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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빈 종교와 삶] 관찰하며 행동하는 사람

기사입력 2019. 04. 02   15:53 최종수정 2019. 04. 02   16:01


최 종 빈 
공군본부 군종실 교육담당·대위·목사

축구 감독에 관한 관심과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사단법인 대한축구협회가 일반인들을 위한 공식 지도자 과정을 열어서 참가해 봤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경기를 뛴 전문 선수경력이 있으면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C 라이선스’ 과정에,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은 한 등급 아래인 ‘D 라이선스’ 과정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선수 경력이 전무한 저는 ‘D 라이선스’ 과정에 들어갔습니다.

온라인 선행학습으로 이론 과정을 통과하고 일주일간 소집교육에 참여할 때 저의 속마음은 ‘D 라이선스 과정이니 뭐 그렇게 대단하겠어? 나 정도면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자만심으로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육 첫날부터 그 생각은 산산이 깨졌습니다.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의 모습에서 축구협회의 이름을 걸고 한다는 대단한 자부심을 볼 수 있었고, 그렇기에 어느 것 하나 대충 쉽게 넘어가지 않아서 자칫하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일었던 것입니다. 어렵게 휴가도 냈고 과정비도 이미 낸 터라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었습니다.

지도자 과정의 요체는 ‘당신이 축구를 얼마나 잘하느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을 알차게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이며, ‘계획한 수업을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구현해낼 줄 아느냐’를 교육하며 검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공 차는 기쁨으로 즐기는 축구를 했지만, 제대로 된 정규 축구 수업을 받아본 경험이 없었기에 다른 이들을 가르치는 수업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교육과정에서 정말 인상 깊었던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관찰’을 굉장히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이에게 가르치려고 할 때 중요한 것은 배우는 사람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부분을 어떻게 교정해 주어야 하는지 알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찰을 잘해야 배우는 사람의 관점에서 눈높이를 맞춰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D 라이선스’ 과정에 참여했던 수강생 대부분이 강사에게 지적받았던 것인데 ‘말로 가르치지 마라’는 것입니다. 말보다는 실제로 그 기술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직접 몸으로 ‘보여주라’는 것이고, 그것이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강사를 보면서 지도자는 말로 권위를 얻는 게 아니라 실제로 구현해냄으로써 권위를 부여받는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무사히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고 ‘D 라이선스’를 얻었습니다. 미취학 아동들을 수업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죠. 배움의 큰 기쁨을 누렸던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에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관찰’해 보는 것과 많은 말보다 실제 ‘행동’으로 내가 아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사람이 진짜 지도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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