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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문화산책] 마지막까지 빛과 색에 집중했던 예술가의 삶

기사입력 2019. 04. 25   15:27 최종수정 2019. 04. 25   15:35


김 현 숙 
서양화가

  프랑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모네를 만나기 위해 파리에서 78㎞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 지베르니를 찾아간다. 1층에 긴 타원형으로 만들어진 전시실에 들어서면 벽면 전체에 있는 ‘수련 연못’이 보인다. 그곳에서 작품을 등지고 눈앞의 수련을 보면 일생 빛과 색에 집중한 위대한 예술가 모네의 일생이 눈앞에 그려진다.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꽃이 지는 날 없이 화려하게 채워져 있었던 모네의 정원이 그리워지는 이 계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곳을 찾고 있을까.

모네는 빛과 색을 표현하기 위한 고민을 꽃으로부터 얻었다. 지베르니 정원은 모네 예술의 원천이었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다녀온 후에 남긴 말을 보면 모네의 정원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정원은 한낱 그림의 소재를 넘어서, 그 자체로 이미 예술의 대체물이다. 위대한 화가의 눈에 비친 자연으로 다시 태어나 완성된 정원이기 때문이다. 모네의 이 정원은 이미 조화를 이루는 색조들로 준비된 색상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최초의 스케치이자 살아있는 스케치다.”

1899년 무렵 모네의 작품에서는 정원의 연못이 있는 같은 배경인데도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른 곳으로 보인다. 다른 색채와 다양한 빛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점 다리와 나무와 연못의 형태가 무너지면서, 색채가 흐릿하고 불명확하게 달라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네가 백내장뿐 아니라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내장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도 파란색이 너무 생생하게 보여서 노란색이 가미된 안경을 써야 했다.

우울증은 두 번째 아내 알리스와 큰아들 장이 세상을 떠난 슬픔 때문이었다. 모네는 아내 알리스의 딸이자 아들 장의 아내인 블랑슈가 장과 사별한 후 지베르니에 돌아와서 어렸을 때 했던 것처럼 매일 해가 뜰 무렵에 모네의 화구를 수레에 싣고 정원으로 나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었고, 지베르니의 넓은 정원도 관리해서 창작의 안정된 분위기를 갖게 해주었다.

이후 모네는 세상을 떠난 해인 1926년까지 대작 ‘수련 연못’에 집중했다. 그렇게 11년에 걸쳐 완성된 8점의 ‘수련 연못’은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 더는 빛을 볼 수 없을 때 세상에 태어났다.

빛은 곧 색채라는 화가로서의 신념을 더는 실현할 수 없었지만, 빛을 담으려는 노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극도의 불행한 상태인데도 오히려 이 시기에 그린 ‘수련 연못’ 연작 8점이 미술사의 걸작으로 남겨진 것은 위대한 화가 모네의 삶을 대변해준다. 수련은 본래의 형태를 잃었지만, 모네만의 수련으로 완성된 것이다.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가 국가에 기증한 8점의 ‘수련 연못’을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술관인데, 모네는 1927년에 개장한 이 미술관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꽃 피는 봄 사월에 빛과 색에 끝까지 집중했던 예술가의 삶을 떠올리며 집중하는 삶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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