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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국 독자마당] 강원도 고성 ‘DMZ 평화의 길’을 걷다

입력 2019. 05. 29   14:54
업데이트 2019. 05. 3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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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국 국방부 국민소통전문가단
원영국 국방부 국민소통전문가단

2019년 4월 27일 대한민국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분단 이후 66년 동안 미답지로 남겨진, 강원도 고성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을 국방부 국민소통전문가단과 M-프렌즈, 문체부 정책기자단과 함께 다녀왔다.

지난해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DMZ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갈 것에 합의했다. 후속조치로 이행된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GP 철거와 유해발굴 등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졌고, 고성 ‘평화의 길’도 그 염원이 담긴 곳이다. DMZ와 연결된 강원도 고성(동부)과 철원(중부), 경기도 파주(서부) 등 3개 지역에 걸친 이 평화안보 체험길은 4월 27일 먼저 고성 구간이 개방되고 이어 6월 1일 철원 구간이 개방될 예정이다.

필자의 아들이 육군22사단에서 군 생활을 했기에 애정이 더 깊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에도 DMZ 박물관과 금강산전망대를 방문했었는데, 그땐 철책로를 걸어보고 싶어도 걸을 수 없었기에 ‘언젠가는 걸어보겠지’라는 희망으로 발걸음을 돌린 기억이 있다. 그 희망은 채 1년도 안 돼 현실이 됐다.

고성 DMZ 평화의 길은 통일전망대~금강산전망대를 왕복하는 탐방길로, A·B 코스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A코스는 출발지인 통일전망대에서 금강통문까지 해안 철책길을 따라 2.7㎞, 통문에서 금강산전망대까지 1.6㎞를 도보로 둘러본 후 버스를 타고 통일전망대로 돌아오는 코스고, B코스는 버스로 통일전망대~금강산전망대를 왕복하는 코스다.

평화의 길을 걸으며 길옆에 ‘지뢰’라는 표지판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한반도 지도 모양의 거치대에 걸린 통일 메시지를 보면서 DMZ를 걷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가슴이 뭉클했다. 지구 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대자연 속 휴전선 155마일, 39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DMZ의 기적과 같은 시간이 평화의 길로 다가오고 있었다.

도보구간 중간 도착지인 금강통문 옆에는 휴전선 155마일 ‘전선의 최북단’이라 적힌 기념비가 있다. 6·25전쟁 당시 선배 전우들이 피 흘려 수복한 지역으로 이곳이 휴전선 155마일의 최북단임을 상기시킨다. 선배 전우들이 못다 한 사명을 이어받아 조국 수호와 통일의 위업을 완수할 것이라는 사단 전 장병의 다짐에서, 평화로 가는 길목에서도 그 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우리 장병들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손 내밀면 닿을 듯한 금강산 자락을 뒤로하며, DMZ 평화의 길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과정을 새삼 돌이켜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 가는 길이 결코 녹록지 않은데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점이다. 휴전 이후 66년간 남북이 대치하는 동안, 철책으로 가로막힌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DMZ는 지구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평화의 길이 금강통문을 너머 북녘까지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비무장지대 전체가 생태평화공원이 되어 통일의 초석이 되어주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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