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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문화산책] 함께 부르고 나누는 ‘합창의 힘’

입력 2019. 03. 14   14:44
업데이트 2019. 03. 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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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소프라노
박소은 소프라노

나는 초등학교 합창단 시절 처음 불렀던 ‘고향의 봄’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피아노를 처음 시작해 음악에 입문했고, 5학년 때 합창단에서 부르기 시작한 노래들은 피어나기 시작한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내게 처음 노래를 가르쳐준 아빠 친구가 조직한 선교합창단 활동은 나의 일상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고아들을 포함한 어린이들로 구성된 선교합창단에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 흘리며 노래 연습을 하고 공연도 다녔다.

당시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던 나는 반주 선생님이 안 계실 때는 반주도 하면서 노래를 함께 불렀다. 즐겁고 행복했다. 그러나 고아 친구들이 많은 탓에 곱지 않은 편견 어린 세상의 시선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는데, 고아라는 이유로 어디를 가든 늘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연기도 하고 부채춤도 추면서 함께 넘어지고 아파하고 기뻐하면서 하나가 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후원자를 통해 대만 순회연주를 떠난 기억이 난다. 대만 노래와 함께 우리 노래도 했는데, 감동받을 때는 분명 한국말을 몰랐을 텐데 함께 울어줬다. 그때 음악의 매력을 진하게 느꼈던 것 같다. 음악은 언어도 현실도 초월하며, 멜로디나 곡의 느낌만으로도 함께 감동을 준다는 걸 알게 됐다.

성악가는 홀로 무대에 서는 일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노래하고 열정을 나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며 나 혼자가 아님을 알고 서로 따스함을 나눠주고 보듬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요즘은 합창 지휘도 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음악은 서로 어울렸을 때 더 큰 힘이 생긴다는 걸 깨달았다. 아름다운 하모니가 나오기까지 서로 모난 부분을 다듬으며 배려해야 한다. 각자 자랑하고 싶었던 것들을 내려놓을 때 결국 하나의 소리로 큰 울림을 내게 된다. 그 하모니의 아름다움은 상상할 수 없는 짜릿함으로 다가오고, 그 마력에 계속 빠져들게 된다. 작곡가 베토벤의 9번 합창교향곡 4악장에서 터져 나오는 기쁨과 감동 가득한 ‘환희의 송가’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합창은 혼자 부를 때보다 더 큰 여운을 준다.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작고 아름다운 소리로 애절하면서도 잔잔하게 표현하고, 때론 폭풍우처럼 몰아치며 우리의 감성을 흔들어 놓는다. 나는 그런 작업을 거침없이 해나가고 있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 완벽할 수 없지만, 내 감성에 충실해지려 하고 그 작업 속에서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경험한다. 단원들은 내가 그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단원들의 노래를 통해 나는 매번 감동하고 더 큰 위로와 격려를 받고 있다.

우리 인생길에서 봄날은 언제일까? 지금 이 순간 누군가와 하모니를 만들며 노래하며 걸어가고 있다면, 그 길이 따스한 봄 햇살처럼 아름다운 인생의 봄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힘들고 외로울 때 너무 많이 슬퍼하거나 아파하지 말자. 함께 노래하며 합창의 힘을 느껴보자. 이 아픔이 지나가면 분명 아름다운 꽃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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