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부대 동아리 집중탐구

군인의 기개 안성맞‘춤’

최승희

입력 2019. 04. 18   17:34
업데이트 2019. 04. 18   17:41
0 댓글

<4> 육군55사단 안성대대 ‘장검무 동아리’


동아리를 넘어 전통문화 계승자로


흰색 저고리와 바지 위에 쪽빛·홍색 전복을 나눠 입은 장병들이 발검(검을 빼어 드는 동작) 직후 팔을 굽혔다 펴는 ‘장검무’의 도입부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절도 있는 동작과 칼끝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필승의 다짐을 표현했다. 조종원 기자
흰색 저고리와 바지 위에 쪽빛·홍색 전복을 나눠 입은 장병들이 발검(검을 빼어 드는 동작) 직후 팔을 굽혔다 펴는 ‘장검무’의 도입부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절도 있는 동작과 칼끝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필승의 다짐을 표현했다. 조종원 기자
장병들이 장검을 하늘로 들어 올리며 밝게 미소 짓고 있다. 조종원 기자
장병들이 장검을 하늘로 들어 올리며 밝게 미소 짓고 있다. 조종원 기자

지금까지 이런 동아리는 없었다. 이것은 동아리인가, 전통문화 계승자인가? 따지고 보면 둘 다다. 경기도 안성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장검무’로 똘똘 뭉친 육군55사단 안성대대 장병들의 이야기다.

따스한 봄 햇살이 쏟아져 내리던 지난 3일 안성대대를 찾았다. 흰 저고리와 바지 위에 쪽빛·홍색 전복(쾌자: 소매가 없고 등솔기가 허리까지 트인 옛 전투복. 겉옷 위에 덧입는다)을 나눠 입은 장병들이 나무로 만든 장검을 들고 모여들었다.

장검무를 한번 보고 싶다는 말에 웃음기가 사라진 그들의 모습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대열을 맞추고 전통 복장을 휘날리면서 하늘을 향해 장검을 찌르고 돌리는 장병들의 절도 있는 동작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렸을지 느껴졌다.

생소하지만, 장검무는 우리 전통 무용의 하나다. 긴 칼을 들고 추는 춤으로 경기도 무형문화재 34호로 지정된 ‘안성 향당무’ 중 대표적인 남성 무용이자 군사 무용이다. 과거 용감무쌍한 무사들이 연병장에서 장검을 들고 발검, 휘검, 비검 등 다양한 격검법으로 춤길을 열어가며 추는 춤에서 이어진 문화다. 안성대대가 위치한 안성 지역에서는 대대로 승병, 농군들이 결성한 충의군의 무제에서 승전을 기원하는 춤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국군 장병에게 안성맞‘춤’인 셈이다.


4년 차 동아리··· “한국무용도 배우고, 전통도 잇고”


동아리의 시작은 무용가인 강한솔(그린나래 무용단) 대표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6년 부대와 지역문화예술이 함께 협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당시 대대장을 찾아가 협력을 제안하고 경기문화재단에 지원을 신청해 동아리 결성이라는 열매를 맺은 것. 그렇게 시작된 동아리는 벌써 4년 차가 됐다. 현재 회원은 총 10명. 병장부터 이등병까지 계급도 다양하다. 안성대대원으로서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장병들의 동아리 가입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입대 전 연극영화과를 다녔던 이단 병장은 “무용을 했지만 한국무용은 배우지 못했는데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해 도전했다”고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때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그때를 떠올리며 한마디씩 했다. “왜 안 힘들겠어요? 처음 하는 동작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최재규 상병)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엄청 컸습니다. 각을 잡아야 하니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어요.”(조진우 병장)


무대에 오르기까지 최소 6개월

동아리는 창설된 2016년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에서 선보인 ‘향당무’ 공연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부대개방 행사 등 다양한 무대에 서고 있다. 대부분 회원이 이곳에서 장검무를 처음 접했고 한국무용을 배운 적도 없다 보니 좋은 무대를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소 6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한 번 무대에 오르기까지 연습 기간을 묻는 질문에 설윤석 상병이 말했다.

