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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택 종교와삶] 가까운 이를 향한 빚진 자 의식

기사입력 2019. 05. 07   15:50 최종수정 2019. 05. 07   16:00

전준택 육군21사단 군종참모·소령·목사

부모님을 일찍 여읜 형제가 있었다. 이미 결혼을 한 형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10대 남동생을 데리고 살아야 했다. 물려받은 유산도 없고 그리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서 형은 아내와 딸 그리고 자신의 동생을 돌봐야 했다. 남동생이 나이가 돼 군대에 가게 됐다. 입대하는 날 동생은 형에게 봉투 두 개를 건네주었다. 하나에는 편지가, 또 하나에는 현금 100만 원이 들어있었다.

편지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형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힘든 내색 하지 않고 부모님 대신에 저를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형수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10년 동안 같이 살면서 보니까 형님 부부가 휴가 한번 제대로 못 가는 것 같아서 영장 받고 난 다음에 열심히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입니다. 이번 여름에 형수님·조카와 함께 바닷가에 한번 가시죠.”

그 편지 내용을 읽고 난 형은 가슴이 뭉클했고, 오히려 동생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자기가 너무 부족해서 하나밖에 없는 동생에게 제대로 해 준 것이 없었다. 학비는 물론 용돈까지 스스로 벌어 쓴 동생에게 마냥 미안했고, 그럼에도 이렇게 자라준 동생이 기특했다.

동생은 ‘형님에게 빚졌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또 그런 동생으로부터 편지와 100만 원 봉투를 받고 난 형님은 동시에 똑같은 생각을 한다. 이렇게 서로 빚졌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형제의 모습이 짠하기보다는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오늘도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그들을 대하고 있는가? 우리가 타인에 대해서 갖는 깊은 마음의 태도는 중요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채무자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감사하며 살아간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도움 받은 사람의 본능적 마음이리라. 그러나 채권자 의식을 가진 사람은 다른 이에게 감사하기보다 불만이 많아지게 된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보다 무언가를 해주기만 했다’라는 전제에서 나오는 철없는 마음이리라.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보라. 부모는 자녀가 더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살지 못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자녀는 이렇게 좋은 부모님 밑에 태어나 사랑받으며 사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결국은 부모와 자녀 서로 간의 빚진 자 의식이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우리가 성숙한다’라는 것은 무엇인가?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타인중심으로 무게추가 옮겨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좋아하는 수많은 위대한 성인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던가? 조국에 빚진 마음으로 생명을 던지고, 자신의 성공에 대한 빚진 마음으로 기부를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정한 인생의 가치를 느꼈다.

오늘도 우리는 조국 대한민국과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죽어간 선열들의 정신과 희생에 빚진 마음으로 나라를 지킬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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