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속 현대 군사명저를 찾아

공중우세 확보 위해 ‘적 항공력’ 파괴 최우선 과제

입력 2019. 02. 28   17:01
업데이트 2019. 02. 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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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존 와든 『항공전역』 The Air Campaign


작전적 수준에서 어떻게 항공전역을 계획하고 운용할 것인가 다뤄
미군, 걸프전 개전과 동시에 적 주요목표 한번에 공격 ‘병행전’ 적용
적 중심 파괴 비용·시간 최소화 방법 설명… 핵심 vs 지원전력 식별돼야


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항공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편대가 출격하는 모습.  국방일보 DB
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항공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편대가 출격하는 모습. 국방일보 DB

공중우세를 확보하지 못하고는 현대 전쟁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공격한 이래로 변하지 않는 진리다. 현대전에서 항공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중우세 확보에 필수적인 항공력(Air Power)은 고도·속도·거리의 기본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쟁 승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전력이다. 특히 효과적으로 항공전역을 계획하고 운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항공력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와 분권적 임무 수행이다. 공군은 표적식별 및 선정을 가능케 하는 정보·감시·정찰(ISR) 능력, 정밀유도무기(PGMs) 운용 능력 등을 보유한 항공력으로 불필요한 손실과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중심작전을 수행해 전쟁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작전적 수준에서 항공전역 수행


존 와든 3세(John A. Warden Ⅲ, 이하 와든)의 『항공전역(Air Campaign)』은 항공전역을 계획하고 항공력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명저다. 이 책에서 논의된 다수의 아이디어들이 걸프전쟁 계획과 수행에 적용됐다.

책에서 와든은 전쟁 승리에 필요한 군사목표 달성을 위해 항공력이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작전적 수준의 항공전역 수행에 대한 기존의 논의가 부족했음을 강조하며 그 수준에서 항공력을 운용하는 내용에 집중해 설명하고 있다. 와든은 항공전역 계획 수립 시 고려해야 할 항공 중력중심(Air Center of Gravity), 작전단계, 소요자원, 임무 배분, 핵심전력과 지원전력의 구분 등에 대해 제시하며 이러한 개념을 걸프전쟁에 적용했다.


병행전이 적용된 걸프전

걸프전쟁(1991)은 현대전에서 항공력의 결정적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다. 만약 미군 지휘부가 기존의 공지전투(Air Land Battle) 개념을 적용해 쿠웨이트 주둔 이라크군을 항공력과 포병으로 약화시키고 지상군의 공격으로 이라크군을 축출할 경우 2만 명의 미국인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계산됐다.

대신 미군은 이라크를 하나의 체계로 보며 항공전역의 기본원칙인 공세적 개념을 적용, 정밀유도무기와 스텔스 항공기 등으로 개전과 동시에 적의 전략·작전·전술적 주요 목표를 한꺼번에 공격하는 병행전(parallel warfare) 방식을 택했다. 목표를 하나씩 차례로 공격하는 과거의 순차적 공격(Serial Attack)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개전 후 수분 만에 바그다드에는 전기가 사라졌고 종전 때까지 그 기능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라크는 전쟁이 시작된 후 수분 만에 공중우세를 상실했다. 또한 이라크군은 방공지휘통제 체계가 파괴된 이후 미군 항공기들이 이라크 비행장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빈번하게 출격했으며 이라크 공군의 노력은 무용지물이 됐다.


공중우세는 전쟁 승리의 결정적 요소

저자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단어는 ‘공중우세’다. 미 공군교리에 따르면 공중우세는 “주어진 시간과 장소에서 적의 간섭 없이 지상, 해상, 공중 및 특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항공작전이 허용되는 상대적인 우위 정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공중우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의 항공력을 파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적의 체공전력뿐만 아니라 지휘통제소, 항공기 발진기지, 장비, 군수체계 등을 무력화해야 한다


항공력의 공세적 운용

항공전역 수행 시 극히 제한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방어보다 공격이 유리하다. 공중전투 시 1대의 적기를 격추하기 위해선 1대 이상의 전투기가 필요하며 방어는 주도권을 넘겨주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방어의 한계는 기껏해야 비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공세적 접근은 전쟁의 주도권을 지속할 수 있게 하며 상대에게 대응을 강요해 막대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독일군은 1941년 6월 22일과 23일의 짧은 기간 동안 지상에 주기된 4000대 이상의 러시아군 항공기를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은 1967년 이틀 동안 지상에 주기된 400여 대의 아랍 항공기를 파괴했다.


계획한 항공전역 수행을 위한 손실률은?

계획한 항공전역을 변화 없이 수행하기 위한 손실률에 대해 와든은 1%로 언급하고 있다. 만약 1000대의 항공기를 운용할 때 손실률을 1%로 적용해 10일 동안 임무를 수행한다면 약 100대의 항공기가 손실된다. 만약 손실률을 10%(생존율을 90%)로 적용하면 1일 임무 수행 후 900대, 2일 임무 수행 후 810대, 3일 임무 수행 후 729대, 4일 임무 수행 후 656대, 5일 후에는 590대의 항공기만 사용 가능해진다. 손실률을 10%로 적용하면 전쟁 발발 후 1주일 만에 그 비율은 보유 전력의 50% 이상이 된다. 따라서 계획된 항공전역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1% 손실률이 가정돼야 한다. 이러한 손실률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공중우세가 확보돼야만 한다.


전쟁의 목표에 따른 핵심전력의 선정

군사목표가 주어졌을 때, 전구사령관은 어떠한 전력이 목표 달성에 가장 기여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공·해·육군이 모두 동등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는 없으며 핵심전력과 지원역할이 구분돼야 한다. 음악에서 합주를 할 경우 피아노 협주곡인가 또는 바이올린 협주곡인가에 따라 다른 악기들은 지정된 핵심적인 악기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며 협주곡을 완성시킨다. 만약 공군이 전역에 실질적이고 시기적절한 공헌을 할 수 없다면 육군이 핵심전력이 돼야 하며 게릴라전에서는 공군의 역할이 제한된다고 와든은 강조한다. 만약 육군이나 해군이 적의 중심에 도달할 능력이 없거나 병력 부족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공군이 핵심전력이 돼야 한다.


항공전역에 대한 전반적 이해 제공

이 책에서 9장 전쟁의 조화(The Orchestration of War)와 10장 항공전역 계획 수립(Planning the Air Campaign)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9장에서는 무엇보다 전쟁목표를 달성함에 있어 적의 중심(Center of Gravity)을 식별하고 파괴하여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전구사령관은 군사목표 달성을 위해 3군 가운데 핵심전력과 지원전력이 반드시 식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10장에서는 항공전역 계획을 수립할 때, ①적 지상군 공세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비상상황에서 항공력을 사용하는 문제 ②후방차단작전과 근접항공지원작전 두 가지 임무 가운데 어느 쪽에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③공중우세 달성, 후방차단작전 및 근접항공지원작전을 동시에 수행해야 할 상황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돼 있다.

요컨대 이 책은 다양한 전쟁 목표 가운데 항공력이 목표에 부합하는 핵심전력으로 선정됐을 경우 작전적 수준에서 어떻게 항공전역을 계획하고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존 와든의 『항공전역』은 공군 장교들과 항공력에 관심 있는 육군·해군 및 해병대 장교들에게 항공전역의 계획과 운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제공할 것이다.


조관행 공군사관학교 조교수
조관행 공군사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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