장병들은 보통 주말이면 강 대표와 함께 오전 내내 연습한다. 기본 동작부터 응용 동작까지 무대에 올라간다는 마음으로 한 동작 한 동작 허투루 하지 않는다. 또 요즘에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연습 때 동영상을 보며 직접 안무를 따라할 수 있어 편하다고 한다. 가끔 강 대표가 사정이 있어 부대에 오지 못할 때는 동아리 인원들만 따로 모여서 연습한다. 또 진도를 못 따라가는 경우에는 각자 개인정비 시간을 활용해 연습한다고. 이렇게까지 열심인 이유가 궁금했다.

이단 병장은 “연습할 때는 힘들지만, 무대에서 공연을 해내고 나면 굉장히 뿌듯합니다. 그 뿌듯함에 피곤함도 잊고 열심히 연습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몸치(?) 최 병장의 노력


그렇다면 동아리 최고의 몸치(?)는 누굴까? 이 물음에 고민하던 장병들이 물었다. “전역한 사람도 괜찮나요?”라고 묻더니 다들 최모 예비역 병장을 지목했다. “그렇게 팔과 다리가 따로 노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정말 끔찍하게 못했어요.”(최재규 상병) 후임들이 최 예비역 병장의 동작을 보며 놀리고, 강 대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은 좋은데 차마 무대에는 올려줄 수 없겠다”고 말할 정도였다니 꽤 심각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예비역 병장은 시간 날 때마다 후임인 이단 병장에게 동작을 배우고 혼자 연습을 거듭해 결국 무대에 올랐다고 했다. 다들 ‘안 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끝내 해내는 모습에 모두 감동했단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이단 병장)


소통하며 만들어 가는 무대

장병들이 말하는 장검무 동아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소통하며 무대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연습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모든 것이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연습할 때도 무조건 강 대표의 말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틀 안에서 함께 무대를 만들어 나간다. 장병들이 의견을 제시해 동작을 수정하기도 하고 개개인의 특색에 맞춰서 다양한 동작들을 넣기도 한단다. 예전에 합기도·태권도에 능한 장병이 있어서 피날레에 관련 동작을 넣기도 했다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의견을 담아낸 무대라 더 의미 있고 더 재미있는 것 같다며 장병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또 “동아리를 하다 보면 친해질 수밖에 없다”고 조진우 상병이 말했다. 친해지다 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만큼 동아리의 시너지도 높아진다고.


사물놀이패와 협업무대 꾸미고 싶어요

동아리는 ‘장검무’라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예정이다. 갓 전입한 이등병부터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도록 동아리 홍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아리는 매년 열리는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와 부대개방 행사에서 멋진 무대를 펼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안성시와 부대의 지원을 더 받아 공연 시 배경음악을 녹음이 아닌 실제 사물놀이패의 음악으로 선보이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덧붙였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장검무라는 전통문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장병들은 동아리 인터뷰에 앞서 걱정이 많았다. 군대에서 나라는 안 지키고 무용하며 논다고 오해하지 않을까 고민이 됐단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는 완벽하게 해내면서 남은 시간을 활용해 전통까지 계승하는 멋진 대한민국의 군인이었다. 앞으로 그들의 무대를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래도록 안성과 대대의 자랑으로 남아주길 기대해본다.

안성에서 글=최승희/사진=조종원 기자 



● 인터뷰 - 그린나래 무용단 강한솔 대표


“부드러운 듯 강한 장검무 장병 체력 증진에도 좋아” 



“춤의 흐름이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강하고 절도 있어 군인의 충절과 기개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춤선이 검법과 유사하고 춤의 동작들에서 주변을 수색하거나 대련을 하는 모습들이 표현돼 옛 군인들의 수련과 생활을 느낄 수 있다는 특별함도 있습니다.”

장검무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강한솔(사진)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어 강 대표는 “장검무는 신체를 단련하기에도 매우 좋은 춤”이라며 “팔과 다리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사용해 추기 때문에 근력과 지구력을 향상시키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자랑했다. 그녀는 장검무를 운동 삼아 배우는 것을 추천하면서 “체력증진은 물론 장검무를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승희 기자 < lovelyhere@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