관계가 궁극적으로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동맹관계와 지정학적 공통분모가 과연 그 속도만을 늦출지 아니면 방향마저 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힘과 이익의 충돌…한반도도 예외 아냐”   


미국과 터키 사이의 갈등은 숨 가쁘게 진행되는 글로벌 국제 정치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건으로 계속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제관계의 여러 층위에서 힘과 이익의 충돌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한반도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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