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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덕 종교와 삶] 소통

입력 2019. 03. 19   14:26
업데이트 2019. 03. 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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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상 덕 
해군계룡대근무지원단 군종실·소령·목사
정 상 덕 해군계룡대근무지원단 군종실·소령·목사

‘소통(疏通)’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또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뜻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너무나 많습니다. 과거에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 편지 정도가 소통의 도구였다면 현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해서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소통의 도구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소통의 도구가 넘쳐난다고 해서 소통이 잘되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인터넷 유머에 ‘부부싸움’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입니다. 남편이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는데 아내가 묻습니다. “TV에 뭐 있어?” 남편이 대답합니다. “응, 먼지!” 그렇게 부부싸움은 시작됐습니다. 재미있게 넘길 수도 있지만, 우리 안에 소통이 얼마나 잘 안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유머라고 생각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이름이 붙은 고래가 있습니다. 동물 대부분이 소리 내거나 들을 수 있는 독특한 주파수 영역이 있는데 고래도 그 영역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흰수염고래가 10~40㎐, 참고래는 16~40㎐의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고 이름 붙여진 고래는 52㎐의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 고래는 어떤 생물인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52Hz의 소리를 가장 처음 발견한 것은 1989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우즈홀에 있는 민간 연구기관인 우즈홀 해양학연구소입니다. 그리고 1992년 12월 7일 미 해군이 소련의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개발한 수중음향감시체계인 SOSUS를 이용해 고래의 울음소리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52㎐ 고래란 아직 그 실체를 보인 적이 없습니다. 단지 52Hz의 소리만 들렸을 뿐입니다. 주파수 간격 또한 참고래와 비슷해 고래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어찌 됐든 이 생물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고 이름 붙여진 이유는 다른 고래와 주파수가 달라서 아무리 소리를 내도 아무도 들을 수 없다는 겁니다. 자기만의 소리를 내니 다른 고래와 소통할 수 없고 그래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종종 두 부류의 사람들 때문에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하나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솔직한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편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감정에만 솔직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속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입니다. 자기의 감정은 전혀 드러내지 않으면서 예의를 갖추고 대화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지 않지만, 감정의 교류가 전혀 없는 경우입니다. 말은 하지만 마음은 없는 대화입니다.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소통은 솔직하되 애정을 가지고 상대를 세심하게 고려하며 대화해야 하고, 신중하되 마음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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