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종교와삶

[나광남 종교와 삶] 얘기 좀 해주지…

입력 2019. 03. 05   15:30
업데이트 2019. 03. 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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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광 남 공군본부 군종실장·대령·신부
나 광 남 공군본부 군종실장·대령·신부

코에서 나오는 물이 콧물이다. 콧물이 마르면 코딱지가 된다. 눈에서 나오는 물은 눈물이다. 눈물이 눈을 씻고 한곳에 모여 마르면 눈곱이 된다.

밥 먹고 실컷 얘기하고 집에 돌아와서 웃으며 거울을 봤는데 코에 큰 코딱지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또 눈 안쪽에 희뿌연 눈곱이 왕구슬처럼 붙어있거나 빨간 고춧가루가 치아에 끼어있을 때는 가끔 함께 있던 사람들이 미울 때가 있었다. “누군가 얘기 좀 해주지! 쩝!”

나름 잘생겼다고 착각하고 살았던 내가 치아나 눈이나 콧구멍에 뭔가가 끼어 칠칠맞지 못한 사람이 된 기분!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며 혼자 웃는다.

어릴 적 친구 중 하나가 내 치아에 끼인 고춧가루를 보고 “2층 오른쪽 두 번째 방에 불이 났어”라고 말해줬을 때 “아! 이 친구 센스 있네!”라며 “나중에 나도 써먹어야지” 하면서 종종 사용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은 또 다른 친구가 자신 있게 자신의 치아를 드러내면서 “혹시 뭐 끼지 않았어?”라며 입을 벌리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속으로 ‘아니, 얘는 치아도 고르지 않으면서 자신 있게 입을 벌리고 뭐가 끼었나 물어보냐? 대단히 맑고 순수하고 격의 없네!’ 하며 감탄한 적이 있다.

15년 전 일이다. 지금은 전역한 분의 가족을 성당 마당에서 배웅하는데 바지 지퍼가 내려와 있었다. ‘저걸 얘기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순간 고민됐지만, 그분께 바로 “자매님! 남대문 열렸어요!”라고 얘기해 드렸는데 “어머!” 하고 뒤로 돌아 옷매무시를 단정하게 하고는 “고맙습니다!” 인사하시고 서둘러 가셨다.

또, 6년 전쯤 성당에 행사가 있어 타군 총장님이 성당에 오셨는데 코에 ‘왕거니(!?)’가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로 살짝 “총장님! 코에…”라고 말씀드렸다. 총장님은 바로 ‘왕거니’를 제거하시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속으로 ‘말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10여 명 앞에서 본인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민망하시지 않았을까.’

신약성경 마태오 복음 7장 3절과 5절의 말씀이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눈이나 입은 남의 잘못을 크게 보거나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으로 허물을 편안하고 정중히 고쳐주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완전하거나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나 자신도 잘 살펴야 하겠지만, 특히 다른 사람을 살필 때는 더욱 잘 보고 잘 말할 수 있는 지혜와 덕을 갖출 수 있게 해주시기를 기도로 청해본다.

더불어 누군가 지금 저로 인해 불편한 마음이시라면 서슴없이 말씀해 주시기를 조심스럽게 부탁드린다.



*들보: 칸과 칸 사이의 두 기둥을 건너질러 도리와는 ‘ㄴ’ 자 모양, 마룻대와는 ‘+’자 모양을 이루는 나무로, 여기서 들보는 매우 큰 허물을, 티는 아주 작은 허물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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