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청소년이라는 씨앗을 키우는 군인

입력 2019. 03. 20   15:31
업데이트 2019. 03. 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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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하 상사 육군17사단
이은하 상사 육군17사단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육군 모집홍보관입니다.”

5년 전 한 여군 선배의 추천으로 육군 ‘모집홍보관’에 지원했다. 처음에는 직책에 대한 낯섦과 나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 때문에 지원을 망설였다. 하지만 육군의 인재선발을 담당한다는 새로운 직책에 대한 설렘에 이끌려 도전했다.

문제는 선발된 후였다. 솔직히 말해 진짜 몰랐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교육자료 제작부터 숨 막혔다. 홍보관으로 임명된 뒤 몇 달 동안 밤을 새우면서 교육자료를 만들고 수정했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위해 유명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수없이 듣고 분석했고, 교안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온종일 이어지는 외근이 피곤했지만, 퇴근 이후의 강의안 수정작업에 소홀할 수는 없었다.

다음 문제는 홍보활동이었다. 처음엔 멋모르고 진로·청소년이란 말만 적혀 있어도 무작정 들어가 육군 간부를 홍보했다. 기관들과 협조가 잘 안 되면 절망감에 힘들었다. 가끔 길가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적도 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만족스럽지 않고 불편했다. 숨 가쁘게 이곳저곳 달리며 홍보했지만, 간부 지원율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것도 아니었다. 다 잘하는데 나만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저런 고민과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던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 DJ의 말이 가슴을 땅! 쳤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왜 하는지’를 알면 그 일이 달라 보일 거예요.”

그렇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육군에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야 하는 이유, 그것이 나의 원동력이 되는 까닭이었다.

모집홍보관은 농부다. 청소년이라는 씨앗에 물을 주며 정성껏 관리하는 농부다. 어떤 날은 너무 춥고, 어떤 날은 너무 덥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수 인재라는 아름다운 열매를 수확한다.

모집홍보관은 특별하다.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어떤 이는 ‘인생’을 듣는다고 했다. 군인이 그냥 직업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사명감’이자 ‘인생의 지향가치’임을 알려주고 기억하게 해주는 특별한 직책이 모집홍보관이다.

이 직무를 시작할 때는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5년 동안 많이 채웠고 그만큼 더 견고해졌다. 청소년 진로상담자격증을 취득해 학생들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게 됐고, 유능한 인재 선발이 육군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문제임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특히 나를 통해 군인의 길을 택한 친구들이 군복을 입고 찾아오거나 안부 문자를 보내올 때 느끼는 뿌듯함은 감동 그 이상이었다.

아직도 모집홍보관이라는 직책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모집홍보관의 임무와 의미를 전하며 홍보관 임무를 마치려고 한다. 또 다른 새로운 업무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5년 전 그 다짐을 되새기며 다시 한번 시작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모든 청소년과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인사해본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대한민국 육군, 육군 모집홍보관 상사 이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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