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환경부 추경예산 중 경유차 관련 비중 압도적

입력 2019. 05. 03   16:40
업데이트 2019. 05. 0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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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추경에서 나타난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


정부, 자동차·산업 부문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 속도 높이기로
올해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물량 목표 ‘15만 대→40만 대’ 확대
건설기계 엔진 교체 물량도 ‘1500대→1만500대’ 크게 늘려 

 


“한국의 미세먼지 대책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경유차의 수입과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세계적인 미세먼지 전문가이자 의학자인 미국 뉴욕대 윌리엄 롬 교수의 말이다. 2018년 4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그는 노후 경유차 폐차도 중요하지만, 경유차를 아예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유차를 금방 없앤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경유차를 줄여나가는 방법이 최선이 될 것이다.

2019년 4월 23일 정부는 경기부양과 미세먼지 저감에 중점을 둔 추경안을 발표했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추경예산 1조5000억 원 중 환경부 추경예산은 무려 1조645억 원이나 된다. 이것은 2019년 환경부 전체 예산인 1조950억 원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이렇게 많은 돈이 투입된 것은 2019년 3월 초 발생했던 최장·최악의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기후변화로 자주 발생하는 현실에서 국가적으로 대응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현실 때문이었다.

그런데 환경부가 투입하려고 하는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유차 분야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한다. 미세먼지 추경의 핵심은 자동차와 산업 부문의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노후 경유차의 조기 퇴출과 저공해 조치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경유차 배기가스가 배출하는 초미세먼지의 양이 많은 데다 사람들의 활동공간에서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경유차 정책을 보면 2019년에 조기폐차 물량을 40만 대로 책정했다. 이것은 애초 목표였던 15만 대보다 2.7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를 위해 2412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조기폐차란 정상운행이 가능한 노후 차를 조기에 폐차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여기에 노후 경유차의 배기가스 저감장치(DPF) 부착 사업도 늘렸다. 당초 1만5000대에서 8만 대로 확대한 것이다.

경유를 사용하는 것은 SUV 차량이나 화물차량만은 아니다. 엄청난 양의 초미세먼지가 비도로 이동오염원에서 발생한다. 즉 경유를 사용하는 지게차·굴삭기 등 건설기계 등에서 발생한다. 이 분야의 저공해 사업 예산은 본예산보다 최대 7배까지 늘었다. 건설기계의 경우 조기폐차 대신 엔진을 교체해주는데 애초 1500대였던 물량을 1만500대로 늘렸다. 배기가스 저감장치 부착 역시 1895대에서 3105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차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부담을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기로 했다.

경유차를 조기에 폐차하거나 줄여나가기 위한 대안으로 친환경차의 보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전기차·수소차 보급에도 19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친환경차를 구입할 경우 차량보조금 지원도 계획하고 있고, 충전시설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경유차 다음으로 환경부에서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사업장에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예산도 추경에 반영했다. 1018억 원을 투입해 10년 이상 노후 방지시설이 설치된 중소규모 사업장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장들이 측정업체와 짜고 배출량을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세먼지 관리도 철저히 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드론과 이동 차량을 통해 배출원을 추적하고, 중소기업에 굴뚝자동측정기기(TMS) 설치를 지원하는 등 590억 원을 들여 전방위 감시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15년 이상 된 가정용 노후 보일러를 저녹스 보일러로 교체하면 일반 보일러와 평균 차액에 해당하는 20만 원을 구매 보조한다.

환경부는 추경이 투입되면 올해 안에 6000톤의 미세먼지를 추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은 경유 승용차 370만 대가 연간 배출하는 양과 같다.

지하철 지하역사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411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전국 모든 도시철도 지하역사(553개소)에 미세먼지 자동측정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개한다. 지하철 차량과 278개 역사에 공기정화설비를 설치하는 사업도 신규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 국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양을 측정하기 위한 감시망 확장도 들어있다. 측정소를 주요 항만 15개소와 비무장지대(DMZ) 인근 5개소에 설치하고, 서해 주요 8개 도서와 해경 함정을 활용해 감시망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해안에 미세먼지를 관측하는 선박을 운영하는 것도 포함됐다. 한·중 공동 예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기 질 공동연구단을 운영하는 예산도 들어가 있다. 이번 추경이 실질적으로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TIPS 


국내 차량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90% 이상 경유차가 배출 

수도권에서 가장 확실한 초미세먼지 주범은 경유 차량이다.

서울의 초미세먼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경유 차량이다. 수도권에만 2500만 명의 사람들이 산다. 거의 모든 가정에 차가 있으며 최근에 SUV 열풍으로 경유 사용 차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이 지역의 공기가 경유 차량이 내뿜는 오염물질을 희석할 용량을 초과해 버렸다.

2017년 환경부 조사 결과 초미세먼지의 수도권 배출 기여도에서 경유차(29%)와 경유를 쓰는 건설기계(22%)가 합해서 절반 이상이었다. 대기 중에서 수증기 등과 2차 반응을 해 미세먼지를 만드는 질소산화물(NOx)의 경유차 배출 비중은 무려 44%에 달한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차량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90% 이상을 경유차가 배출한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초미세먼지의 가장 확실한 주범이 바로 경유차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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