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바머 크루(Bomber Crew)
2차대전 배경 중형 폭격기 운용 게임
플레이어 혼자 승무원 7명 임무 감당
적 전투기와 공중 교전 ‘극악의 난도’
멤버 배치·임무 부여 ‘경영 시뮬’ 흡사
각자 역할서 최상의 능력 발현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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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투용 항공기를 떠올린다면 다소 낯설 수도 있을 중형 폭격기는 한 대의 승무원이 경우에 따라 7명에서 9명을 넘나드는 분대 단위를 자랑하기도 했다. 대규모 폭격을 위해 커진 동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속도가 느렸고 재빠른 요격기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요새처럼 거대한 동체 곳곳에 기관총 포탑을 달아 응사해야 했다. 각 포탑의 사수들, 폭격 관제사, 무선과 레이더 담당, 조종사와 기타 수리 인력 등 한 대의 폭격기를 운용하는 데에는 적잖은 인력이 요구되던 시절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2차 대전기의 폭격기 운용은 그런 점에서 항공조종이라는 기술적 측면보다는 인력의 효율적 배치와 운용이라는 경영과 인사관리적인 측면이 다소 강조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점을 꽤나 흥미롭게 게임으로 풀어낸 경우가 존재한다. 2017년 등장한 폭격기 시뮬레이션 게임 ‘바머 크루(Bomber Crew)’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대공포화 사이를 돌파하는 중폭격기의 난도
‘바머 크루’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는 기체는 2차 대전기 영국 중폭격기였던 랭카스터 폭격기다. 총원 7명의 승무원을 요구하는 랭카스터 폭격기는 최대 폭장량이 약 6000㎏을 웃도는 폭격기로, 긴 항속거리와 많은 폭장량을 기초로 해 2차대전 후반기 독일 주요 산업지대에 대한 대규모 폭격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다.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는 이 랭카스터 폭격기를 조종해 각종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초반에는 일종의 튜토리얼 형태로 간단한 이륙과 착륙, 목적지점에 도달 정도를 연습시키던 게임의 난도는 점점 높아져 초중반부터 서서히 본격적인 폭격기 운용이 얼마나 매운 맛인지를 알려주기 시작한다.
1인의 파일럿이 운항하는 전투기 운용과 달리 랭카스터 폭격기를 조종하는 일은 굉장히 복잡하다. 항로를 잡고 레이더를 관측하며 목표를 폭격하기 위해 적당한 고도와 진입각을 잡아내는 일까지야 그렇다 쳐도,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해 다가오는 적 전투기와의 교전이라는 생존 과제가 플레이어를 기다린다. 전투기처럼 재빠른 회피기동으로 생존성을 도모할 수 없는 거대한 덩치의 폭격기는 아차 하는 순간 느릿느릿한 연습용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폭격기 전후좌우에 위치한 기관총 포좌를 활용해 다가오는 적기를 빠르게 격추하며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일까지도 ‘바머 크루’에서는 플레이어가 하나하나 관장해야 한다.
적기와의 교전 이후 피격된 기체를 수리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혹시라도 유압장치 계통이 파괴됐을 경우 즉시 기체 컨트롤부터 멈추는 일이 허다하다. 명색이 폭격기인데 아차 하면 폭탄 베이가 고장 나 열리지 않는 바람에 폭격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빠르게 유휴 인력을 회전시키면서 고장 지점을 수리하는 일도 해야 한다. 각각의 포탑에 배치된 기관총탄이 떨어지면 그것마저도 일일이 탄통을 들고 뛰어다니면서 보급해 줘야 한다.
심지어 이런저런 일들을 승무원들로 처리하다 보면 승무원이 기진맥진하는 사태도 만난다. 적탄에 피격되거나 피로가 누적된 승무원들을 치료하고 휴식시켜가면서 돌리는 랭카스터 폭격기의 일상은 폭격기 밖에서 벌어지는 대공포화와 적기 요격의 숨 막히는 순간과 맞물리며 플레이어의 손과 머리를 멍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난도의 과부하를 건다.
결국, 팀이다
‘바머 크루’의 상당한 난도는 쏟아지는 화망을 잽싸게 회피해 나가며 목표를 맞히는 아케이드 게임스러운 반사신경의 난도라기보다는 일종의 경영시뮬레이션과 같은 운영과 효율의 난도에 가깝다.
최적의 멤버를 배치하고 이들이 각 보직에서 쌓아 올리는 경험치를 계산하며, 각 개인이 아니라 일곱 명의 승무원이 케미스트리를 이루는 팀의 효율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플레이어의 임무로 자리한다.
게임은 모든 분야에 만능인 승무원 한 명 대신, 각자 자신의 역할에서 최상의 결과를 끌어내는 승무원들의 고른 탑승과 성장을 요구한다. 플레이어는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점차 더욱 강력한 위용을 뽐내 가는 플레이어의 폭격기과 그 승무원 팀의 성장을 바라보며 만족감을 얻는다.
현대의 첨단 전투기들은 1인 파일럿에 의해 작동되는 것 같지만, 그 또한 결코 혼자만의 전쟁은 아니다. 전투기의 항로를 확인하고 주변의 적기와 아군을 구분해주며 출동을 위해 지상에서 정비와 보충을 담당하는 등 한 대의 전투기가 출격하기 위해 들어가는 보이는 영역,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힘은 모두 하나의 팀이라는 케미스트리 안에서 나온다.
‘바머 크루’가 2차 대전기의 중폭격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보여주고자 했던 플레이는 바로 혼자가 아닌 하나의 팀이 갖는 힘으로 쏟아지는 위협들을 어떻게 극복해 볼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위치한다. 승패의 키는 결국, ‘팀’인 것이다. 2019년 5월 정식 한글화돼 좀 더 쉽게 플레이해볼 수 있게 됐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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