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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치료 수준은 외국 의사들이 배우러 올 정도며, 건강보험제도는 미국 대통령도 부러워했다. 하지만 진정한 능력은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법!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중증외상 치료 수준은 낙제점이다. 그래서 살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죽는다.
문제의 시작은 시스템의 부재이고, 문제의 해결은 시스템의 구축이다. 이것이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된 이유이자 목표다. 전문 의료진이 항상 대기하고 중증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다. 복잡한 결정 과정을 생략하고 의사들 간의 소모적인 논쟁 과정 없이 전문의가 초기부터 진료를 시작해 책임질 사람이 결정하고 결정한 사람이 책임을 진다.
진료 시스템의 개선으로 권역외상센터의 예방가능사망률은 크게 개선됐으나 권역외상센터는 전국에 17개소에 지나지 않는다. 17개 병원의 외상생존율 향상이 전국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병원 밖의 시스템 개선으로 연동되어야 한다. 권역외상센터와 사고 현장, 타 병원과의 긴밀한 연계가 그것이다. 이 네트워크에는 당연히 군에서의 외상도 포함되어야 한다.
국군외상센터의 설립으로 중증외상ㄷ에 대한 군 의료체계의 획기적인 개선이 기대된다. 하지만 중증외상의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국군외상센터에서 먼 곳에서 발생한 중증외상은 인근의 권역외상센터와 협력하는 것이 시간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울산대학교병원은 해군포항병원과의 연계를 단계적으로 만들어 왔다. 먼저 군 병원 관계자와 권역외상센터 전문의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환자 발생 시 즉각적인 이송과 치료 진행을 가능하게 했다. 이송할 병원을 찾기 위해 허비되는 시간을 없애고 권역외상센터 도착 전에 필요한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의 개선은 수류탄 파편이 심장을 관통한 장병의 생명으로 이어졌다.
두 병원 간의 신뢰와 협력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 더 신속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헬기 후송훈련으로 이어졌다. 군 의료진이 이송해 온 환자를 헬기장에서 대기하던 외상센터 의료진이 인계받아 즉각적인 응급처치와 수술로 연계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이다. 헬기 추락사고 생존자가 후송돼 왔을 때 군 병원으로부터의 실제 헬기 후송은 처음이었는데도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은 당황함 없이 도착 전에 준비를 마치고 일사불란하게 치료를 진행할 수 있었다.
권역외상센터 사업이 시작된 지 8년째다. 준비된 센터들은 이제 병원 밖의 외상치료 시스템 구축에 힘을 기울여야 하며 군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것은 형식적인 진료협약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소통과 훈련이 수반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소통을 통해 시스템을 만들고 반복훈련을 통해 시스템을 정착시킨다면 중증외상 환자의 생존율 향상은 권역외상센터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사회를 넘어 군에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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