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병영칼럼

[성용원 병영칼럼] 히트곡의 요건

입력 2019. 05. 13   15:23
업데이트 2019. 05. 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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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작곡가·SW아트컴퍼니 대표
성용원 작곡가·SW아트컴퍼니 대표


최근 집 근처 대학의 축제일이어서 밤늦게까지 대학생들이 노래 부르고 즐기는데, 대미를 장식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이문세의 ‘붉은 노을’ 그리고 무한궤도의 ‘그대에게’였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다른 많은 곡을 제치고 저 두 노래가 유독 축제나 체육대회에서 응원가 등으로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대학생들은 저 노래 세대가 아닌데도 열창을 하면서 열광하는데, 아마 10년 후에도 이문세와 신해철은 알지 못한다고 해도 저 노래를 부르지 않을까? 그럼 부르는 이유가 노래가 좋아서일까? 저 노래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에 탄복해서? 아니면 무언가 자신에게 감흥이 와서? 아니면 남들이 다 부르고 으레 부르는 곡이니? 그럼 우리 창작오페라에서 7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현제명의 ‘춘향전’ 사랑가가 애창되고 한국 창작오페라사 최고의 명곡으로 뽑히는 이유는? 정말 잘 만들어지고 성악적이고 부를수록 입에 착착 붙어 자발적으로?

같은 날, 경기도 파주 솔가람 아트홀에서 한용운·이상화·이육사·윤동주 등 일제에 저항했던 민족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를 가사로 한 신작 가곡 9곡이 발표됐다. 하나같이 각 작곡가의 특성을 여실히 드러낸 아름다운 곡들이었는데, 그럼 이 곡들이 이문세의 ‘붉은 노을’같이 세대를 뛰어넘어 애창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한다면 근본적으로 어떤 차이로 인해 작품이 묻히고 보급이 안 되는 것일까? 예전에야 대중에게 음악을 알리는 방법은 악보 출판과 그에 따른 연주, 즉 공연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MP3 기반의 스트리밍 구조로 바뀐 지 오래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그건 바로 우리 사회의 소통 방법에서도 기술 발전과 디지털화로 많은 변화가 수반됐다는 뜻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베토벤은 시공간을 뛰어넘은 영원불멸의 악성(樂聖)이다. 왜 사람들은 베토벤의 작품에 감명받고, 왜 그것은 몇 세대를 초월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을까?

음악적 재료와 형식에서 당대나 후대의 다른 음악가들과 베토벤의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비슷한 음악 재능과 인식 능력을 가졌지만, 음악의 흐름과 사상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점이 음악적 결과물에서 엄청난 차이를 드러낸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베토벤은 천재라기보다는 혁신가에 가깝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 역시 “진정 독창적인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먼저 보는 게 아니라 오래된 것, 익숙한 것, 누구나 봐왔지만 간과해온 것을 새로운 것으로 볼 줄 아는 능력이다”라고 했다. 베토벤의 작품들이 시간을 초월해 연주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미 존재하는 오래되고 익숙한 것들의 차이를 인식하고 잘 조합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 속에 숨겨져 있는 시대의 에너지 흐름과 패턴을 주시하면서 풍찬노숙을 견뎌내고 살아있는 생명체로 꿈틀대며 살아남아야 한다. 예술의 대가들이 앞뒤가 꽉 막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고 예술의 흐름을 바꾼 것처럼 우리 국군 장병 여러분도 자기 분야에서 최고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리더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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