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임시정부100년, 고난의 3만리

[임정100년] 우리 민족 스스로 나라 세우고 민주주의 문 열어

입력 2019. 04. 12   15:50
업데이트 2019. 04. 1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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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끝>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의 의의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국가·정부 단호히 거부
고난의 시기 우리 민족에게 독립 꿈·희망 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호·연호·헌법 계승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토대 돼
독립운동 선열들의 고귀한 헌신 잊지 말아야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수립 100년 만에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나라를 만들었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35년 동안의 가혹한 일제 식민지 지배를 극복해 광복을 성취했고,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길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는 것을 바라는 것과 같다는 서양인들의 비아냥을 이겨내고 민주발전도 이루었다. 심지어 국제사회도 놀란 자랑스러운 ‘촛불혁명’을 이룩해 민주의 역사를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 정말 스스로 대견해해도 좋을 것 같다. 

 
이러한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독립운동의 역동성에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독립운동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도 우리 민족이 독립운동을 펼칠 땅을 순순히 내주지 않았고, 흔쾌히 도와주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고난의 시절이었지만, 우리 민족은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공화제로 임시정부를 세워 운영하며 조국 광복의 꿈과 이상을 실천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이 이룬 광복은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온 겨레가 역동적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한 성과이자 결실이었다. 바로 이 역동성이야말로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고, 오늘의 대한민국은 이 토대 위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의 의의는 참으로 크다.


첫째는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국가와 정부를 거부하고 우리 민족 스스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임시정부’를 세웠다는 사실이다. 이는 민족혁명과 민주혁명을 지향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을 구현하고, ‘대한제국’ 이후 단절된 민족정권의 맥을 잇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 역사에서 민주주의의 역사를 처음으로 열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이는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정체이자 국체이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1919년 4월 10일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제정 선포됐다. 여기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민주공화제’를 채택함으로써, 반만년 지속된 군주전제 국가가 사라지고 민주공화제 국가가 새롭게 성립했다. 이로써 ‘제국’에서 ‘민국’으로, 봉건국가의 ‘신민’(臣民)에서 근대국가의 ‘국민’으로, 나아가 무권리의 ‘백성’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 거듭나는 민주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셋째는 우리 민족에게 독립의 꿈과 희망을 주었다는 점이다. 우리 민족이 꿈과 희망조차 잃어버린 고난의 시기가 일제강점기 아닌가. 그런 엄혹한 시기에 우리 민족에게 위안이 되고 등불이 되어 민족독립의 꿈과 희망을 잃지 않게 했던 것이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존재였다.

넷째는 현재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토대라는 점이다. 1948년 8월 15일 정식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호, 연호, 헌법을 계승해 재건됐다. 이뿐만 아니라 임시정부와 광복군 지도자들은 정부 수립과 국군 창설에 주요한 역할을 맡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토대가 된 것이다. 헌법 전문에 새겨진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하는 생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기기묘묘한 꽃들이 만발한 어느 봄날이나, 단풍으로 곱게 물든 어느 가을날, 엄동설한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어느 겨울날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낯설고 물선 이국땅이나 만주 골짜기 혹은 황량한 연해주 벌판에서 독립운동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분들도 사람인데, 고국에 두고 온 부모형제와 처자식 생각으로 긴 밤 잠 못 들어 하지 않았을까.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만주벌 어느 높은 산 깊은 골짜기에서 언 발과 언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헌 총의 방아쇠를 당길 때, 그분들은 과연 일제와 싸워 독립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을까.


아닐 것이다. 그분들은 다만 반만년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우리 민족이 섬나라 왜놈의 손아귀에서 온갖 능욕을 당하는데, 가만히 앉아 볼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자신들은 여기서 이렇게 망국노로 비장한 삶을 살지만, 자신들의 후손들만은 이 세상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당당하고 정의롭게 살기를 바랐기에 가시밭길 독립운동의 길을 묵묵히 간 것은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것 같다. 독립운동 선열의 피땀 위에서 대한민국이 세워졌고, 6·25전쟁 호국영령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지켜졌지만 그분들의 고귀한 헌신을 잊고 사는 것 같다. 어린 아들딸들에게 보릿고개의 배고픈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주린 배를 움켜쥐고 경제성장에 앞장선 산업화세대에 대한 고마움도 사라졌다. 더욱이 이렇게 세운 나라, 이렇게 지킨 국가, 이렇게 키운 내 조국을 자유롭고 정의로운 ‘민주 국가’로 만들기 위해 애쓴 민주화세대에 대한 존경심도 희미해지고 있다.

그저 우리나라가 예전부터 독립된 국가였고, 잘사는 나라였고, 민주화된 나라였다는 생각들을 하고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오늘의 대한민국은 독립운동 선열이 꿈꾼 나라에서는 훨씬 뒤떨어져 있다. 독립운동 선열들이 반쪽짜리 나라를 세우기 위해 희생한 것은 아니고, 또 새 국가의 이상으로 내세운 삼균주의의 세상은 아직도 요원하다. 임시정부가 새 국가건설 이념으로 채택한 삼균주의는 요즈음 언어로 말하면,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교육민주화의 구현이었다.

오늘의 현실은 과연 독립운동 선열들이 꿈꾼 나라에 어느 정도 다가가 있는지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보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꿈과 이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역사가 되며, 그 역사가 미래를 열어가는 이정표가 되어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가는 역사의 숭고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달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 알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연재해 온 ‘임시정부 100년, 고난의 3만리’를 이번 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지난 1년 동안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국군 장병들의 영원한 벗 국방일보를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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