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원기철 기고] 헌혈·장기기증의 보람

입력 2019. 03. 06   16:31
업데이트 2019. 03. 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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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기 철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상사
원 기 철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상사

중학교 때 전학 온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친구와 친해져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친구의 사고 소식을 듣게 됐다. 당시 친구는 졸음운전을 하던 차에 치여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수혈을 제대로 받지 못해 그만 어린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 일은 내가 헌혈하게 된 이유가 됐다. 혈액 부족으로 사람의 생명을 살리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친구를 지키지는 못했지만, 헌혈로 다른 이의 생명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틈틈이 헌혈했다. 그리고 어느덧 50회를 달성해 대한적십자사가 수여하는 헌혈유공장 금장을 받았다.

지난 2016년 2월 같이 헌혈하던 한 여성분과 헌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여성분은 헌혈하는 이유가 지역의 혈액암 환자를 돕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나는 군인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고 싶은 생각에 가지고 있던 헌혈증을 모두 기증했다. 3개월이 지난 후 갑자기 부대에 감사패가 도착했다. 감사패의 내용은 ‘지역사회 발전분야 헌신 봉사 헌혈증서 기부 동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헌혈할 때 대화를 나눴던 여성분이 추천해 주신 거였다.

소소한 선행이 큰 의미로 돌아와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서 생각해 보니 군인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여했다는 점에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시간이 흘러 헌혈 외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장기기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장기기증을 등록했다. 유사시 사고가 나면 ‘나의 장기와 안구를 기증해 다른 국민의 생명을 한 명이라도 살린다면 군인으로 지내면서 그만한 보람이 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증을 결정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헌혈에 참여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이바지하고, 부대원들과 나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장기기증·헌혈·사회봉사 등을 실천하도록 솔선수범하는 군인으로 살아갈 것이며, 나아가 이 글을 보는 모든 이의 참여가 이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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