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이 휴대폰이 저의 과외 선생님입니다

안승회

입력 2019. 04. 17   17:38
업데이트 2019. 04. 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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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위원 임미소와 함께 체험한 ‘달라진 병영 생활’


일과 후 행정실서 병사 휴대전화 배부
카메라에 스티커 부착·보안 교육 철저

 
나라사랑포털에 접속해 강의 듣는 등
스터디 모임·자기계발 활발해져
병사들에 자율과 책임 동시에 부여

 

지난 9일 강원도 철원 육군5포병여단 황소대대 교육장에서 정태호 이병이 휴대전화로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다.
지난 9일 강원도 철원 육군5포병여단 황소대대 교육장에서 정태호 이병이 휴대전화로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6시 강원도 철원 육군5포병여단 황소대대 생활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각자의 침대에 누워 쉬는 병사들 손에 휴대전화가 들려 있다.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키득거리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진지한 표정으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휴대전화로 기사를 검색하고 SNS로 부대 밖 사회와 소통하는 병사들도 눈에 들어온다. ‘군대는 사회와 단절된 곳’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이날 임미소 국방홍보원 홍보위원은 국방부의 ‘병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사업’ 전 부대 확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 병영문화를 알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임 홍보위원은 병영 내 곳곳을 둘러보며 병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또 병사들과 함께 자주포 비사격훈련을 체험하며 병영문화 개선 속에서도 전투준비태세를 완비하고 있는 부대 모습도 확인했다.



뉴스 검색·SNS… “고립된 느낌 덜해져”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배부는 부대 행정실에서 이뤄졌다. 개인 보관함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든 병사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당직사관은 병사들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보안스티커가 부착된 것을 꼼꼼히 확인한 뒤 보안사항을 교육했다.

병사들은 평일 오후 5시50분부터 오후 9시15분까지, 휴일엔 오전 8시부터 저녁점호 전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시험을 앞둔 병사는 부대장 승인 후 정해진 장소에서 시간을 연장해 쓸 수도 있다.

단 ‘병사 휴대전화 사용 불가 지역’ 문구가 부착된 행정반·지휘통제실·통신실 등 군 업무 공간에선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이준호 병장은 “휴대전화로 포털 뉴스를 검색하면서 평소 관심 있던 경제·시사 분야 지식을 쌓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주영 상병은 “가족·친구들과 자유롭게 통화하고 SNS를 통해 친구들의 근황을 접할 수 있어 고립된 느낌이 덜하다”며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은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미소(오른쪽) 국방홍보원 홍보위원이 대대 행정실에서 일과 후 휴대전화를 찾아가는 병사들에게 자신의 SNS를 보여주고 있다.
임미소(오른쪽) 국방홍보원 홍보위원이 대대 행정실에서 일과 후 휴대전화를 찾아가는 병사들에게 자신의 SNS를 보여주고 있다.



휴대전화·외출로 양질의 자료 쉽게 접해

텅 빈 공중전화 박스를 지나 찾은 부대건물 2층 교육장은 자기개발에 열중하는 병사들로 가득했다.

지난 2월 부대에 전입한 정태호 이병은 “훈련소에서 읽은 스페인 서적에 큰 감명을 받아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휴대전화로 국방부에서 운영하는 ‘나라사랑포털’에 접속해 매일 1시간 무료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병은 “이전 사이버지식방에서 공부할 땐 시간제한 때문에 공부 흐름이 끊기곤 했는데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자기개발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같은 목표를 가진 병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영어 스터디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현기 병장은 “군대라는 특성상 공부에 제한되는 부분을 서로 보완하며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스터디 모임을 결성했다”며 “휴대전화로 양질의 영문자료를 쉽게 접하고, 평일 외출 제도를 이용해 필요한 책을 서점에서 직접 구매하는 등 이전보다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부대는 병사들에게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했다. 병사들은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대신 보안규정을 위반하면 국방보안업무훈령 보안사고처리 기준에 따라 엄격한 처벌을 받게 된다. 황소대대 유재선(상사) 보안담당관은 “부대는 매월 병사 대상 보안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며 “작전·훈련 상황 노출 등과 같은 군사보안 사고는 물론 군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홍보위원은 “밝은 분위기에서 휴식시간에도 자기개발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장병들이 규정을 잘 지키는 가운데 휴대전화가 군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철원에서 글=안승회/사진=이경원 기자


안승회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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