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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AI 기반 교실 솔루션 개발…시총 23조 ‘사교육 신화’ 탄생

입력 2019. 05. 29   15:56
업데이트 2019. 05.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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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교육기술 스타트업 TAL(하오웨이라이)


창업자 장방신 과외하다 교육 재능 발견
명문대 학부·대학원생으로 교사 구성
교실에 스마트 카메라 설치 실시간 촬영
흥미·집중도 시점 분석해 수업에 활용
창업 7년 만에 뉴욕 증시 상장 ‘급성장’  


TAL이 와이즈룸과 함께 개발한 AI를 활용해 학생들의 수업태도를 측정하고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아이들이 흥미있어하는 부분은 물론 집중력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현재 TAL은 중국 전역의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스마트교실’을 진행 중이다.
TAL이 와이즈룸과 함께 개발한 AI를 활용해 학생들의 수업태도를 측정하고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아이들이 흥미있어하는 부분은 물론 집중력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현재 TAL은 중국 전역의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스마트교실’을 진행 중이다.




창업자 장방신은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농사꾼이던 아버지의 벌이로 온 가족이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텨왔던 어린 시절, 그의 재능이라고는 비상한 머리와 우직한 끈기가 전부였다.

공부를 놓지 않았던 그는 지역 명문대인 쓰촨대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뒤 중국인에게 꿈의 학교인 베이징대 대학원 입학에 성공한다.
도시의 물가는 그에게 감당하지 못할 만큼 버거웠다. 틈만 나면 그는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과학 과외를 했고, 남는 시간에는 학원강사 아르바이트로 또 다시 분필을 잡았다. 무려 7개의 아르바이트로 일상을 가득 채워야, 그의 도시 유학 생활이 그나마 버텨졌다.

‘가르침’은 그에게 생계 수단이었지만, 또 다른 재능의 발견이기도 했다. 맡은 학생마다 성적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끼니를 거를 정도로 아이들을 가르쳐도 수중에 쥐는 돈이 얼마 되지 않자 결국 대학원생 동기와 함께 2003년 아오수왕(奧數網)이라는 공부방 창업을 결심했다. 올림피아드 대회 출전을 희망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과외를 모집했다. 과외 시장 대부분이 영어 과목으로 편중돼 있던 시절, ‘올림피아드 수학 과외’라는 장방신의 공부방은 특별했다.  


TAL의 창업자인 장방신. 1980년생인 그의 재산은  6조5700억 원으로 포브스 추산 전 세계 억만장자 303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선 51번째이며, 교육 업계에선 최고 수준이다.
TAL의 창업자인 장방신. 1980년생인 그의 재산은 6조5700억 원으로 포브스 추산 전 세계 억만장자 303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선 51번째이며, 교육 업계에선 최고 수준이다.


그의 근면함과 탁월한 교육 스킬은 사업에서 더욱 빛났다. 특히 일반 수준의 학생들이 몰려들면서 그들의 성적 상승 후기가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았다. 반에서 평균 정도 하던 아이가 최상위권이 됐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돌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학부모들이 그의 수업에 등록하기 위해 밤을 새워 대기해야 할 정도가 됐다.

장방신의 공부방은 몇 가지 면에서 또 다른 학원들과 차별화됐다. 학부모들을 위해 첫 수업은 반드시 공개로 진행하고 이를 무료로 청강할 수 있게 했다. 등록 후 수업 내용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환급을 진행했으며 한 반에 최대 10명을 넘지 않도록 했다. 여기에 교사들도 중국 전역의 주요 명문대 출신 학부생과 대학원생으로만 구성했다. 일반 공립학교 교사들이 아르바이트식으로 사교육 시장에 나와 있는 것과 달랐다.


2010년 뉴욕 증시 상장날의 TAL 임원진의 모습. 현재 TAL의 시가총액은 23조 원에 달한다.
2010년 뉴욕 증시 상장날의 TAL 임원진의 모습. 현재 TAL의 시가총액은 23조 원에 달한다.


또 장방신은 흐름을 빠르게 읽어냈다. 그는 모든 광고를 ‘인터넷’으로 했다. 처음부터 인터넷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홈페이지 개설부터 시작해 수업 강의 등 많은 것을 온라인 기반으로 진행했다. 오프라인 수업 위주인 사교육 시장에서 온라인과 결합한 그의 수업은 더욱 전문성이 돋보였다. 앱까지 개발해 교사들과 아이들의 실시간 소통도 도왔다. 그렇게 창업한 지 7년 만인 2010년, 회사는 뉴욕 증시에 상장까지 할 정도로 금세 성장했다. 2013년에는 TAL(하오웨이라이)로 회사명을 다시 변경했다. 직원 수는 3만여 명에 이르고, 중국 43개 도시에서 학생 4000만 명의 방과 후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은 200억 달러(약 23조7600억 원) 정도다.

현재 장방신의 ‘교육 기술’ 사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실에 스마트 카메라를 설치해 뇌과학과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교실 솔루션도 개발했다. 수업 중인 아이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흥미가 있는지, 집중도가 떨어지는 시점은 언제인지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수업에 적용하기도 한다. 단순히 가르치는 일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진짜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 그래서 TAL에는 전문 엔지니어만 4000명이 넘는다. 실제 TAL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은 “아이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즐거워한다”며 만족한다.


TAL은 중국 농촌 지역의 학교에도 기술을 통해 좋은 교육을 보급하고자 한다. 주기적으로 교사와 개발팀을 보내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TAL 제공
TAL은 중국 농촌 지역의 학교에도 기술을 통해 좋은 교육을 보급하고자 한다. 주기적으로 교사와 개발팀을 보내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TAL 제공


현재 장방신의 재산은 6조5700억 원으로 포브스 추산 전 세계 억만장자 303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선 51번째로 부자인 그는 자신의 부(富)가 사실 가난에서 비롯된 걸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양질의 교육을 접하기 힘든 농촌 지역 학생들을 위해 TAL의 개발팀과 교사들은 수시로 파견을 나가 온라인 프로그램 작동법을 가르치고 이를 이용해 공부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그는 좋은 교육은 사회의 발전을 도울 수 있고, 특히 자신같이 이미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모든 아이에게 동등한 교육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기술로써 교육 격차를 줄이는 것이 그의 목표다.

가난하지만 그 속에서 제2의 장방신을 꿈꾸며 조금씩 꽃피고 있을 아이들에게, 장방신의 도전과 TAL의 ‘교육 기술’ 사업은 그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어줄 듯하다.
사진=TAL 제공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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