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명품 무기 그 하나를 위해… 맹추위 속 ‘구슬땀’

임채무

입력 2019. 02. 20   16:08
업데이트 2019. 02. 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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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시험평가단 혹한 뚫고 ‘120mm 자주박격포 시험평가’


표적 제원 전송 받으면 방렬·탄약 장전 등 ‘자동’
장비 실기동·사격 등 요구 성능 충족 여부 확인
35주간 100여 항목 점검… 야근 잦지만 ‘자부심’ 

 

20일 충남 태안군 안흥시험장에서 육군시험평가단 120㎜ 자주박격포 담당 이권주(오른쪽·군무사무관) 시험평가관과 지원 요원이 사격지휘차량에서 전송된 사격제원을 120㎜ 자주박격포 내부에서 확인하고 있다.
20일 충남 태안군 안흥시험장에서 육군시험평가단 120㎜ 자주박격포 담당 이권주(오른쪽·군무사무관) 시험평가관과 지원 요원이 사격지휘차량에서 전송된 사격제원을 120㎜ 자주박격포 내부에서 확인하고 있다.

육군 각 부대의 혹한기 훈련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이색 혹한기를 보내는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명품 무기체계 탄생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육군시험평가단의 시험평가관들이다. 혹자는 이들이 추우면 따뜻한 곳에, 더우면 시원한 곳에 앉아 임무를 수행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들이 여건과 환경이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근무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모두 사실이 아니다. 복장은 조금 달랐지만, 이들 역시 여느 야전의 장병처럼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맡은 바 임무 완수에 여념이 없었다. 극한의 시험을 통해 무기체계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시험평가관들의 특별한 혹한기 현장을 20일 찾아갔다. 

  

 
육군의 명품 무기체계는 이들 손안에

“셋, 둘, 하나! 콰쾅!, 콰쾅!, 콰쾅!”

전날 내린 눈으로 한껏 매서워진 날씨와 차가운 바닷바람이 막바지 겨울 추위를 실감하게 하는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 야전부대에서만 듣던 박격포탄 특유의 굉음이 이곳에 울려 퍼졌다.

몇 초 후 전방 관측반에서 ‘명중’이라는 소리가 무전을 통해 들려오자, 시험평가관을 비롯한 사격 요원과 관계자들의 표정이 일제히 밝아졌다. 일부는 추위에 볼과 귀가 빨개진 것도 잊은 채 탄성과 함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35주 동안 진행된 120㎜ 자주박격포 시험평가 중 실사격 시험이 완벽하게 수행되는 순간이었다.

이들이 시험평가 중인 120㎜ 자주박격포는 궤도화된 차량에 박격포를 탑재하고, 전 사격 과정에 자동화된 시스템이 적용돼 신속성과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무기체계다. 또한 획득한 표적 제원을 전송받으면 사격제원 산출, 방렬, 탄약 장전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버튼식 격발장치에 의해 신속한 사격이 가능하다. 육군은 밀집된 적 병력과 후방 고지, 참호를 격파하는 데 위력적인 박격포가 ‘자주포’화되면 보병부대의 화력지원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며 120㎜ 자주박격포를 도입할 예정이다.

육군시험평가단은 육군 전력 증강을 위해 이런 무기체계들을 야전부대에 도입하기 전 검증한다. 이 때문에 시험평가 현장은 마치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교실 같은 엄숙함이 감돈다. 이날 시험평가에서도 시험평가관들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격지휘소에서 산출된 사격제원이 박격포반으로 하달되는 일련의 절차를 매의 눈으로 세밀히 살피면서 안전한 사격을 위해 탄약과 장약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점검했다. 또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장비의 성능뿐만 아니라 안정성까지 검증했다. 야전 부대원이 아닌 이들이 이처럼 흙먼지를 마셔가며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노력으로 또 하나의 명품 무기체계가 탄생한다는 자부심이었다.

120㎜ 자주박격포의 시험평가를 담당하는 이권주(군무사무관) 시험평가관은 “매 시험 이후 개발업체 시험지원 요원들과 시험평가 결과에 대해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난상토론을 벌인다”며 “어느새 일상이 된 이런 모습은 관련된 모든 사람이 무기체계를 시험평가하는 것을 넘어 육군 전력 증강의 최선봉에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야근과 장거리 출장은 일상, 자부심 하나로 버텨

무기체계 및 전력지원체계를 실작전환경에서 사용자 입장으로 최종 검증하는 시험평가관들은 시험평가 기간 동안 장비의 실기동, 사격 등 무기체계가 요구 성능을 충족하는지를 직접 확인한다. 또 운용자가 사용 중 위험한 요소는 없는지, 운용과 조작에 어려움이나 불편함은 없는지, 그리고 전술적인 측면에서 전장환경에 적합한지 등을 모두 평가한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저온과 결빙, 강설에 따라 장비 성능이 저하될 수 있기에, 이러한 악조건에서 성능과 신뢰성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100여 개가 넘는 시험평가 항목을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엄격하게 점검한다. 그렇기에 시험평가관들이 수행하는 운용시험평가는 새로운 무기체계가 야전에서 전투용으로 적합한지를 확인함과 동시에 무기체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지렛대의 역할을 한다고들 말한다.

평가는 평균 35주, 3계절 정도에 걸쳐 진행되기에 이들에게 야근과 장거리 출장은 일상이다. 또 주로 야외에서 실제 장비의 운용 상태 등을 점검할 때가 많아 어떤 추위와 더위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생겼다.

김종만 예비역 전문평가관은 “하나의 무기체계를 시험평가한다는 것은 마치 산모가 기나긴 시간 동안 정성 들여 출산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며 “한겨울의 추위와 한여름의 무더위 등 최악의 환경 조건을 거치면서 시험장비와 시험평가관은 한몸이 돼 극한을 경험한다”며 “특히 지금과 같이 혹한기 마지막 시험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그동안 식별된 결함의 최종 보완을 위해 의지를 더욱 불태우게 된다”고 말했다.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험평가단

과거 전력화된 무기체계 대부분은 단일한 기능을 보유한 무기체계였다. 하지만 이제는 120㎜ 자주박격포 같이 기동·화력·통신·센서·네트워크 등 다양한 무기체계가 결합한 복합체계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장비에 대한 기술적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전술적 운용개념까지 갖춰야 정확한 시험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이에 시험평가관들은 기본적으로 야전에서 지휘관·참모 직을 수행하고, 전술·전력증강 분야의 노하우를 갖춘 인원들로 선발된다. 또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험평가관에 임명되면 전술적 운용개념과 최신 기술 관련 지식을 부단히 연구해 좀 더 높은 전문성을 갖춘다. 그리고 선발 이후 수개월간 엄격한 자격심사를 거치고 방위력 실무 교육 과정 등을 이수해야만 현장에 투입된다.

현장의 시험평가관들은 “모든 시험평가관들이 ‘평가결과는 자신이 끝까지 책임진다’는 무한책임의식을 갖고 묵묵히 주어진 소임을 다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채무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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