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국방광장

[정희두 국방광장] 아직도 담배 피우세요?

입력 2019. 05. 30   15:00
업데이트 2019. 05. 30   15:10
0 댓글

정 희 두 
공군3262부대·중령
정 희 두 공군3262부대·중령

매년 5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흡연의 폐해를 알리고 금연의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1987년에 제정했다.

내가 군에 입대한 20여 년 전 우리 부대에는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훨씬 많았다. 뭔가 업무적으로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컵에 커피를 가득 타서 재떨이를 옆에 놓고 담배를 피워가며 일하는 것이 어색하지도 않았고, 나무라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청소년 시기나 20대 초반에는 주변 사람들 다수가 흡연하는 환경에서도 담배에 관심이 없다가 임관해 자대배치 후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담배를 배우게 됐고 그 이후로 20년을 피웠다.

담배를 피우면 뭔가 골똘히 생각할 수 있도록 집중이 잘됐고,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결국 그것은 니코틴에 의한 착각이었음을 금연하면서 알게 됐다.

흡연은 중독이고 질병이다. 한 시간이 멀다 하고 담배를 피워야 하니 중독이고, 건강에 좋지 않은데도 그 나쁜 짓을 계속함으로써 몸을 병들게 하니 질병이다.

사실 내가 금연을 결심하게 된 데는 밝히기 부끄러운 가정사가 있다. 내가 중학생 때까지 하루에 두 갑씩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결국에는 폐 질환으로 담배를 끊으셨고, 아이러니하게도 내 아들은 중학생 때 담배를 피우다 적발돼 학교에서 특별교육을 받게 되면서 내 흡연생활에 회의가 느껴졌고 그때 금연을 결심했다.

담배는 기호품이고 건강에 큰 지장이 없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던, 아니 착각했던 나 자신이 결국 3대째 흡연이라는 악의 고리를 끊어주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아들에게 흡연의 롤 모델이 됐다는 자책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금연한 지 2년이 돼간다. 지난 20년 동안 군내 흡연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20년 전과 달리 지금은 비흡연자가 더 많다. 물론 여러 차례 담뱃값도 오르고 다중이용시설에서의 금연정책과 다양한 캠페인 등 선진국 중 어떤 나라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금연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도 큰 몫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금연하니 좋은 점이 정말 많다. 건강도 좋아지고, 냄새도 안 나며, 체력검정 3㎞ 달리기도 크게 부담이 안 되고, 무엇보다도 아내가 좋아한다. 담배를 20년씩이나 피운 주제에 누구보고 담배 끊으라는 말은 쉽게 못 한다. 그러나 지휘관으로서 담배를 안 피우고 부대원들의 건강관리와 체력증진을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전장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군인들에게 전쟁터에서는 권장하기도 했던 담배가 이제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공포가 된다는 것을 흡연 중인 장병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