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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병영칼럼] 재미와 의미

입력 2019. 03. 11   14:12
업데이트 2019. 03. 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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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연구센터장
김민석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연구센터장


『논어』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배우고 때에 맞추어 실천한다면 기쁘지 않겠느냐?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온다면 즐겁지 않겠느냐?”

기쁨과 즐거움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쁨은 재미의 영역이고, 즐거움은 의미의 영역이다. 기쁨은 혼자서도 느낄 수 있고, 즐거움은 함께해야 느낄 수 있다. 오늘의 주제는 재미와 의미다.

재미의 극단에 쾌락과 중독이 있다면, 의미의 극단에 금욕과 희생이 있다. 일의 대부분은 재미와 의미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재미가 위주면 취미가 되고, 의미에 치우치면 직업이 된다. 취미는 개인의 기쁨을 추구하고, 직업은 사회적인 보람을 추구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재미와 의미가 나뉠 수 있다. 밥을 먹을 때 맛있는 것을 먹으면 재미를 따르는 것이고, 몸에 좋은 것을 먹으면 의미를 좇는 것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한쪽 끝에 만화나 무협지가 있다면 다른 쪽 끝에 고전이 있다. 운동도 그렇다. 좋아서 할 수도 있고, 건강을 위해서 하기도 한다.

재미와 의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우리 사회는 은연중에 재미보다 의미를, 기쁨보다 보람을 강요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몸, 특히 우리 뇌는 재미와 의미를 모두 필요로 한다.

재미있는 일을 할 때 뇌에서 도파민이 작용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노르에피네프린이 작용한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골고루 나와야 우리 뇌가 행복하고 우리 몸이 건강하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도파민이 우세한 사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우세한 사람이다. 도파민이 우세한 사람은 재미있는 일을 좋아한다. 취미가 다양하고, 친구가 많고, 사교성도 좋다. 흔히 우리는 이런 사람을 외향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말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이 우세한 사람은 어떨까? 이런 사람은 재미보다 의미가 우선이다. 행동보다 생각이 우선이고, 여럿이 하는 것보다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

운동을 예로 들어보자. 외향적인 사람은 배드민턴·볼링·테니스 등 상대가 있는 운동이나 축구·농구·야구 등 팀을 이루어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반면에 내성적인 사람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호한다. 걷기나 달리기, 수영이나 등산을 할 때도 외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를 즐기고, 내성적인 사람은 혼자 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

외향-재미-도파민이 하나의 짝이고, 내성-의미-노르에피네프린이 다른 짝이다.

이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자. 재미가 우선인 장병이라면 의미를 조금 더 추구해야 하고, 반대로 의미가 우선인 장병이라면 재미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지나친 재미의 추구는 중독에 이르는 길이고, 지나친 의미의 추구는 고통에 이르는 길이다. 자신의 성향을 알고 재미와 의미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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