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종교와삶

[홍순영 종교와삶] 함께 살아감

입력 2019. 02. 19   15:22
업데이트 2019. 02. 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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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 공군3훈련비행단 군종법사·대위
홍순영 공군3훈련비행단 군종법사·대위

종교에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종교는 그분들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진리를 추구하는 동시에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하시고 원수까지도 포용하시는 모습, 요행을 바라지 않고 삶을 진실하게 대하는 적극적이고 수용적인 그분들의 태도는 당시 주위 사람들로부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나 또한 군대의 수용 덕분에 오늘도 어김없이 부대에서 새벽을 맞는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묵묵히 품어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간의 짧은 여정에서 겪은 수용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

훈련소에서의 잦은 실수와 어설픔에도 주변에서는 늦깎이 훈련생인 나를 묵묵히 품어주었다. 항상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는 대장님과 교관님들, 그리고 나의 멋진 동기들. 3훈련비행단에서의 삶 또한 수용과 배려의 연속이었다.

부대 영공을 끊임없이 선회하는 훈련기의 주인공인 학생 조종사들과 병사들은 표현이 서툴고 낯선 내게로 선뜻 다가와 준 따스한 영웅들이었다. 서로 달랐지만, 그들과 함께 못하는 요리 실력으로 간식도 만들어 먹고, 차도 마시면서 서로의 꿈을 응원했다. 그들의 성공이 자랑스러웠고 가끔은 안쓰러웠다.

나보다 먼저 부대 생활을 시작한 병사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면서도 흔쾌히 그들의 세계로 초대해 주었다. 그들의 수용성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고 이를 지원해 주시는 많은 분의 노고는 큰 힘이 됐다. 이러한 배려 속에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계급과 신분은 다르지만, 우리는 이렇게 오늘도 군인으로 함께 살아간다. 물론 소소한 오해들도 발생한다. 서운할 때도 있고 의지가 약해질 때도 있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나 또한 아직은 완성된 인격체가 아님을 인정하기 때문에 삶의 무수한 방식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흔히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다른 인식과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서로 대립할 때 누구의 견해를 옳다고 해야 할까? 성인(聖人)분들은 다만 당신들의 인생 여정에서 끊임없이 이웃을 사랑하고 수용하며 타인을 배척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셨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하늘·땅·바다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준다. 그들의 품 안에서 끊임없이 피 흘리며 싸우고 뒹굴지만, 아직도 우리는 이곳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삶에 주어진 다양한 선택 속에서 배타적인 삶을 선택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넓고 인생은 짧다. 사랑과 자비에는 차별이나 다른 목적이 존재할 수 없다.

‘형하고 싸우지 마!’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 비단 성인들의 말씀이 아니어도 어릴 때부터 듣던 말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한다. 이런 모든 과정이 상대를 이해하고 삶을 포용하려는 몸부림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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