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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치료제 없는 ‘살인 진드기’ 피부 노출 줄이고 수풀 피해야

입력 2019. 05. 21   16:12
업데이트 2019. 05. 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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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현 박사의 야전병원 야생 진드기의 공포


한반도 평균 기온 상승하며 기승
국군의무사, 참진드기 주의보 발령
물리면 잠복기 거친 뒤 몸살 증세

 
야외 활동 후 몸과 의복 깨끗이
고열·구토·설사 땐 바로 진료를

 


 
지난 4월 10일 국군의무사령부는 전군에 참진드기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주의보를 발령하고 예방지침을 하달했다.

몇 해 전부터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일명 ‘살인 진드기’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강원도의 춘천시민이 열이 나고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가 감소했으며 결국 여러 장기가 손상되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이래 꾸준히 환자가 늘고 있다. 한편 우리 군에서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으로 확진된 장병이 2016년 3명에서 2017년 2명, 2018년 1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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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걸리는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을 일으키는 SFTS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진드기에 물리면 바이러스가 몸으로 들어온다. 진드기는 크게 참진드기와 털진드기로 나뉘는데, 참진드기 계열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을 일으킨다. 참진드기는 크기가 1~3㎜ 정도로 자세히 보면 피부에 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참진드기는 이 증후군뿐만 아니라 라임병, 아나플라즈마증, 에를리키아증, Q열, 야생토끼병(야토병), 일본홍반열, 바베시아증 등도 일으킬 수 있다. 참진드기 가운데 주로 작은소참진드기(Haemaphysalis longicornis)가 바이러스 감염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뭉뚝참진드기, 일본참진드기 등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돼 안심할 수 없다. 반면에 털진드기(좀진드기)는 크기가 0.1~0.3㎜로 눈에 잘 띄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가을철 대표적 열성 질환인 쓰쓰가무시병을 일으킨다. 일각에서는 살인 진드기라 불리는 참진드기의 활동이 많아진 이유로 최근 몇 년 새 부쩍 더워진 한반도의 기온 탓이라는 설이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900년 이후 우리나라 6개 도시의 평균 기온이 1.5℃ 상승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0.74℃)보다 높다. 1920년대에 비해 1990년대 봄과 여름이 10일가량 빨리 시작됐고 가을이 일주일가량 늦어져 여름이 16일가량 길어졌다. 갈수록 우리나라의 기후가 동남아처럼 되어간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겨울은 시작이 늦고 봄은 빨라져 19일가량 줄었다.

온도 변화에 따른 감염병 발생을 예측한 연구에서 우리나라 기온이 1℃ 상승하면 쓰쓰가무시병, 렙토스피라증, 말라리아, 장염 비브리오, 세균성 이질 순으로 평균 4.27%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따뜻해진 환경 탓에 곤충과 설치류가 살기 좋게 되었고 진드기의 산란율, 활동률에도 영향을 미쳐 진드기가 일으키는 감염병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증상이 생기는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열이 나고(열성), 혈액검사에서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며(혈소판감소증), 여러 증상과 징후를 동반한 심한 질환(중증 증후군)이다.

참진드기에 물려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잠복기(4~15일)를 거친 뒤 몸살이 난 것처럼 고열, 피로, 두통, 근육통, 식욕부진, 복통, 구역, 구토, 설사, 기침,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림프절이 붓고 혈액검사에서 혈소판 수치와 백혈구 수치가 떨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장에서 출혈이 생기며 여러 장기가 손상되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행해 위독할 수 있다.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가?

우선 고열 등 증상이 있을 때 진드기로 인한 감염병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이 나는 질환이 많기 때문에 하루 이틀 시간을 보내다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환자 170명 가운데 26명(22.0%)만 진드기에 물린 기억이 있었고, 36명(30.3%)만 처음 진료를 받을 때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있었다. 특히 팔다리, 배, 샅 부위에 물린 경우가 많았다. 진드기에 물린 기억이 없더라도 야외활동을 했다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때 혈액검사에서 혈소판감소증이 있으면 더 의심할 수 있다. 혈액에서 SFTS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거나 항체를 검출하면 확진할 수 있다. 아직까지 근본적으로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즉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 항바이러스제,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 스테로이드제제, 혈장교환술 등이 시도되고 있다. 그래도 빠른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폐, 신장, 뇌 등을 침범해 여러 장기가 손상되면 치사율이 30%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치해야 한다.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가?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만큼 야외활동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드기는 주로 수풀이 우거진 곳에 있으면서 사람이나 동물이 지나가면 달라붙는다. 날개가 없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날아와 달라붙지 않는다. 따라서 진드기가 있는 풀숲이나 나무가 우거진 지역을 피해야 한다. 등산로를 벗어나 산길을 걷거나 야생동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야외활동 시 긴팔, 긴바지, 모자, 목수건, 토시, 장갑, 양말, 장화 등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풀밭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말고, 앉을 때는 돗자리를 사용한 후 씻어서 햇볕에 말리도록 한다. 작업 시 작업복과 평상복을 구분하도록 하고, 소매와 바짓단을 단단히 여미며 풀밭에서 용변을 보지 않는다.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DEET(N, N-diethyl-m-toluamide) 성분이 들어간 기피제는 2~3시간 동안 효과가 있다. 바짓단, 소매, 양말, 신발, 그리고 눈, 입 주위를 제외한 피부에 제한적으로 처리하고 권장량 이상의 농도가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페메트린(permethrin) 성분이 들어 있는 기피제는 피부에 직접 닿지 않게 하고 의복에만 처리하도록 한다. 사용하기 전날 처리했다가 입으면 좋으며 꼭 완전히 말린 다음에 입도록 한다. 야외활동 후에는 옷을 깨끗이 털어 세탁하고, 샤워와 목욕으로 몸을 깨끗이 씻는다. 이때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도록 한다.

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꼭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이 시행한 전국 진드기 채집조사 결과에 따르면 SFTS 바이러스를 가진 진드기는 전체의 0.5% 미만이었다. 진드기에 물린 뒤 잠복기(4~15일)를 지나 고열(38℃ 이상), 구토, 설사, 두통, 근육통, 피로, 기침 등의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바로 진료를 받도록 한다.

진드기를 무리하게 잡아떼면 진드기의 머리 부분이 피부에 남은 채 몸통만 떨어져 피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의료기관에 방문해 조심스럽게 핀셋으로 진드기가 부서지지 않도록 천천히 제거하고 소독을 하는 것이 좋다.

안지현 의학박사(KMI한국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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