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실제 상황처럼… 우리는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김상윤

입력 2019. 05. 29   17:59
업데이트 2019. 05. 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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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태극연습 르포 - 육군55사단, 국가중요시설 방호 및 대테러 민·관·군·경 통합훈련


일반 시민에 공개…대국민 홍보 효과
테러범·공포탄 등 동원 사실감 높여
“초국가적 위협 대응 능력 진일보” 


29일 경기도 용인 기흥구청에서 열린 ‘을지태극연습 연계 국가중요시설 방호 및 대테러 민·관·군·경 통합훈련’에서 육군특수전사령부 비호부대 장병들이 테러진압 및 인질구출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29일 경기도 용인 기흥구청에서 열린 ‘을지태극연습 연계 국가중요시설 방호 및 대테러 민·관·군·경 통합훈련’에서 육군특수전사령부 비호부대 장병들이 테러진압 및 인질구출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육군55사단 EOD대원이 폭발물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육군55사단 EOD대원이 폭발물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탕! 탕! 탕!” 29일 오후 2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도심 한복판에서 난데없는 총성이 울렸다. 기흥구청에 잠입한 신원미상의 테러범 3명이 2층 구청장실을 무단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한 것. 범정부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을지태극연습’과 연계한 ‘국가중요시설 방호 및 대테러 민·관·군·경 통합훈련’의 시작이었다. 훈련 관람석을 가득 메운 용인 시민과 어린이들의 표정에 실제 테러 상황을 지켜보는 듯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용인 동부경찰서 소속 순찰차와 112 타격대가 차례로 현장에 출동했다. 그러나 테러범들의 저항은 오히려 더욱 거세졌다. 경찰 위기협상팀의 투항 권고에 돌아온 것은 구청을 폭파하고 인질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테러범의 협박과 여러 발의 총성뿐이었다. 양측의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던 일촉즉발의 순간,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을 구할 주인공들이 나타났다. 전투복과 방호복, 검은 대테러복 등으로 무장한 육군 장병들이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군 전력은 육군55사단 용성연대 용인대대 5분전투대기부대 요원들. 차량을 박차고 나온 10명의 요원들은 테러범 도주로 차단과 진압작전 엄호 지원을 위해 구청 곳곳으로 신속히 전개해 경계자세를 취했다.

5분전투대기부대 요원들의 움직임에 테러범들의 시선이 고정된 사이, 구청 앞 아파트 건물 옥상에는 흑복을 입은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비호부대 저격요원이 은밀히 배치됐다. 테러범들의 도주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는 순간이었다.

이어 특전요원들이 조종하는 정찰드론이 날아가 2층 구청장실 내부 테러범들의 동태를 살폈다. 이를 통해 상황을 완벽히 파악한 특전요원들에게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공격 1조 요원들이 청사 정문을 통해 은밀히 건물로 진입하는 동시에, 옥상에서는 공격 2조 요원들이 레펠로 하강해 테러 현장에 침투했다. 격전 끝에 테러범들은 전원 제압됐고, 인질로 잡혀 있던 시민들은 안전하게 구조돼 장병들의 엄호 아래 구급차로 긴급 후송됐다.

“쾅!” 한숨 돌릴 틈도 없이 훈련 상황이 이어졌다. 테러범들이 숨겨놓은 폭발물이 굉음과 함께 폭발한 것. 다시 한 번 육군 장병들이 활약할 차례였다. 먼저 사단 위험성폭발물개척팀(EHCT)이 근접촬영용 무선조종 관측차량을 활용해 폭발물을 식별했다. 이어 밤 수트(Bomb Suit)를 입은 폭발물처리반(EOD)이 출동해 폭발물을 안전하게 회수했다. 다음으로 출동한 것은 화생방지원대 요원들. 특수 보호의와 외부 공기를 차단해주는 양압식 공기호흡기를 착용한 요원들은 유독가스 탐지기, 화학 작용제 탐지기를 활용해 대기 오염 여부를 정밀하게 파악했다. 화생방 오염이 없는 것이 확인되자, EHCT 요원들이 나서 폭발물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것을 재확인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장병들의 임무는 이처럼 수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전혀 빈틈이 없었다. 끝으로 소방서가 화재 진압 시범을, 기흥구청 직장 민방위대가 심폐소생술 시범을 보이는 것으로 모든 훈련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5분전투대기부대를 지휘한 김대영(대위) 9중대장은 “위기 상황에서는 민·관·군·경이 긴밀히 협력하는 가운데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이번 훈련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실제 상황 발생 시 지역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가운데 현장에서 작전을 종결할 수 있도록 유관 기관과 협력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을지태극연습 민·관·군·경 통합훈련에는 육군55사단 용성연대, 특전사 비호부대, 용인시청, 용인경찰서, 용인소방서 등 6개 기관 200여 명이 참가했다.

특히, 이번 훈련은 일반 용인시민들에게도 공개돼 을지태극연습의 의미와 민·관·군·경의 통합방위능력을 널리 알리는 대국민 홍보의 장이 되기도 했다.

사단을 포함한 6개 기관은 훈련을 앞두고 4차에 걸친 사전 회의를 통해 상호 지원 사항과 발전 사항을 공유하는 등 을지태극연습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훈련은 테러 위협에 대비한 대응 역량 확보에 중점을 두고, 테러 진압 및 인질 구출, 청사 대피, 화생방테러 대응, 폭발물 처리, 화재 진압, 인명 구조, 응급처치 순으로 긴박하게 진행됐다.

세부 훈련에서는 가상의 테러범, 공포탄, 연막탄 등이 동원돼 사실감을 더했다. 특히 특전요원들이 맡은 가상의 테러범 역할은 훈련 전반에 실전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등 공신이 됐다.

박동규 용성연대장은 “이제 우리 군은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테러·재해·재난 등 다양한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맞서 민·관·경 등 유관 기관과 통합된 대응 역량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며 “이번 을지태극연습은 민·관·군·경의 통합방위작전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초국가적인 위협에 대한 대응 역량을 진일보시키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용인에서 글=김상윤/사진=조종원 기자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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