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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가 된 연대장] 섬세한 손길로 머리는 다듬고 마음은 보듬고

임채무 기사입력 2019. 05. 15   17:33 최종수정 2019. 05. 15   17:34

지난해 부임 육군37사단 윤치호 대령
‘군 기본자세’ 중 두발 상태 중요시

 
중대별 제각각인 장병 모습에  
직접 가위 잡기로 결심
부대원과 소통은 ‘덤’

 
‘군 기강 확립 100일 작전’
달성에 이바지

윤치호 연대장이 병사의 머리카락을 다듬어주며 생활상담을 하고 있다.


“다리 다친 건 괜찮아졌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중대장이 임무를 조정해줘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네. 최근에 책 읽기에 재미를 붙였다면서?”

“어떻게 아셨습니까? 안 그래도 서평 쓰기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12시30분 육군37사단 화랑연대 이발실. 흰색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20대 초반 병사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남성은 예리한 눈빛과 섬세한 손길로 가위질을 하면서 병사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대화가 오갈 때는 웃음이, 고민을 나눌 때면 진지함이 묻어났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병사의 머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자, 중년의 남성이 이발 도구를 정리한 후 가운을 벗고 옷장에서 전투복을 꺼내 입었다. 옷깃에는 ‘대령’ 계급장이 달려 있었다. 바로 윤치호 화랑연대장이었다.

장병들에게 지휘관은 어려운 존재이기 마련이다. 이런 인식을 깨고 소통의 창구로 이발을 선택, 장병들의 머리카락을 직접 깎아주는 연대장의 이색적인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3월 화랑연대 지휘관으로 부임한 윤 연대장은 평소 군인에게는 ‘군 기본자세’가 중요하다는 지론이 있었다. 특히 두발 상태를 매주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발병의 수준에 따라 중대별로 천차만별인 장병들의 모습을 보고 이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부대가 위치한 지역의 특성상 미용 봉사나 이발병 교육봉사 등을 받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미용실에서 이발을 위해 기다리던 그는 미용사와 손님이 짧은 시간이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목격했다. 윤 연대장은 이 점에 착안해 직접 이발을 해주면서 군 기본자세를 강조하고, 소통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단번에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주어진 규정 안에서 스타일(?)에 민감한 장병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뒤따랐다. 단골 미용실의 협조로 미용기술을 전수받는가 하면 고교생 아들을 대상으로 실습까지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시작된 미용 소통의 첫 손님(?)은 연대장 운전병이었다. 이발하는 연대장이나 머리 손질을 받는 운전병이나 모두 어색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 시간을 통해 서로의 간극을 줄이고 신뢰와 믿음을 더욱 쌓을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미용 소통은 어느덧 8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200여 번의 미용 소통이 있었고, 윤 연대장의 손길을 거친 장병들은 단정한 두발과 함께 고충을 해소하며 군 생활에 힘을 얻었다.

처음에는 지휘계통이나 마음의 편지로 이발 신청을 받았으나 이제는 부대 인트라넷 누리집에 공식 게시판을 만들어 신청받을 정도로 미용 소통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미용 소통’을 바탕으로 부대 분위기가 더 좋게 변한 것은 물론 각종 사고가 줄고 단결력이 향상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가정불화로 입대 초기에 어려움을 겪던 한 병사는 미용 소통을 통해 연대장에게 격려를 받고 모범적으로 군 생활에 전념, 현재는 전문하사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부대가 지난 9일 2작전사령부 예하 연대급 부대 중 두 번째로 ‘군 기강 확립 100일 4차 작전’을 달성하는 데 적잖게 이바지했다.

장병들이 희망한다면 주말에도 미용 소통에 나서는 윤 연대장은 “미용 소통을 진행할 때만큼은 아버지 또는 큰삼촌의 마음으로 돌아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있다”며 “이러한 활동은 부대 관리는 물론 전투력 발휘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에서 글=임채무/사진=조용학 기자


임채무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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