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장군의 서재

“미래 불확실성의 안개, 독서로 걷어낸다”

김상윤

입력 2019. 04. 10   17:42
업데이트 2019. 04. 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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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관(소장)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강대국의 선택, 군 혁명과 군사혁신의 다이내믹스』(맥그리거 녹스 등 지음/김칠주·배달형 옮김/KIDA프레스 펴냄)

과거 사례 세심하게 살펴보면 미래 불확실성 줄이기 도움
역사적 군사혁신, 분석에서 방향까지 제시해 시야 확 트여
육군 변혁 노력과 겹치면서 ‘큰 울림’… 공통점 눈여겨 봐야


미래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꾸준히 책을 읽는다는 방종관(소장)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군인에게 있어 독서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룡=한재호 기자
미래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꾸준히 책을 읽는다는 방종관(소장)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군인에게 있어 독서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룡=한재호 기자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는 군사력 건설과 예산 배분 등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기획하는 부서다. 방종관(소장·육사44기) 기획관리참모부장은 “기획이란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통찰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방 소장은 매일 책을 펼친다. 과거 사례를 세심하게 살펴봄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 방 소장이 밑줄을 그어가며 몇 번이고 읽었다는 추천도서는 『강대국의 선택, 군 혁명과 군사혁신의 다이내믹스』다.


역사적 군사혁신 사례의 공통점

“14세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역사적인 8가지 군사혁신 사례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군사혁신과 관련된 이론 및 성공적인 군사혁신을 위한 방향까지 제시해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을 받았죠.”

방 소장은 무기체계 기획 분야에 대한 관심을 ‘군사혁신’ 분야로 확장해가던 2016년 무렵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시작으로 전략·정책 분야의 여러 책을 차례로 읽어나가던 중 육군의 ‘도약적 변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다시 책을 꺼내 밑줄을 그어가며 몇 번이고 다시 읽었죠. 과거의 군사혁신 사례가 오늘날 육군의 변혁 노력과 겹치면서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이 도약적 변혁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입니다.”

방 소장은 책이 제시하는 군사혁신의 공통점을 눈여겨볼 것을 강조했다.

“ ‘장궁’이라는 무기체계 자체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14세기 에드워드 3세 때 교리와 조직 등 포괄적 혁신이 이뤄지면서 비로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서구식 군대 건설의 시초가 된 17세기 프랑스, 19세기 프러시아의 군사혁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첨단기술은 군사혁신 그 자체가 아닌 촉매제 역할을 하고, 개념·교리·조직의 발전이 수반된 포괄적인 혁신만이 성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방 소장은 1·2차 세계대전에서도 군사혁신의 비결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직하고, 실용적이며,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보장되는 군대 문화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1·2차 대전 시기 독일의 군사잡지에 실린 연구·논문 숫자는 프랑스, 영국과 비교해 2배 이상 많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독일군 장교단 내부에 지적인 소통의 문화가 정착돼 있었다는 것이죠. 육군이 ‘군사혁신저널’을 발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군 내부에도 좋은 책은 많다

방 소장은 “군에도 좋은 책이 많으니 밖에서만 찾지 말 것”을 당부하며 몇 권의 책을 추가로 추천했다.

“소령 시절 육군대학(현 합동군사대학)에서 처음 읽었던 군사평론 제332호에 실린 『젝트 장군의 군사개혁』의 일독을 권합니다. 1998년 번역돼 군 내에서만 전파된 책으로, 합동군사대학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앞선 추천도서가 논문 모음집 형태로 큰 흐름을 볼 수 있다면, 이 책은 더욱 구체적으로 제1·2차 대전 기간 독일군의 혁신 노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가지 주제의 책을 다양한 수준으로 연계해서 읽는다면 총론과 각론을 함께 통찰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방 소장은 역사에 관심이 높다.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과목은 역사였고, 사관학교 시절 전공도 역사였다. 임관 후에는 육군대학에서 전쟁사 교관을 했고, 이라크 파병사단 창설 요원으로서 ‘전투교훈 분석장교’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역사와 전쟁사에 대한 흥미를 갖고 관련 책을 다수 읽었던 것이 무기체계 및 군사전략을 기획하고, 정책을 보좌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군사혁신 사례도 결국 전쟁사이고 역사입니다. 육군의 도약적 변혁을 위해 과거의 유사한 사례와 전쟁 역사를 세심하게 살펴 교훈을 얻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독서의 3단계, 읽고·생각하고·써라


방 소장은 한 달에 최소 2권 이상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한 가지 이슈를 따라 독서를 이어가는 방법으로 효과를 높이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놓고, 관련 논문이나 책을 찾아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읽어나갑니다. 이를 통해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죠.”

‘독서는 습관’이라는 것이 방 소장의 지론이다.

“서재에는 주로 ‘직무 전문성’에 대한 책을, 침대 옆에는 ‘자기 수양’에 대한 책을 비치해 둡니다. 이때 메모지를 함께 준비해 중요한 내용은 적어가며 독서 합니다.”

방 소장은 좋은 책을 만나면, 핵심 내용을 A5 크기의 독서 카드로 정리한다. 지금까지 그가 쓴 독서카드는 1000장에 이른다.

“카드를 쓰는 과정을 통해 독서를 반복하는 효과를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책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가끔 업무에 대한 고민이 생길 때면, 내가 쓴 독서 카드가 좋은 아이디어를 주기도 합니다. 독서는 읽기-생각하기-쓰기로 이어질 때 완성됩니다.”


군인의 독서 목적은 ‘전문성’ 강화

군인에게 독서가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방 소장은 “군인의 독서는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 답했다.

“프로이센의 군사개혁가 샤른호르스트는 나폴레옹의 전역을 고찰하면서 군대는 최고의 천재가 없더라도 잘 운용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문성 있는 장교단을 육성하는 데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특히 군사문제의 범위가 갈수록 확장되고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빠른 상황 판단과 결심이 필요한 현대 직업군인에게 독서를 통한 전문성 향상은 더욱 중요합니다.”

방 소장이 생각하는 전문성에는 4가지 수준이 있다. 첫 단계는 ‘경험’만 갖추는 것, 두 번째 단계는 ‘경험과 이론’을 겸비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경험과 이론을 기초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이며, 네 번째는 이 대안을 가지고 의사결정자와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경지다.

“고급장교들은 적어도 3~4단계의 전문성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폭넓고 깊이 있는 간접 경험이 필수적이죠. 독서는 경험과 이론을 연결해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능력과 함께 의사결정자와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로고스(logos)·파토스(pathos)·에토스(ethos)를 길러줍니다. 특히 독서는 장군이라는 계급과 직책을 감당하기 위한 ‘도덕적 의무’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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