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매년 감소하다 2013년부터 약간 증가

입력 2019. 03. 18   16:22
업데이트 2019. 03. 1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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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그래도 옛날보다는 미세먼지가 훨씬 좋아졌다


서울올림픽 당시 총부유분진 212㎍/㎥
초미세먼지로 환산하면 100㎍/㎥ 달해
2018년 서울 초미세먼지 연평균 26㎍/㎥  
연탄 사용 줄이고 연소 규제 강화 '효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연탄 공급을 대회 기간에 중단했으며 목욕탕 문은 아예 닫게 했다.  필자 제공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연탄 공급을 대회 기간에 중단했으며 목욕탕 문은 아예 닫게 했다. 필자 제공

“우리나라 서울의 대기오염 수준이 전 세계 대도시 중에서 가장 나쁩니다. 지난해까지는 멕시코시티가 1위였는데 서울이 최고로 나쁜 도시로 올라선 것이지요.”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15년 전인 2004년 필자가 국방대 안보대학원 특강에서 들은 말이다. 강사는 당시 환경부 장관이었다. 
 
그때만 해도 정말 공기 질은 나빴다. 출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군복의 깃이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더군다나 당시 수색에 있던 국방대는 난지도 쓰레기장 부근에 위치해 있어서 날리는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더 심했을 것이다.

미세먼지 특강을 하러 가면 사람들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요즘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너무 나빠졌지요?”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미세먼지 때문에 스트레스라는 거다. 많은 국민이 과거에는 우리나라 공기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중국 등의 미세먼지가 더해지면서 급격하게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분은 평생 살아오면서 지금이 가장 나쁘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분의 생각이 전체 국민 대다수의 생각과 같다는 것이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시민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그랬더니 ‘최근 미세먼지 오염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응답이 무려 87.7%였다. 그렇다면 정말 요즘이 옛날보다 더 나빠진 것일까? 한마디로 대답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다.

중국은 올림픽이나 국제적 행사를 할 때 인위적으로 날씨를 조절하고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편다. 베이징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지하고 제철소 사업장은 문을 닫는다. 경유 차량은 일절 베이징 시내에 들어올 수 없고, 가솔린 차량도 통제받는다.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없다 보니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깨끗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이 베이징에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은 국제행사를 할 때뿐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다.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미세먼지를 대대적으로 줄인 적이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 브라질에 지카바이러스가 대유행했다. 그러자 유명 외국선수들이 대회 참가를 거부했다. 이처럼 서울올림픽 당시에도 외국의 유명 운동선수들이 서울의 대기오염을 문제 삼고 나왔다. 당시의 대기오염은 지금으로 말하면 미세먼지를 말한다. 일부 선수들은 일본에 숙소를 잡고 출퇴근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특단의 대책을 실시했다.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차량 2부제를 실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우리나라 주 에너지원이었던 연탄 공급을 대회 기간에 중단했다. 목욕탕 문은 아예 닫았다. 많은 공장이 조업을 줄였다. 덕분에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렇다면 당시 서울의 미세먼지는 어느 정도였을까? 당시에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에 관한 개념이 없었고 따라서 관측치도 없다. 다만 총부유분진은 측정한 자료가 있다. 올림픽 당시 총부유분진은 212㎍/㎥였다. 이 정도의 농도를 초미세먼지로 환산해보면 100㎍/㎥ 정도다. 지금 환경부의 기준으로 볼 때 매우 나쁨(76㎍/㎥ 이상) 수준이고, 2018년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6㎍/㎥ 정도이니 지금보다 4배 정도 더 나빴다. 그러니까 1988년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매우 나쁜 공기 속에서 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옛날의 공기가 더 깨끗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옛날에는 미세먼지라는 개념이 없었고 대기오염이나 스모그 정도였다. 먼지를 총칭하는 총부유분진만 측정했는데 일반 국민은 총부유분진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공기 중에 있는 모든 먼지의 무게를 측정한 것이 총부유분진이다.

우리나라에서 먼지 측정은 1990년대 중반까지 총부유분진만 측정했다. 그러다가 입자가 큰 먼지는 코에서 걸러지는 데 반해 입자가 작은 미세먼지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호흡성 입자(Inhalable Particles)라고 불리는 10㎛ 이하 크기의 먼지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 중 입자의 지름이 10㎛ 이하인 것을 측정한 것이 미세먼지(PM10)이고, 2.5㎛ 이하인 것만을 측정한 게 초미세먼지(PM2.5)다.

최근에 와서 초미세먼지의 경우 허파를 통해 혈관까지 침투해 건강에 극히 해로운 물질로 알려지면서 오해가 더 커진 측면이 있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물질이 엄청 많다는 것에 사람들은 옛날보다 미세먼지가 훨씬 더 증가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초미세먼지(PM2.5) 자료를 보면 계속 큰 폭으로 감소해 오다가 2013년부터는 약간 증가 추세이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연소시설 저감장치 등 획기적인 정책이 미세먼지 줄여


일러스트=반윤미
    <일러스트=반윤미> 


필자가 중국 한 TV방송국의 미세먼지 특집 방송에서 앵커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중국 TV앵커가 집요하게 물어온 것은 “어떻게 대기오염의 악명을 떨치던 서울의 미세먼지가 좋아졌느냐?”였다. 2004년 국방대학원 특강에서 당시 환경부 장관은 지금은 서울이 최악이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서 공기가 정말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획기적인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중국 앵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집마다 사용하던 연탄(석탄)이 거의 사라졌다. 미세먼지를 만드는 주범인 황의 함량이 높은 석유 등 연료의 품질이 크게 개선됐다. 자동차와 산업체 연소시설에는 규제가 강화돼 저감장치가 부착됐다. 버스 연료로 천연가스가 사용됐고, 경유 가격 조정을 통한 경유 승합차 수요가 억제됐다. 이런 정책들이 미세먼지를 줄인 것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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