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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뀐 시간

입력 2019. 03. 19   16:07
업데이트 2019. 03. 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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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노 준 병장 해군96잠수함전대 전대본부
박 노 준 병장 해군96잠수함전대 전대본부
2년 전 나는 입대 영장을 받은 후 평소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해군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과체중으로 현역입영 대상이 아니었던 나는 체중감량을 하고 나서야 해군에 입대할 수 있었다.

현재는 잠수함사령부 제96잠수함전대 소속 수병으로 복무 중이다. 나름 유능한 수병이라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하던 중 전대장님으로부터 ‘블루캠프’라는 해군 특유의 장병 복무적응 프로그램을 다녀오라는 권유를 받았다.

블루캠프! 수병들 사이에서 흔히 ‘백색병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처음 블루캠프 입소 권유를 받았을 때는 “내가 왜?”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전대장님께서는 모범장병 또한 입소 대상이니 전대를 대표하는 모범장병으로서 전대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블루캠프에서 재충전 시간을 가질 것을 권유하셨다. 그러나 이곳은 군 복무에 적응하지 못한 수병들이 입소하는 곳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입소 첫날, 12일 동안 함께 지내야 할 입소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그렇게 지내던 중 블루캠프 상담관님의 강의는 내 생각을 180도 바뀌게 했다. 상담관님은 입소 사유와 관계없이 모두를 편견 없이 대하시며 군대·사회·가정 등 어떠한 주제의 고민이든 성심성의껏 경청해주신 덕에 보이지 않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피 끓는 청춘을 나라에 바치는 너희들에게 고맙다”라고 말씀하시는 상담관님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나도 다른 입소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러 입소자와 대화하며 깨달은 사실은, 그들이 단지 남들과 조금 다를 뿐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군대에서 적응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들이 어딜 가나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오해를 해선 안 된다. 우린 단지 운이 조금 좋았을 뿐이다. 운이 좋아서 좋은 분위기의 부대에서 근무할 수 있었고, 좋은 동료들을 만난 것이며, 또 군에 적응하기에 조금 유리한 성향을 가졌을 뿐이다. 처음에 “?”로 시작한 블루캠프 시간은 “!”로 바뀌었다. 나에게는 이제 블루캠프에서 남은 시간을 그들이 하는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만 남았다. 이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함께하고 나니 블루캠프에서의 남은 시간이 빠르고 의미 있게 지나갔다.

블루캠프에 다녀온 후 나는 마주치기 꺼렸던 일부 부적응 전우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 대화하거나 함께 공을 차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부적응’이라는 단어에 가려진 그들의 본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처음엔 떠밀리듯 입소했지만, 돌이켜보니 블루캠프에서의 시간은 내 편협했던 사고가 깨지는 전환점이 된 것 같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블루캠프, 지난날 나처럼 망설이는 수병이 있다면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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