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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로 ‘치유’하라

기사입력 2019. 05. 16   14:37 최종수정 2019. 05. 16   14:39

송세환 대위 육군21사단 천지담연대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김종삼, ‘묵화(墨畵)’
 
예부터 소는 우리 민족과 많은 교감을 나누고 애환을 함께한 반려동물이었다. 농번기가 되면 어김없이 밭을 일구고, 때가 되면 고기를 제공해 배고픔을 달래주기도 했던 우리의 반려동물. 성실하고 우직한 사람을 소에 비유하는 것도 이러한 소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최근 한 케이블TV 방송에서 ‘소’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중 송아지의 탄생 과정을 소개하는 장면이 내 이목을 끌었다. 갓 태어난 송아지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어리디어린 그 송아지를 혀로 핥아주는 어미 소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어미 소는 본인도 출산해 가누기 힘든 제 몸보다 갓 태어난 송아지에게 본능적 모성애를 발휘해 혀로 핥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과학적으로도 이런 행위를 통해 송아지의 세균감염을 막고, 체온을 유지해 약한 면역력을 강화해 주는 목적이 있다고 하지만, 어미 소가 새끼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나는 애처롭기까지 했다.

나는 어미 소의 이러한 혀 핥기를 통해 우리의 언어생활에 대해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부대에서 소통하며 살아간다. 즉, 말을 통해 전우와 생각을 공유하고 감정을 드러내며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전우의 말에서 힘을 얻기도 하고, 때론 좌절하기도 한다. 내가 전우들에게 내뱉는 말 한마디가 그리고 다른 전우들에게서 듣는 말 한마디가 서로 동기를 부여하고, 희망을 주기도 하며, 때론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이처럼 혀로 내뱉는 우리의 말 한마디가 전우의 기분을 결정하고, 나아가 부대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힘을 지닌 것이다.

어미 소가 갓 태어난 새끼를 혀로 핥을 때의 그 연민(憐憫)의 마음으로 부대의 모든 지휘관이 부하들과 소통할 때, 아프고 힘들어하는 부하들을 진정으로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모든 장병도 그렇게 소통한다면 서로서로 온전히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단에서는 올해부터 경례 구호 때 ‘충성!’ 뒤에 ‘사랑합니다’를 붙여 인사한다. 처음에는 모두 낯설고 어색했다. 하지만 말이 사람의 생각과 사고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상급자에게 경례할 때 그리고 하급자에게 답례할 때, 상대의 눈을 바라보게 되고, 상대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언급하는 간부들과 용사들이 많다. 경례 구호에 따뜻한 긍정의 언어, ‘사랑합니다’를 붙이니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정(情)’이 생겨난 것이다.

영화 ‘말모이’의 명대사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크다”처럼 우리 모두 따뜻한 치유의 언어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할 때, 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무적의 전사공동체’로 나아가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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