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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리포트] 프랑스, 정부 방산그룹 최고 주주… 기술개발 등 산업 선도

입력 2019. 02. 17   16:24
업데이트 2019. 02. 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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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무관리포트 <52> 프랑스의 방산 및 무기수출 지원정책


방위산업 직접 종사자 16만 5000명 전체 프랑스 산업 고용인원 4% 차지
최근 방산무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10년간 3~4만개 고용 창출 효과 기대


프랑스 공군의 라팔 전투기.  필자 제공
프랑스 공군의 라팔 전투기. 필자 제공


최근 우리나라는 방위산업 전반에 걸쳐 경기가 둔화되고 방위산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T-50의 미국 수출이나 수리온 헬리콥터의 필리핀 수출이 어렵게 되면서 방산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그 대책과 관련한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필자가 무관으로 재직했던 프랑스도 한때는 라팔 전투기를 15년 이상이나 한 대도 못 팔았던 침체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라팔 전투기와 잠수함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일약 세계 3위의 무기수출 국가로 발돋움했다. 정체기를 맞고 있는 한국 방위산업의 제2 도약에 도움이 될까 하여 필자가 군수무관과 국방무관으로 재직한 프랑스의 위기 극복을 위한 방산 및 무기수출 지원정책을 소개한다.

국가 자주성 유지의 핵심 도구인 국방산업

프랑스의 방위산업 정책 기조는 제5공화국 초기 샤를 드골 대통령 재임 기간(1958~1969)에 탄생한 외교 및 국방정책 방향 결정에서 유래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후 정치적 혼란으로 실추된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려고 노력한 드골 대통령은 정책결정 자주권의 절대적 확보,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을 거부, 위대성과 일등국가 추구, 국민국가의 우월성과 국가방위 실현 등을 위해 외교정책의 목표를 프랑스의 ‘자주권과 위대성 구현’에 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자주국방을 통한 국방력을 갖춰야 했기에 국방기술·방위산업기지(BITD)와 무기수출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필요성이 있었다. 드골의 이러한 정책기조는 냉전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에 적응하면서 지금의 마크롱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지속돼 현재와 같은 방위산업 선진국으로서 성공을 거두게 됐다.

국가 주도형 방위산업정책

프랑스의 방위산업 생태계는 10여 개의 대기업 그룹과 4000여 개의 중소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350~400개 기업들은 전략적 업체로 관리되고 있다. 방위산업체 직접 종사자는 약 16만5000명으로 전체 프랑스 산업 고용 인원의 4%를 차지한다. 최근 방산 무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향후 약 10년 동안 3만~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항공모함(가운데).  필자 제공
프랑스의 샤를 드골 항공모함(가운데). 필자 제공


이러한 프랑스 방위산업정책의 특징을 몇 가지 짚어보자.

첫째는 국가주도형 전략산업이다. 방위산업은 프랑스의 자주성 정책을 구현하는 전략적인 근간산업으로 관리되며 정부는 주요 방산그룹의 최고 주주로서 강한 통제 기능을 바탕으로 국방기술 개발 및 성능평가, 방산수출지원, 미래 국방기술 장기전망 작성 등 방위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둘째,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한 기술적 자율성 확보다. 방위산업체들은 평균 매출액의 10~20%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상대적으로 앞선 기술을 가짐으로써 핵심기술 유지와 수출승인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한다.


병기본부는 2016년부터 DGA Lab을 설치해 작전부대, 병기본부 전문가 그리고 학계와 민간업체들이 만나는 장소를 제공하며 혁신기술 소개와 새로운 주제에 대한 기술적인 도전을 장려하고 있다. 여기서는 드론, 인공지능, 능동영상 등 새로운 기술과 유럽의 법적 적용 고찰, 인공지능에 의한 군수지원체계의 최적화, 군의 최신기술 3D 프린터 적용 등에 대해 군·업체·학계의 전문가가 빠른 시간에 토의를 거쳐 솔루션과 방향을 공유한다.

셋째, 내수 활성화를 통한 국내기업 토대 강화를 들 수 있다. 국방부는 정부 내 제1 구매자로서 방위산업의 기술적 자율성과 경쟁력 그리고 업체들의 성장력과 영속성 보장을 위해 내수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5년에만 180억 유로의 전력화 예산 중 140억 유로를 국내 기업에 지급한 바 있으며, 매년 금액을 증가시키고 지속적인 구매를 하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지원한다.

넷째, 방산 무기수출지원 조직을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다. 프랑스는 1961년 병기범정부대표부를 창설했으며, 현재는 병기본부로 개편된 예하 국제개발국이 주체가 돼 시장에 대한 연구, 잠재적 고객들과 회의 및 협상 참여, 무기전시회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 계약관리나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ODAS나 국방자문그룹, 금융을 지원해주는 BPI 같은 조직과 국방부 장관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국방수출위원회 등의 기구가 있다.


무엇보다 여러 조직을 활용해 진화하는 고객의 요구를 선도적으로 파악하고 다양한 수출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과거 군수무관의 역할을 국방무관 업무에 통합하면서 수출지원 임무를 강화했다. 매년 국방부에서 국회에 보고하는 방산수출 연례보고서를 통해 무기수출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다섯째, 중소기업지원 활성화 정책을 통한 방위산업 생태계 유지로, 우수한 기술을 가진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개발·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국방조달시장에 쉽게 접근하도록 국방조달절차 간소화 및 지속적인 조달 정보 제공, 국방지역경제 pole 설치, 일정 금액 이하 조달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에 우선 할당 등 21가지 중소기업 친화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상에서 보듯, 프랑스는 방위산업 토대 강화와 혁신 기술의 적용을 통해 상대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먼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경쟁력의 우위를 유지토록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라팔 전투기와 미사일을 수출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가져온 일부 핵심기술 때문에 수출승인 문제가 생겨 자체 기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용·시간 증가, 대형 수송기 A400M을 유럽 국가들과 공동개발하는 과정에서 합의 지연으로 비용 증가 및 전력화 시기 지연 등이 그런 사례다. 하지만 적극적인 방산정책 추진으로 문제점들을 극복해 오늘에 이르렀다.

■ 무관노트
    국방력-방위산업-무기수출 국가 생존 연결된 필수요소 

 
한 국가의 자주권, 국방력, 방위산업 그리고 무기수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국가의 생존과 관계되는 필수요소로서 다른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 정책은 단기간에 변화하거나 체질 개선이 어려운, 긴 호흡이 필요한 정책이다. 방위사업청이 창설되고 13년이 흐른 지금, 초기에 실시한 정책 변화의 영향이 몇 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다.


혹시 우리는 현상만 타개하려다 본질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반문해본다. 얼마 전 필자는 언론을 통해 육군이 미래전장 환경에 대비해 ‘히말라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을 보았다. 가까운 미래에 정부와 군 그리고 방산업체들이 협력해 우리 기술로 개발한 첨단장비로 자주국방을 완성하고, 우리 장비의 수출 그래프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그런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재학  (예) 육군대령

前 주프랑스 국방무관 

방위산업진흥회 수출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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