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니블링·앵커링’ 등 다양한 협상기법 사용하라
상대의 양보·굴복 요구보다 이익·명분 건네야 효과
협상 서로 이익 돼야만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 가져
‘중요한 정보 제공’ 디스클로저 등 다양한 기법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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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능력은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필요하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가족과 여행지를 선택할 때, 매년 회사 측과 연봉을 정할 때, 투숙할 호텔을 고를 때, 비행기나 기차를 탈 때,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주문할 때 등 협상을 잘하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협상력을 잘 발휘할 경우 남북관계나 국제무역 같은 거창한 일뿐만 아니라 회사생활과 가족과의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협상은 상대방에게 명분·이익을 줘야 성공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양보나 굴복을 요구하거나, 강요나 협박을 해서는 협상이 이뤄지기 어렵다. 나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만 따내는 것은 성공적인 협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협상은 협상 상황뿐만 아니라 협상 이후에도 계속 상대방과 관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도 상응하는 보상이나 이익을 건네야만 상대가 움직인다. 상대가 협상에 응할 정도의 이익이나 명분을 제공한다면 상대방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 고려시대 서희 장군이 거란군과의 협상에서 성공한 것은 거란 측에 제공한 명분과 이익이 논리정연하고 상대방인 소손녕 장군을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무조건 양보나 굴복을 요구하는 것은 협상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협상은 서로의 운명과 자존심을 내건 치열한 경쟁의식과 기싸움으로 진행된다. 일방적으로 밀리거나 양보를 강요당하면 상대방은 불쾌해하고 협상을 깨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협상에서 실익을 얻을 순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불신과 거부감이 누적되면서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방 국가들에 군사비용과 무역에서의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도를 낮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손상이 갈 가능성이 큰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상대방의 명분과 자존심을 존중하면서 상호 간에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협상을 해야 한다. 늘 상대방과 나눌 명분과 실리를 담은 창의적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성공적인 상생 협상을 위한 협상기법들
협상은 서로가 이익이 돼야만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을 갖게 된다.
▲니블링(Nibbling) 전략: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사소하게 보이는 작은 부분을 덤처럼 추가로 요청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진행해온 협상 전체가 깨질 것을 우려해 상대방이 제안을 수용하도록 하는 기법이다.
▲앵커링(Anchoring) 전략: 처음 얻은 정보를 기준으로 그 언저리에서 답을 구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현상을 행동경제학과 협상학에서 일컫는 용어다. 배가 닻(anchor)을 내리면 닻과 배를 연결한 밧줄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데서 유래했다. 초반에 제시한 제안을 협상의 기준점으로 삼는 기법으로, 협상 결과가 초기에 제시된 숫자나 사물의 기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실전 협상에서 자주 쓰인다.
▲번들링(Bundling) 전략: 마케팅에서 두 개 이상의 다른 제품을 하나로 묶어서 단일 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략으로, 협상에서 거래조건 여러 개를 묶어서 제안하는 전략을 가리킨다. 이들 묶음을 개별적으로 분리해 협상할 수 있으므로 단순한 ‘끼워팔기(tying)’와는 다르다. 협상 상대방에게 거래조건을 제시할 때 가격, 거래량, 계약조건, 기술지원, 현장 서비스, 사후 서비스 등 상호 연관성이 높은 거래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반면 상대가 제안한 조건 중 좋은 것만 골라 취할 수 있어 세심한 협상을 해야 한다.
▲스케일링(Scaling) 전략: 협상에서 문제의 중요도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상대의 의도와 전체 협상 판도를 파악하는 기법이다. 상대에게 이 문제의 중요도가 10점 만점 또는 100점 만점 중 어느 정도에 해당하는지 묻고, 상대 역시 이를 깨닫게 함으로써 중요도를 파악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걸러내 본질적인 협상에 집중할 수 있다. 대응방법이 모호하거나 다양한 현안이 너무 많을 때 유용하며, 상대가 비합리적인 협상 태도를 보일 때 유용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
▲디스클로저(Disclosure) 전략: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상대에게 알려주는 폭로 전략이다.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보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보를 너무 많이 누설할 경우 역이용을 당할 수 있고, 나약한 상대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파이의 크기가 정해졌다고 단정짓지 마라
● 장애 극복하는 협상기법 9가지
협상에서 합의를 끌어내는 데 장애가 되는 여러 일이 많이 발생한다. 협상장에서 상대가 반대할 경우, 상대의 성격 탓이나 협상의 속성 탓으로 돌리면서 협상에 비관적인 경우도 생겨난다. 협상 상대방의 제안에 속아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 양측의 이해관계가 합치되지 않는 상황, 협상에 동의했다가 내부 조직에서 체면을 잃고 비판받을까 두려운 경우, 너무 많은 것을 너무 빨리 처리하려다 생기는 우려 등이 주로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한다. 『노(No)를 극복하는 협상법』의 저자 윌리엄 유리는 이런 상황에서는 황금의 다리를 놓아주고, 채워지지 않은 상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창의적 대안을 준비하라고 제언한다. 다음은 그가 제안한, 장애를 극복하는 성공하는 9가지 협상기법.
1. 상대방을 협상에 적극 참여시켜라.
2. 상대방의 생각을 물은 뒤 이를 제안의 기본으로 삼으라.
3. 건설적인 비판을 청하라.
4.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줘라.
5. 상대방을 비이성적이라고 단정 짓거나 버리지 마라.
6.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가볍게 여기지 마라.
7. 파이의 크기가 이미 정해졌다고 단정 짓지 마라.
8. 낮은 비용으로 큰 혜택을 얻을 방법을 찾아라.
9. “만약… 그러면…”이라는 전제로 상대의 회의적 생각을 뒤집어라.
<김홍국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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