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의 두드림 <44> 육군12사단 향로봉연대 최청하 병장
남들보다 뒤늦은 26살에 입대
조직생활 압박감에 강한 스트레스
소대장의 격려로 달라지기 시작
자대 전입 5개월 만에 ‘특급전사’
연대 첫 자발적 동아리 만들어
주제 정해 토론하며 서로 소통
독서 서평도 꾸준히 블로그에 올려
이젠 미래 준비하며 밝은 병영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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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입대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조직생활’이다. 특히 오랜 기간 외국에서 생활하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온 장병에게서 이런 모습이 종종 나타난다. 육군12사단 향로봉연대 최청하 병장도 그중 하나였다. 조직생활에서 오는 압박감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극심한 좌절을 느꼈고, 우울감에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은 계기를 통해 달라지기 시작한 최 병장은 향로봉 최강전사, 보안능력평가 최우수, 동아리 창설 등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현재는 군에서 미래 대학교수의 꿈을 키워가는 최 병장을 소개한다.
“저는 26살이라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입대했습니다. 나이도 나이지만 오랜 미국 유학 생활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제게 군대는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기 때문이죠.
훈련소에서는 항상 전우조 활동을 강조했는데, 모든 것을 같이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입대 후 첫 체력측정 때 호흡곤란 증세가 왔고, 실사격 훈련 때는 두려움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고달팠는지 앓아눕기도 했죠.”
‘조금만 더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란 생각으로 훈련소를 겨우 수료한 최 병장은 자대에서 더 큰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꼈다. 동료들과 생활하던 훈련소와 달리 간부를 비롯해 선임들과도 같이 생활해야 됐기 때문이다. 이런 소극적인 마음은 잦은 실수로 이어졌고, 선임과 간부들에게 혼난 후 남몰래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안 되겠다 싶어 소대장님 찾아 ‘하소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소대장님을 찾아가 하소연을 했습니다. ‘더는 여기 못 있겠습니다. 제가 도대체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요. 소대장님께서는 흥분한 저를 진정시키면서 ‘군 생활이 많이 힘들겠지만, 네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남들보다 더 성장할 수도 있다. 네가 외국 생활을 오래 한 것도 알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것도 알지만, 결국 세상은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 참에 남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리더십을 키워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소대장님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고민 끝에 찾아간 소대장에게서 작은 변화의 계기를 얻은 최 병장은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 동료들이 들어왔다. 혼자서라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연대 지휘소 설치는 중대원들과 힘을 합치니 한결 수월해졌다. 전투준비태세의 하나로 진행된 생활관·사무실 물자분류도 동료들이 있어 손쉽게 해냈다.
개인 텐트를 어떻게 설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자신을 도와준 전우도 있었고, 근무에 들어가자 끼니를 챙겨주는 선임도 있었다. 대항군과 전투할 때도 옆에는 항상 동료들이 있었다. 이런 모습 속에서 최 병장은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리더가 되자 ” 결심
“귀찮게만 여겨졌던 동료들이 이렇게나 소중한 존재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모두에게 인정받는 리더가 되자’고요. 처음에는 ‘저 자신을 위한 변화’에 주력했어요. 먼저 군인으로서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체력을 단련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매일 2~3시간을 들여 5㎞ 뜀걸음과 팔굽혀펴기 100개, 윗몸일으키기 100개, 턱걸이 50개를 했습니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더라고요. 자대 전입 5개월 만에 부대 특급전사인 ‘향로봉 최고전사’ 호칭을 획득했습니다. 한번 자신감이 붙으니 다른 부분에서도 성과가 있었습니다. 사단 예하 모든 정보병을 대상으로 한 보안능력평가에서 최우수의 영예를 얻게 됐습니다. 또 KCTC 훈련과 혹한기 훈련에서 우수한 임무 수행 능력을 선보여 표창을 받기도 했고요.”
하나둘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최 병장은 이제 주변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전우’가 되기 위해 나섰다. 먼저, 전우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중대 상담병’ 임무를 자청했다. 동료들보다 많은 나이가 이때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형처럼 믿음직한 모습으로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해결 방안을 고민하다 보니 이제는 시간을 정해 상담해야 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그리하여 최초 부여됐던 3개월의 임무 기간도 4개월 연장됐다.
최 병장이 또 하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향로봉 토론동아리’ 운영이다. 최 병장이 주축이 돼 창설된 이 동아리는 매주 토요일 아침 진행된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다양하게 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병영 내 자율과 책임의식’, ‘휴대폰 사용’, ‘일과 후 외출’ 등을 토의했다. 부대에 따르면, 향로봉연대에서 병사가 자발적으로 만든 동아리는 토론동아리가 유일하다. “처음 동아리를 만들 때만 해도 회원이 7명밖에 안 됐는데, 지금은 20명이나 됩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입니다. 특히 주어진 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팀을 나눠 일주일 정도 발표 내용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토론 능력도 향상된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이외에도 최 병장은 꾸준한 독서·글쓰기와 함께 읽은 책들에 대한 서평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작업을 병행하며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최 병장은 미래 목표는 대학교수다.
어려움 겪는 장병 있다면 주위와 나눠보세요
“입대할 때만 해도 군대에서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결국은 군대가 제게 값진 교훈을 준 것이죠. 저는 이곳에서 얻은 여러 가르침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대학교수라는 미래 꿈을 이루고자 합니다. 혹시나 군 생활 중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병들이 있다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주위와 함께 나눠보세요. 저처럼 많은 것을 군대에서 얻어갈 수 있을 겁니다.”
임채무 기자 lgiant61@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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