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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병영칼럼] 냄새나는 사람, 향기 나는 사람

기사입력 2019. 05. 14   13:54 최종수정 2019. 05. 14   13:56

이시우 에반더피셔 대표·작가

햇살과 바람이 피부 위에 따갑고도 중량감 있게 내려앉는 것을 보니 올해는 조금 일찍 한여름이 달려들 것 같다. 한여름이 오기 전에는 통과의례처럼 장마를 거치는데, 이때가 되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바로 냄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와 맞닥뜨리게 될 때 가장 먼저 냄새부터 신경을 쓰게 된다. 혹시 나에게서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타인이 풍기는 불쾌한 냄새를 결코 맡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냄새라는 단어가 후각에 국한된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삶에서 풍기는 냄새 ―색깔과 모양이 포함된― 역시 제각각이다. 삶에서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잠깐만 함께 있어도 행복해지는 좋은 냄새를 풍기는 사람도 있다. 보통 이럴 때는 아름다운 향기라고 격상해서 표현한다. 우리의 삶은 의외로 공감각적인 특성이 있어서 이런 냄새와 독특한 색깔과 정형화되지 않은 모양이 하나로 어우러져서 인생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각 사람의 냄새·색깔·모양에는 속이려고 해도 속일 수 없는, 살아온 그대로의 날것이 드러난다. 허세와 포장의 향수를 아무리 뿌려대도 결코 거짓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삶의 냄새 말이다.

최근 모 방송채널에서 밴드를 원하는 뮤지션들이 모여서 자신들만의 밴드를 만들어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개개인이 모여서 최고의 하모니를 끌어내야 하는 밴드 음악은 아주 솔직한 음악이다. 그렇다 보니 하모니에 적합한 멤버들을 찾아내고 또 하나로 만들어 가는 것이 녹록지 않다. 저마다 그 삶의 냄새와 색깔과 모양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밴드의 멤버들은 서로 맞추고 모난 부분을 깎아내고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면서 하나의 밴드로 모양을 갖추어 나간다.

방송을 보면 개개인의 음악성은 뛰어나지만 하모니가 맞지 않는 밴드가 있는가 하면, 멤버 전체가 하나가 되어 제대로 된 밴드 음악을 들려주는 팀도 있다. 그런 밴드에는 반드시 좋은 리더가 존재하는데 이 리더가 밴드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리스마가 있고, 쇼맨십이 있고, 음악까지 잘하면 밴드 리더로서의 자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좋은 음악을 들려주며 장수하는 밴드의 리더는 의외로 유연하고, 겸손하며, 귀가 많이 열려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사람은 누군가가 나와 의견이 맞지 않으면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먼저 기분 나빠 한다. 단지 내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타인을 설득하려고만 한다. 이런 사람이 진정한 리더가 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순간적인 ‘대장님’은 될 수 있겠지만, 먼 길을 함께 걷는 리더는 결코 될 수 없다. 하지만 나와 다른 것, 나와 맞지 않는 것에서 오히려 해답을 찾는 수용적인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리더 자리에 올라가게 된다. 그런 사람의 삶에는 스치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향기가 흐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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